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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ur Oct 28. 2020

목욕과 새 사람


그리스에서 최고급 해면을 샀다. 화학물질이 섞이지 않은 천연 유기 조직 바다생물인 ‘해면’ (Sea Sponge)은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아름다운 피부를 가꾸기 위해 사용해 왔다고 한다. 콧노래를 부르며 퇴근하고 집에 와서 목욕 준비를 재게, 처음으로 해면을 써보았다. 몸이 아주 깨끗하게 씻기고 부드러워서, 팔을 문지르며 혼자 감탄하다 보니 갑자기 기분이 이상했다.


이 최고급 해면으로 몸을 벅벅 닦으면 무얼 하나. 나는 안다. 내 마음은 검고 썩어 고름이나 고통에 짓눌려 있음을. 삶은 점점 나아지고 일분일초 나의 본능대로 내 만족을 위해 모든 것을 하고 즐거움을 느끼지만, 어느 순간 내 안에 진실한 감사가 사라졌다. 내가 오로지 나를 기쁘게 하기 위하여 일하기 때문이다.


나는 변했다. 내 행복을 조금이라도 침해하는 약간의 방해에 분노한다. 그 분노의 골이 점점 깊어져 괴롭다. 이로 인해 내 방어가 깊어지고 더 높게 방어벽을 쌓는다. 그 누구도 나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 뺏지 마라. 내가 즐거워야 할 조금의 시간도 줄 수 없다.


나는 관대하지 못한 사람이 되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사실은 정작 내가 부족하고 힘든 시기에는 작은 것에 감사하며 넓은 마음으로 살았던 평안의 기억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지금처럼 이기적인 나로 살고 싶지 않다. 감사와 사랑이 메마른 삶의 화살은 결국 내게 돌아오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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