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ur Oct 26. 2020

다양한 삶


이곳에는 특별 비행기 편에 145개 국적의 승객이 탑승할 정도로 인종, 문화, 종교적 다양성이 가득한 곳이다. 그에 따라 매 비행마다 도착지 국가에 대한 이해를 꼭 짚고 넘어가곤 한다. 같은 동료로서 서로가 ‘승무원’이라는 업무로 묶여있지만, 각자의 사생활을 들어보면 그들은 참 다양한 삶을 부지런히 살아내고 있었다.


변호사인 애나는 자국에서는 변호사로서의 수입이 형편없어서 두바이에 왔다. 그녀는 변호사이면서 승무원이기도 하다. 음지의 삶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애마는 자기가 신었던 스타킹을 인터넷에 비싼 값에 판다.


화려한 모델 일을 병행하는 캐서린은 내게 명품 샹들리에가 달린 자신의 방 사진을 보여주며 즐거워한다. 그녀에겐 무시무시한 빚이 있지만, 계속 욜로의 삶을 이어갈 것이라 말한다. 진짜 고수는 말이 없는 법. 그는 존재감 없이 지내지만 전 세계의 오지 곳곳, 안 가 본 곳이 없는 전문 사진작가이다.


한 승객은 IT 기업의 관리자이지만 파리에 한 대학에서 계약직 교수로 활동한다. 또 여러 방면의 사업에 몸을 담고 있어, 내가 '하나를 고르자면 어떤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고 하겠냐'라고 물으니 피식 웃으며 자기는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게 좋다고 한다.


이집트 출신 하마스의 꿈은 아이러니하게도 스위스의 난민이 되는 것이다. 그는 정말 진지했다.


당신은 아마 교수일 수도, 환경미화원일 수도, 간호사 혹은 주부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각자 인생에서 가지는 명함에 새겨진 그 직함이 우리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세계의 식료품 시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