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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은 Sep 13. 2021

소심한 복수를 꿈꾸며 시작한 미니멀 라이프.

brovo, my minimallife!

결혼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어떤 물건인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물건을 찾으려고 온 집안의 서랍을 정신없이 여닫았다. 거실 티브 이장 서랍도 열고 닫기를 수십 번. 서랍이 놓여있던 곳, 바로 옆 방에서 자고 있던 남편이 시끄럽다며 소리를 버럭 질렀고, 소심한 나는 마음 상처를 받아 그 물건 찾기를 중단했다. 그날은 남편의 친구들을 초대해 집들이를 하는 날이었는데 기분은 나빴지만, 어쨌거나 손님은 초대했기 때문에 사람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요리를 잘 못했던 나는 엄마가 삶아 준 보쌈고기를 데우고 있었는데, 자다 깬 부스스한 몰골을 하고 이런 건 안 먹을 거 같다고 말하는 남편에 화가 머리끝까지나 집을 나와버렸고 집들이는 남편 혼자 하게 되었다.


그 물건은 며칠 뒤, 내가 그렇게 열고 닫았던 거실 티비장 서랍 안에서 찾았다. 손톱깎이 같은 자질 구리 한 것들을 수납하려 샀던 작은 케이스 밑에 깔려있어서 그렇게 찾아도 찾을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이일을 남의 편은 나를 놀릴 기회가 생길 때마다 사골국물 우려먹듯 이야기한다. 그 일이 있고 난 뒤에도 나의 정리사랑은 계속되었었고 내 물건은 잘 찾았기에 상관없었지만 항상 남의 편이 나의 정리의 가장 큰 문제였다. 꼭 남편이 물건이 어딨냐고 물어볼 때마다 어디다 뒀는지 생각이 나지 않아서 찾지 못했고, 그런 나에게 남편은 찾지도 못하는 거 정리는 왜 하나며 엄청난 잔소리를 해댔다.

평소 남편은 정리를 잘하지 않는데 물건을 사용하고 그 자리에 놓으면 따로 정리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맞다. 물건을 사용하고 나서 그 자리에 그대로 놓으면 정리 따위는 필요치 않지 그런데 그것이 거실 바닥부터 시작해 책장 의자 위 그리고 식탁 위 보이는 곳이고 각종 물건들이 뒤죽박죽 섞여 아무렇게나 보기 싫게 널브러져 있으니 문제가 되는 것이란다! 남편에게 잔소리를 들으며 나는 정리를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지 그리고 정리를 완벽하게 해서 남편이 물건을 찾을 때 물건을 바로 찾아 나의 정리는 결코 쓸데없는 일이 아니라고 증명하고 싶었고 정리에 대해 많은 공부 했다. 그렇게 공부를 학교 다닐 때 했다면 아마 내가 나온 대학보단 한 단계 높여 갈 수 있었을 것 같다.


정리에 대해 공부를 하며 보았던 <하나뿐인 지구, 물건 다이어트>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미니멀 라이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사키 후미 호라는 미니멀리스트가 나와 그의 집과 사무실을 소개를 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아무것도 놓여 있지 않은 그의 책상이 무척 인상 깊었다. 그의 동료는 아무것도 올려져있지 않은 그의 책상을 보고, 그가 회사를 그만두었는지 주변 사람들에게 물아보았다고 인터뷰했다. 그리고 그의 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작은 거실 겸  주방이 있고, 거실을 따라 들어가면 방 이하나 있는 아주 작은 집이었는데 집을 둘러보니 싱크대와 세면대, 그리고 붙박이 장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다큐에 나온 그의 집은 세입자를 구하기 위해 비워놓은 빈집 같아 보였고, 사이 사는 집인데 저럴 수가 있나 싶었다. 다큐를 보고 난 뒤, 우리 집을 둘러보니 그렇게 열심히 청소하며 정리를 했건만 아무렇게나 물건들이 널브러진 집은 마치 쓰레기봉투 속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다큐멘터리를 본 후 나의 정리는 물건을 버리지 않고 정리만 해온 것이 문제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남편에게 내가 생각했던 소심한 복수를 할 수 있는 방법은 미니멀 라이프라 생각이 들어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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