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ur Oct 26. 2020

도시의 미래


차분한 프랑스의 도시 리옹, 프랑스 작가이자 비행사인 생텍쥐페리가 [어린 왕자]를 쓴 곳이라 은근히 기대를 많이 하고 왔나 보다. 고전적인 프랑스 도시의 이미지일 것으로 생각했던 내 기대와는 달리 곳곳에는 많은 현대식 네모난 건물과 한창 개발 중인 공사 현장들이 도시의 품격을 낮추고 있었다. 하지만 눈에 띄는 것은 이곳 시민들의 태도였다. 파리와는 사뭇 다른 느낌에 내 관심은 이제 도시의 미관보다는 이곳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해가 중천에 뜬 더운 날, 우리는 좁은 인도를 천천히 걸으며 신시가지를 구경하고 있었다. 열심히 떠들다 무심코 뒤돌아보니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한 프랑스 소녀가 수줍게 나와 눈이 마주쳤다.  우리 뒤에서 아무 말도 못 하고 느린 발걸음에 맞게 전동보드 속도를 줄이고 조용히 따라오던 소녀.. 놀래서 얼른 비켜주니까 재빠르고 경쾌하게 Merci!(고맙습니다!) 하며 빛의 속도로 사라진다.


다음 날 아침은 유명한 카페에서 맛있는 빵과 음료를 주문하고 빨대가 보이지 않아 직원에게 묻는데, 대충 알아듣고는 얼른 빨대를 내어준다. 그 영어단어가 익숙하지 않은지 잠시 후 내 테이블로 와서는 아주 공손히 빨대 영어 발음을 묻던 아르바이트 소녀. 그녀의 장래가 밝다 느꼈다.


프랑스인들의 외국인에 대한 매너는 익히 유명하다. 그들은 영어를 사용할 줄 알면서도 외국인에게 불어를 쓰는 애티튜드(attitude)를 보여준다. 물론 여행하는 나라의 언어를 미리 알아가는 것도 여행자의 매너지만 영어는 이제 만국의 언어이고 그들이 영어를 알아들을 수 있다면 굳이 불어로 대답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이제는 세대가 바뀌나 보다. 어린 세대들은 대부분의 프랑스인이 가진 높은 콧대를 스스로 낮추고 아주 열정적으로 영어 공부를 하고 있었다.


어느 곳이든 젊은 세대가 깨어있으면 분명 그 도시는 밝게 빛이 난다.

작가의 이전글 이천 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