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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ur Oct 28. 2020

같은 시간 다른 삶


우리가 5G 기술에 대해서 논하고 있을 무렵, 아시아 최대 극빈국 방글라데시 도시 다카의 시간은 정반대로 돌아간다. 겉보기에도 낡아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기차에는, 무임승차를 하려 기차 지붕에 올라탄 수많은 사람이 위태로운 삶을 이어간다. 내 직업은 때때로 타임머신같이 나를 이 시간에서 저 시간으로 보낸다.


하루가 멀다고 뉴스에는 세계 곳곳의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한창 호주의 산불이 심각하다는 뉴스를 봤는데 시드니로 비행을 가니, 산불과 꽤 거리가 있었는데도 하늘에 잿더미가 날아다니며 사람들 옷에 붙었다. 갑작스러운 화산 폭발로 비행 편이 취소되어 필리핀에 기약 없이 머물러야 하는 동료들도 있다.


같은 시각 뉴질랜드에서는 우리가 머무는 호텔 멀지 않은 곳에 참혹한 테러가 발생해서 경비가 삼엄하다.  시시각각 업데이트되는 지구촌 뉴스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었다. 그 이야기 속 주인공은 나와 같이 일 하는 그녀 또는 그의 가족의 이야기 일수 있었다.


나 또한 그들에게 뉴스 속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분단국 출신으로서 계속되는 위협과 협박 속에 살아가니까. 하지만 이것은 소수에 국한된 문제가 아님을 본다.


이념의 싸움이 아니라면 성별의 싸움이 시작된다. 성별의 싸움이 아니라면 종교, 종교가 아니라면 신분, 우리는 평화를 찾는 순간 계속해서 끊임없이 또 다른 대립구조를 만들어내니까.

이렇게 보면 이 인생들이 무한하지 않고 유한하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새삼 느낀다.


내일 있을 일을 너희가 알지 못하는 도다. 너희 생명이 무엇이냐? 그것은 곧 잠시 나타났다가 그 뒤에 사라져 버리는 수증 기니라. 야고보서 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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