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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ur Oct 28. 2020

시차를 넘나들던 날들


한 달에 100시간이 훌쩍 뛰어넘는 비행시간을 소화했던 나. 매번 한 달 한 달 스케줄을 받을 때마다 가슴 뛰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파리에 가기 전날 쇼핑 목록을 만들며 즐거워했고, 브라질에 가기 전에는 아사이베리 먹을 생각에 신이 났다.  


스위스에는 나만의 루트가 있었고, 이탈리아에 가서는 생 모차렐라 치즈와 함께 잔뜩 식료품 쇼핑 한번 무겁게 했다. 보스턴에서는 그 유명한 하버드대학 캠퍼스에서 나도 이곳 학생인 척 그들 사이에서 브런치도 먹어보고, 그리스에서는 고대 유적지의 이방인이 되어보기도 했다.


또 전 세계 곳곳에서 터를 잡고 사는 내 친구들을 이웃 보듯 만났다. 사실 생각 없이, 혹은 삶의 진보 없이 작은 즐거움만 느끼며 생활하는 것 같아 보여도, 여러 시간 속에서 만나는 여러 사람과의 크고 작은 사건들과 깨달음은 덤으로 주어졌다. 나는 이러한 내 특별하고도 사소할 수 있는 만족을 채우며 역동적으로 산다는 것이 즐거웠다.


과연 시차를 무시하며 무지막지하게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는 사람의 정신은 온전할 수 있을까? 내 육체는 끊임없이 높은 기압을 견디며 무시무시한 속도로 하늘을 가로지르는데, 몸 어딘가에 문제가 생기진 않을지 걱정하는 것은 아마 당연할 것이다.


정말로 낮과 밤의 구분이 없는 삶을 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성격이 날카로워지기도 하고, 위가 약해져 두통에 시달리던 날이 꽤 많았으니까.


그런데도 만약 4년 전,

시간을 거슬러 그때 그 면접관이 내게 너는 근무 기간 동안 기약 없는 진급을 기다리느라 실망도 많이  것이고 많은 비행으로 인해서 , 정신 건강이  좋아질  있어. 네가 비행 다니며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무뎌질 때, 한국에 있는  친구들은 자기 나라에서 자리를 잡고 안정된 삶을 살아나가겠지. 그 모든 변수를 생각하고 나서도, 그래도 지금 우리와 계약할래?”라고 묻는다면,


나는 그녀를 보고 환하게 웃으며 대답할 것이다.



“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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