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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ur Oct 26. 2020

기분이 안 좋은 날


호르몬의 영향인지 기분이 매우 안 좋았다.

주말인 데다가 날씨도 좋아 침대에만 누워있던 나는 분해 지기 시작했다. 화장이며 예쁜 옷이며 다 때려치우고, 눈에 보이는 아무 옷 걸쳐 입고, 머리도 산발을 한 채 밖으로 나와서 무작정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화창한 주말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를 가르며 분수대 주변을 걷다 금방 힘들어져서 나무 옆 구석에 앉아 조금씩 흐르는 눈물을 훔쳤다. 그때 곱게 차려입은 세 아이의 엄마가 잠시 가던 길을 쉬어가려는지 애들을 데리고 내 옆에 자리를 틀었다.


아이들은 천사 같았다. 나는 순간 나의 못난 모습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비칠지 걱정하기 시작했다. '얼굴에 화를 잔뜩 묻히고 머리도 정돈되지 않은 이상한 아시아 여자로 보이겠지..' 그 작고 귀여운 아이들은 천사 같은 얼굴로 엄마가 주는 간식을 받아먹으며 틈틈이 곁눈질로 나를 관찰했다. 


나는 웃어주었다. 그저 지금 이 순간 어두운 기운 가득한 내 옆에 잠시나마 같이 있어주는 그 천사 같은 아이들의 에너지와 엄마에게 고마울 뿐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은 내게 다가와 장난을 치고 내게 너무나 밝은 웃음소리까지 들려주었다.


작은 불가사리같이 통통한 손이 나를 토닥여준다.


화가 눈 녹듯이 사라졌다.

아이들의 웃음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나는 항상 그런 웃음 가까이에 있고 싶다.


맑은 웃음과 순수한 눈빛을 선물로 받은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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