떨림과 울림

우주는 흔들리고 인간은 공명한다

by 채PD

1. 이해할 수 없지만 매혹적인


과학책은 읽을 때마다 반복되는 경험이 있다.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이상하게도 흥미롭다는 점, 그리고 결국 과학은 철학과 맞닿아 있다는 사실이다.


물리학은 세계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려는 학문이다. 모든 현상에 대해 “왜(Why)?”라는 질문을 던지는 데서 출발한다. 인류는 사물의 존재와 운동의 원인을 탐구해왔고, 그 여정은 원자와 전자, 더 나아가 쿼크와 같은 미시 세계에까지 도달했다. 그러나 그곳에서 우리는 고전역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또 다른 체계, 즉 양자역학과 마주한다. 세계는 더 이상 단순하고 완전한 결정론적 구조가 아니었다.

우주의 기원 또한 마찬가지다. 빅뱅이라는 가장 설득력 있는 가설을 통해 우주의 시작을 설명하는 데까지는 나아갔지만, 그 이전에 무엇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모른다”는 물음표가 남는다.

이 책은 그러한 발견과 한계, 그리고 그에 이르기까지의 과학사의 치열한 과정들을 응축해 보여준다.


고전역학, 양자역학, 응집물리, 열역학 법칙, 엔트로피, 쿼크 등 복잡한 개념과 난해한 실험들이 이어지지만, 묘하게도 읽는 재미는 사라지지 않는다. 아마도 세계의 시작과 존재의 이유에 대한 질문은 인간이 본능적으로 품고 있는 가장 근원적인 호기심이기 때문이 아닐까.


2. 떨림과 울림으로 정의하다


저자 김상욱 교수는 우리가 단단하고 고정된 것이라 믿어온 세계가 사실은 끊임없는 ‘진동’의 상태에 있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세상을 이루는 가장 작은 존재인 원자와 전자는 고정된 알갱이가 아니라 확률과 파동으로 존재하며, 우리가 만지고 느끼는 모든 물질은 본질적으로 에너지의 떨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읽다 보면 떨림과 울림이라는 프레임보다는 그저 세상의 이치를 알아내기 위한 과학사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재미가 쏠쏠하게 느껴진다.


양자역학은 입자와 파동의 이중성을 말하며, 불확정성 원리는 자연이 본질적으로 완벽히 결정되지 않았음을 드러낸다. 고전물리학이 세계를 정교한 기계처럼 이해했다면, 현대물리학은 세계가 관계 속에서 규정되고 관측 행위 자체가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힌다. 세계는 닫힌 체계가 아니라 열려 있는 장(場)이다.


이 지점에서 저자는 과학을 단순한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세계를 대하는 태도로 확장한다. 우주는 빅뱅 이후 팽창해왔고, 별의 핵융합으로 생성된 원소들이 흩어져 우리 몸을 이룬다. 우리는 별의 먼지이며, 동시에 우주가 스스로를 인식하는 방식이다. 열역학 제2법칙은 엔트로피의 증가를 말하지만, 그 무질서 속에서도 국소적 질서가 형성되고 생명이 탄생한다는 사실은 경이롭다. 생명은 우주의 법칙을 거스르는 존재가 아니라, 그 법칙 위에서 가능해진 정교한 구조다.

책은 맺음말에 이르러 다시 제목으로 돌아온다. 세계는 고정된 물질이 아니라 끊임없이 떨리는 에너지의 장이며, 인간은 그 안에서 타인과 공명할 때 의미를 획득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3. 과학은 곧 철학


과학에서 가장 매력적인 점은 '아는 것은 알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라고 말하는 깔끔한 태도가 아닐까.


고전역학과 양자역학의 불일치, 빅뱅 이전의 상태, 관측 가능한 우주 너머의 세계와 같은 난제 앞에서 과학은 단정하지 않는다. 그 겸허함이 오히려 신뢰를 만든다.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지점에서 과학은 철학과 만난다. 세계를 설명하려는 시도는 결국 설명할 수 없는 벽 앞에 서게 되고, 그 한계는 인간의 존재 방식과 태도를 묻게 만든다.


저자 역시 이 책에서 과학이 종교를 대체하거나 철학을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을 더 겸손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우주의 스케일 앞에서 우리는 미미한 존재임을 깨닫는다. 그러나 동시에 그 우주와 동일한 법칙으로 이루어진 존재이기에 더없이 존엄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미지의 사실 앞에서 진리를 찾으며 무지함을 깨닫지만, 그러나 동시에 우주가 그저 차갑고 기계적인 공간이 아니라, 상호작용과 연결로 이루어진 장(場)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이 책은 물리학을 통해 우주의 구조를 설명하면서, 동시에 그 안에서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묻고 있다. 그 질문은 과학을 넘어 삶의 성찰로 이어진다. 책 제목 [떨림과 울림]이라는 주제로 이야기하자면,

"우리는 고립된 점이 아니라 서로를 울리는 진동이며, 그 울림 속에서 세계는 조금 더 넓어지고 깊어진다"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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