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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은 Sep 13. 2021

두 아이 엄마, 미니멀 라이프로 날개를 달다!

주부들이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해야 하는 이유.


미니멀 라이프를 처음 시작할 당시 나는 ‘그냥 버리면 되겠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쓰레기봉투를 손에 들고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쓸모없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무작정 봉투 속에 집어넣기 시작했고, 봉투가 가득 채워지는 것을 보며 왠지 나의 미니멀 라이프가 완벽해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나는 하루 일과 중 대부분의 시간을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손에 든 쓰레기봉투에 물건들을 담아 버리기 시작했고 대략 일주일을 하루도 쉬지 않고 봉투에 물건을 담았다.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돌아다니는 하이에나처럼 쓰레기봉투를 들고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는 걸 지켜본 남편이 뭐 하는 거냐 고 물어보았고 나는 필요한 물건만 남기고 다 버려서 대청소를 하지 않아도 깨끗한 집을 만들 거라고 자랑하듯 말했다.  


나: 어때? 깨끗하지?
남편: 아니, 그대로인데?
나: (뭐라고?!!!!!!!!!!!!)


일주일 동안 공들여 버리기를 실천한 나의 노력을 무시당한 것 같아 기분이 안 좋아진 나는 손에 든 쓰레기봉투를 패 대기 쳤다. 그리고 그냥 멍하니 앉아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정말 남편의 말 대로 버리기 시작한 일주일 전과 별반 달라진 것이 없었다. 드라마틱하게 깨끗해질 집을 상상하며 버리고 또 버려왔는데 왜 그대로 인 거지? 버려도 버려도 버릴 것들이 끝없이 나오는 물건들의 블랙홀 속에 빠져 평생을 물건만 버려야 할 것 같아 머리가 아파왔고 미니멀 라이프를 하지 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내가 새로운 것을 하기만 하면 옆에서 이번에도 하다 말 것이라며 약 올리는 남편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에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았고 나를 이렇게 혼란스럽게 하는 미니멀 라이프가 도대체 무엇인지 공부하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미니멀 라이프를 인터넷에 검색해보았다. 화이트톤으로 깔끔하게 인테리어 한 집에서 밥을 해 먹는 건 맞는지 의구심이 드는 아무것도 깨끗한 싱크대와 심플하면서 예쁜 주방 소형가전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커피머신이었다. 자신을 미니멀리스트라고 소개하는 영상에서는 꼭 예쁘게 생긴 커피머신에 캡슐커피를 내려 먹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장면이 빠짐없이 등장하는데 집에서 커피믹스를 정수기 물에 대충 타 마시는 나의 모습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저런 것이 미니멀 라이프라면 나는 당장 멋진 커피머신을 사야 했고, 집은 화이트톤의 고급진 인테리어와는 동떨어진 23평 작은 빌라였기 때문에 이사를 가야 했다.
내가 본 미니멀 라이프는 비워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저런 것들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니 조금 의아했다. 그러다 우연히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는 인터넷 카페가 있어 가입을 하고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한다고 인증하는 글들을 천천히 읽어 보았다. 멋진 인테리어 자랑이나 자신이 가진 물건을 자랑하는 글들 대신 불필요한 물건들을 비워낸 뒤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에 대해서 쓴 글들을 읽으며 이것이 내가 정말 하고 싶은 미니멀 라이프구나 라는 생각 들었다. 그중에서 물건을 비워내는 과정을 실천하며 버려지는 물건에 의해 환경이 얼마나 오염되는지 깨닫고 제로 웨이스트 (포장을 줄이거나 재활용이 가능한 재료를 사용해서 쓰레기를 줄이려는 세계적인 움직임-출처: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 신어사전)를 실천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도 인상 깊었다.


미니멀 라이프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을 가지고 살아가는 하나의 삶의 방식이다. 꼭 필요한 물건만을 남겨야 하기 때문에 미니멀 라이프를 할 때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불필요한 물건을 비워내는 것이다. 비워내기 실천하면서 느끼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이는 물건에 대한 소중함을 깨달아 가진 물건을 소중히 여기며 새 물건을 신중하게 구매하게 되고, 어떤 이는 환경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고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한다.
나의 경우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간 황금 같은 시간을 열심히 해도 티 안나는 하찮은 집안일을 하며 시간을 쓰지 않는다. 자기 계발을 위해 책도 읽고, 글을 쓴다.
아이들을 맡길 곳이 없어 직장을 구하기 힘든 주부이지만 집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정보를 듣고 유튜브도 시작해 구독자 1000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아직 돈을 벌고 있지 못하지만 조만간 꼭 수익을 내서 나의 미니멀 라이프 시작의 목표 이기도한 <남편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기>를 성공할 것이다. 주부는 살림하고 애들을 키우는 일만 할 수 있을 줄 알았던 나에게 다른 일도 할 수 있다는 용기와 시간을 선물해준 미니멀 라이프야,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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