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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ur Oct 26. 2020

다툼의 미학


뉴질랜드에서 호주로 가는 짧은 비행시간, 우리는 아주 바쁜 서비스 중이었다. 특히 이 구간에 한국인 단체승객이 많이 탑승해서 나는 특별히 더 서비스에 노력을 쏟았다. 그러던 중 바쁜 서비스는 돕지 않고 불필요한 대화를 나누며, 업무를 방해하고 있는 부사무장에게 정직한 한마디.


아니나 다를까 감히 주니어는 바른말을 해서는 안되었다. 그녀는 불같이 화를 내며 나를 회사에 리포트하겠다며 급히 갤리를 빠져나갔다. 그때부터 팀의 다른 부사무장 두 명은 시간이 있을 때마다 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녀에게 사과하면 모든 것이 깔끔하게 해결될 것이라고. 회사는 시니어의 말을 듣지, 네 말을 듣지 않을 거라고. 


나는 말한다. 괜찮다고. 이 회사가 과연 양쪽의 말을 듣지 않고 징계를 결정한다면 나는 그런 수준의 회사에는 몸담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호텔에 도착해 체크인을 기다리는 동안 아주 듬직하고 조용히 일을 잘했던 한 남자 동료까지 내게 다가와서 달래듯 말한다. 그냥 사과하라고. 그의 한마디에 나는 왠지 울컥하여 그에게 말한다.  '사과라는 건 말이야, 해야 할 때가 있고, 하지 말아야 할 때가 있는 거야!' 그는 내 진심에 놀라 재빠르게 고개를 끄덕여준다.


불편했던 비행 막바지에 그녀가 결론을 냈다. 진급이 다음 달인 나를 ‘위해서’ 리포트를 안 하겠다 말한다. ‘Thank you’라고 답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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