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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은 Sep 15. 2021

왕초보 미니멀리스트의 냉장고 이야기

많은 식재료를 버려가며 내가 배운 살림 팁

[우리 집 냉장고 소개]

우리 집 냉장고는 신혼초 살림에 대한 로망으로 구매한 806L짜리 한대. 한동안 냉장고가 꽉 차서 한대가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었지만 올바른 식단 짜기와 재료에 대한 욕심을 비워낸 지금은 더 작은 냉장고로 바꾸어도 되겠다 싶기도 하다. 미니멀 라이프의 비워내기를 실천하기 위해 지금 가지고 있는 냉장고를 비워내고 작은 걸로 바꿔볼까도 했지만 생활에 꼭 필요한 것들을 남기고 생활하는 것 역시 미니멀 라이프가 지향하는 것이기에 냉장고가 망가질 때까지 잘 관리해 사용해보려 한다.


구매한지 9년된 우리집냉장고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기 전의 나의 이야기]

결혼하기 전, 내가 요리를 해 본 횟수는 다섯 손가락으로 다 셀 수 있다. 엄마가 때마다 차려준 밥만 맛있게 먹으면 됐었기에 요리를 할 일도 없었다. 해 본 '요리'라고는 하지만 그중 한 가지가 각종 야채와 고기를 넣어 볶다가 시판용 카레가루만 넣어 끓이면 되는 카레이니까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내가 얼마나 요리와 거리가 멀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결혼을 하고 나서는 매 끼니 직접 요리를 해야 했는데 요리를 할 줄 모르는 나는 장을 보는 것부터 헤매야 했다. 무엇을 얼마나 사야 하는지 감이 오지 않던 나는 인터넷을 뒤적거리며 맛있어 보이면서 만들기 쉬워 보이는 메뉴를 골라 거기에 들어가는 재료 위주로 장을 보았는데 각 각의 메뉴별로 장을 보다 보니 한번 장을 보면 그 양도 엄청났다.

 

미리 정한 메뉴들을 해 먹고 난 뒤에 냉장고를 보면 자투리 야채들과 한두 번 사용한 각종 재료들이 남았지만 서로 어울리지 않는 재료들 뿐이라 흔한 볶음밥도 해 먹을 수 없어고 또다시 장을 봐야 하는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그러던 중 남아있는 야채들이 상해 버려야 했고, 많이 남아있었지만 유통기한이 지나서 버려야 했던 것들도 있었다. 그렇게 우리 집 냉장고는 식재료들이 썩어 나오는 식재료들의 무덤이 되어갔다. 미루고 미루다 냉장고 정리를 하는 날이면 버려야 할 음식물쓰레기 양이 엄청났는데 재료들을 썩혀 버릴 때마다 내 마음도 좋지 않았다.
버리는 재료만 없어도 식비가 많이 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도서관에서 살림 노하우가 담긴 책들을 빌려 하나씩 따라 해 보기 시작했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지금까지 실천하고 있는 방법들을 어딘가에서 남몰래 눈물을 흘리고 있을 살림의 왕초보분들을 위해 공유해볼까 한다.

 

[직접 부딪혀 얻은 살림의 지혜]

첫 번째, 음식에 들어가는 식재료들을 고려해서 식단을 짠다. 내가 했던 실수 중 한 가지는 음식에 들어가는 식재료를 고려하지 않고 먹고 싶은 메뉴별로 식단을 짠 것이었다. 재료를 고려하지 않은 메뉴 구성은 한번 메뉴를 해 먹고 나면 남는 재료를 잘 활용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재료 낭비로 이어졌다.

 [내가 짰던 식단의 나쁜 예]
월요일: 스파게티
화요일: 삼계탕
수요일:볶음밥

 이 식단대로 재료들을 구매해 한 끼 먹고 나면 스파게티와 삼계탕, 볶음밥엔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재료는 하나도 없기 때문에 또다시 메뉴를 고민해 식단 작성을 하고 장을 봐와야 한다. 이때 남은 재료를 고려해 식단 작성을 하면 다행이지만 한번 먹은 메뉴를 연이어 먹기 싫었던 나는 매번 새로운 메뉴를 정해서 장을 봤고 남아있던 스파게티 소스는 개봉한 상태였기 때문에 상해서 버리기 일쑤였다.

 [식단 짜기의 잘 된예]

삼계탕→닭죽→볶음밥

 삼계탕을 먹으면 다음 끼니의 메뉴는 닭죽 그리고 볶음밥을 먹는 것이다. 닭을 팔팔 끓여 백숙을 해 먹다 보면 항상 닭 육수가 남는데 이때 남은 닭살 조금과 육수에 야채 몇 가지를 첨가해 끓이면 맛있는 죽을 먹을 수 있다. 그리고 남은 야채들로는 볶음밥을 해 먹으면 버리는 재료 없이 알뜰히 재료를 소진할 수가 있다.

 

두 번째, 모든 요리의 재료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서투른 목수가 연장 탓을 하듯 요리를 못하는 나는 카레를 만드는데 카레 설명서 뒤에 적힌 야채들이 반드시 모두 있어야 카레를 만들 수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한 번은 카레를 만드는데 고기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야채만 넣고 카레를 만들어야 했는데 시판용 카레가루 덕분인지 고기를 넣은 카레맛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알았다. 그 후로는 재료가 없으면 없는 대로 요리를 하고 있다.

 

 

세 번째, 양념은 기본적인 것만 갖추어도 괜찮다.
우리 집에 있는 양념은 소금, 설탕, 간장, 후추, 고춧가루, 다시다, 굴소스 이렇게 7가지뿐이다. 요즘 말로 요린이인 나는 요리책을 보며 요리를 배웠는데 한때는 책에 적힌 대로 온갖 양념을 다 사다 놓았던 적도 있었고 아이가 태어난 후엔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 다시다 말고 국물의 깊은 맛을 내준다는 북어대가리, 멸치, 파뿌리 같은 재료들을 냉동실에 엄청 챙겨놓았었다. 그런데 한 번은 된장찌개를 끓이려고 냉동실을 열었는데, 국물을 내기 위해 준비한 재료들에 곰팡이가 잔뜩 펴 있어 당황스러웠다. 요리의 재료들에 대한 아무런 지식 없이 욕심만 많아 무조건 많이 쟁여놓은 잘못의 결과이기도 했다.

다시다가 있었지만 맛을 위해 인위적으로 만든 화학조미료인 <MSG>가 각종 알레르기와 비만을 일으키며 인공조미료 맛에 익숙해지면 입맛을 버린다는 정보를 들었었기에 어떻게 해서든 된장으로만 간을 맞추려 했지만 무언가 빠진듯한 맛이 났다. 엄청난 고민 끝에 결국 다시다를 조금 넣어 된장찌개를 끓여냈는데, 아주 소량을 넣었는데도 된장찌개의 맛이 확 달라졌고 익숙한 깊은 맛이 났다. 그날 저녁밥상에도 차려냈는데 남편과 아이가 맛있다고 잘 먹는 걸 보고 나니 간편하고 맛있는 맛을 내주는 msg가 왜 안 좋은 거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무작정 안 좋다는 것만 들었지 MSG가 무엇이며 왜 안 좋은지에 대해서는 몰랐기 때문에 먼저 msg가 무엇인지부터 찾아보았다. MSG는 글루타민산 소듐(나트륨)이라고 하는데 다시다 국물과 고기에서 나는 특유의 맛에 주목한 일본 도쿄대 물리화학과 교수 키쿠나에 이케다에 의해 1907년부터 연구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케다 교수는 그 맛을 우마미(감칠맛)이라고 이름 붙인 뒤 이맛을 내는 물질을 분리하는 연구를 시작했고 일본음식에 많이 쓰이는 말린 다시마의 성분을 물에 녹인 뒤 소금과 같은 결정을 제거하고 유기산염을 첨가해 MSG를 만들었다. 그 후 이듬해 이케다 교수는 글루타민산 소듐에 ‘맛의 정수’라는 뜻의 아지노모토(우리 나아 미원의 원조)라는 상표를 붙여 생각해 판매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MSG의 원료인 글루타민산은 자연계에 흔한 물질이고 우리 몸안에서도 스스로 합성되며 특히 모유 100ML에는 글루타민산염이 20MG 가까이 들어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MSG는 소문처럼 몸에 해로운 물질은 아닌듯하한데 왜 그렇게 안 좋다고 소문이 난 걸까?
MSG가 비난의 대상이 된 사건은 1968년 중국음식을 먹고 목 뒤와 등, 팔이 마비되는 듯한 증상을 느낀 사람이 한 의학 학술지에 편지를 보내며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이를 검증하기 위해 시행한 후속 연구에서는 MSG가 이런 증상을 일으킨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참고자료 : 글, 고호관, 과학동아 기자 과학동화 화학 산책 2012. 12. 12.>

MSG에 대해 정확히 안 다음부터는 맛있는 국물을 내기 위한 많은 천연재료들을 비워냈다.

우리집에 있는 양념들
내 요리에 맛을 업그레이드해주는 고마운,다시다!

네 번째, 재료는 소량만 구매하여, 되도록 소분하지 않는다. 
살림 고수분들의 재료 관리법을 보면 멋진 용기에 대량으로 사 온 재료를 소분하여 냉동실에 보관한다. 나도 한때  구매한 고기와 버터, 야채들을 소분해 사용해보았는데, 소분할 때 시간이 많이 걸렸고 애써 공들여 정리한 재료들은 예상외로 관리하기 힘들었고 다쓰지도 못하고 상해버려서 버리는 경우가 왕왕 있었기 때문에 되도록 소분은 하지 않으려 한다.

내가 하는 소분은 파를 소량으로 구매해 잘게 잘라놓아 냉동실에 넣어 보관하는 것과 다진 마늘을 한번 요리에 넣어 먹기 편하게 얼려 보관하는 것 그리고 고기를 한팩 구매하면 아이 이유식 할 것과 어른용 요리를 할 것을 1~2회분만 얼려놓는 것이다.
파를 한단 사면 양이 꽤 많아서 냉장실에 그냥 보관하면 상해버리기 쉬운데 작게 잘라 냉동실에 얼려 보관하니 보관하는 기간도 늘어나고 사용할 때마다 칼질을 줄일 수 있어서 요리시간을 단축할 수도 있.


파를 잘게잘라 냉동실에 보관하면 사용도 간편하고 보관기간도 늘어난다.
먹을양만큼만 간단히 소분해 보관후 3일안에 요리해먹는다.
마늘은 1회 사용할 분량을 얼음틀에 얼려 보관한다.
예쁜 소분용기 대신,집에 있는 반찬그릇들을 활용해보관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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