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킹 Mar 02. 2021

당신을 물들이고 싶습니다

달리기 없는 달리기

© malikskyds, 출처 Unsplash



달리는 사람들의 신발을 유심히 보면 이 사람이 주로 어디를 달리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신발 앞코가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거나 밑창에 붉은색의 흙이 묻어 있다면 육상 트랙이나 잘 정비된 하천 옆 산책로를 달리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알다시피 육상 트랙의 경우 대부분 붉은색의 소재로 덮여있기 때문이다. 간혹 잘 정비된 산책로에도 이와 비슷한 소재로 깔려 있는 경우가 있다.  만약 신발 밑창을 포함해서 여기저기 흙먼지가 뒤덮여져 있는 사람이라면 숲속 트레일 러닝을 즐기는 사람임을 유추해볼 수 있다. 낡았지만 깨끗한 신발을 신고 있다면 본인의 물건에 애착을 가지고 잘 관리할 줄 아는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렇듯 그 사람이 주로 어디를 달리느냐, 어떤 환경에서의 러닝을 즐기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신발이 물들고, 우리는 이를 통해 그 사람에 대해서 어느정도 가늠해볼 수 있다.


사람 됨됨이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하고 생각해본다. 그 사람이 주로 어떤 환경에서 어떤 영향을 받고 자라왔는지는 그 사람의 행동과 말을 보면 조금은 생각해볼 수 있겠다. 요즘에는 나쁜 영향을 받았을 것 같은 사람들이 자꾸 눈에 띈다.

편의점에서 새 담배를 사들고 나오면서 둘둘 쌓인 담배 비닐을 벗겨 내더니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탁! 하고 길바닥에 버린다. 라이터를 꺼내 들며 마스크를 벗겨 내리고 담배 하나 척 물면서 라이터 불을 치익- 하고 붙인다. 앞에 마주오는 사람, 뒤에 따라오는 사람일랑 신경쓸 것이 아닌 것 마냥 그렇게 담배를 피면서 걸어간다. 가래를 한껏 모아 내뱉으며 완벽한 마무리를 한다.

도로 위의 무법자도 있다. 내가 가는 곳이 곧 초록불이오, 내가 멈추는 곳이 어디든 그 곳이 바로 주차장이다. '시발'과 '존나'라는 단어가 없으면 대화를 이어가기 어려운 사람들도 있다. 그나마 작게 말하면 이해를 하겠는데 고막에 때려박는 랩마냥 뱉어내면 당해낼 재간이 없다.

누가 그들을 이렇게 만들었는가? 그들도 담배를 배우기 전에는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거나 가래침을 길바닥에 내뱉지는 않았을텐데.

누가 그들을 이렇게 만들었는가? 운전자도 차에서 내리면 결국 보행자인데, 그들도 차량으로 위협을 당하면 길길이 화를 낼텐데..

그들은 주로 어떤 곳에서 달렸을지 생각해본다. 그들의 심성이 무엇으로부터 물들었는지 곰곰히 생각해본다. 



맹자의 어머니가 괜히 세번씩이나 이사를 다닌 것이 아닐 것이다. 사랑을 받고 자란 사람은 그 사랑을 나눠주고자 하고, 도둑질을 보고 자란 사람은 아무렇지 않게 남의 것을 훔친다. 호랑이와 함께 자란 고양이는 자기가 호랑이인줄 알고, 호랑이는 자신을 고양이로 생각한다.

나는 나와 함께 어울리는 사람들에게서 선한 영향력을 구하고, 나와 어울리는 사람들은 나에게서 선한 영향력을 받았다고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다. 당신 또한 그러하지 않겠는가? 상대에게서 좋은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나부터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그들의 신발에, 그들의 영혼에 내가 물들어 다행이었다는 말을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몸에도 마음에도 흉터는 아픈 기억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