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쯤 전에 사무실에서 책을 정리하다가 책 표지의 날카로운 선에 베였다. 퇴근 직전에 그런거라 약을 찾아보기에는 귀찮았고 또 살짝 베였기에 괜찮겠지 하는 생각에 대수롭지 않게 나왔다. 버스에 탈때까지도 설마 이정도로 그럴까 했는데 피가 조금씩 나더니 나중에는 딱지가 앉았고 결국 내 왼손 엄지손가락의 흉터가 되었다. 이제 이 흉터는 나의 기억 저장소가 되었고, 이걸 본다면 언제 어디서 어쩌다 생긴 상처인지 자연스레 떠오르게 될 것이다.
흉터는 지난 상처의 흔적이자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자연 문신이다. 영화 '메멘토'에서 주인공이 기억하기 위해 일부러 새긴 문신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 문신은 한번 새겨지면 거의 평생을 따라다닌다. 때를 놓치지 않고 잘 치료해준 덕분에 지울 수 있었던 흉터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흉터들은 그 날의 사건도 함께 새겨서 내 기억 속에서 계속 살아간다.
흉터는 몸에만 남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영혼과 마음도 상처를 받으면 똑같이 흉터가 남는다. 분명 이 흉터 또한 충분히 치료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상처도 쉽게 치료하지 못하는데 하물며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상처는 어찌 쉬이 치료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이 마음 흉터 또한 똑같이 기억 저장소 깊숙이 저장되어 결코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갈가리 찢기는 고통으로 상처입은 자에게 남겨진 흉터는 그 상처를 입힌 자는 상상도 못할만큼 크게 흉이 져 있을 것이다.
최근 학교폭력 피해자들의 호소로 스포츠 선수들의 과거 학교 폭력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다. 그들을 볼 때마다 피해자들의 흉터도 욱신욱신 거리지 않았을지 감히 생각해본다. 그리고 한 편으로 나 또한 누군가에게 흉터를 남기지 않았는지 반성해본다. 애초에 상처를 주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고 만약 상처를 줬다면 더 흉지기 전에 그 상처를 잘 보듬어주도록 하자. 몸에도 마음에도 흉터는 아픈 기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