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ur Oct 26. 2020

세계의 식료품 시장


어느 나라를 비행하던 승무원들끼리 그곳에 대해 제일 처음 묻는 말은 ‘호텔 주변에 슈퍼마켓 있지?’이다. 베이스가 두바이라고는 하지만 100시간을 넘나드는 스케줄을 소화하다 보면, 두바이에서는 단지 잠만 자고 일어나서 비행을 갈 정도니, 일상적인 장을 보는 일이나 쇼핑, 여가생활 등은 그때그때 가게 될 나라에서 해결하게 된다.


각 나라의 기후와 성격에 따라 세계의 슈퍼마켓들은 각자 다른 모습, 다른 냄새, 또 다른 물건들을 팔고 있다. 나는 그런 다양함을 눈에 보고 경험하는 것이 참 즐거웠다. 마트의 진열 방식이라던가 전체 디자인의 일반적인 것은 전부 공통으로 일반화가 되었다지만, 그 속에서 아직 빛나고 있는 그 나라만의 것을 찾는 순간 우리는 더 기뻐진다. 이런 ‘다름’을 경험하려고 멀리 여행을 온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글로벌하게 체 인화된 식료품 마트도 편리하고 그 나라의 특색을 충분히 찾을 수 있겠지만, 그곳의 정서를 더욱 느끼고자 오래된 구시가지의 시장으로 간다. 탄자니아의 채소/과일 시장에는 채소와 과일이 반, 그리고 벌레가 반이 있다. 그래도 아이 얼굴만 한 아보카도들과 튼실한 파인애플이 쌓여있는 좁은 흙길을 걸으며 구경하다 보면, 이곳 사람들은 왜 다 덩치가 크고 살결이 탱탱 한지 알 것 같다.


헝가리의 전통 있는 과일 시장은 온갖 색채가 넘치는 과일들로 가득하다. 블루베리도 산처럼 쌓였고, 잘 익은 복숭아는 멀리서부터 벌써 향긋한 냄새가 난다. 수박 반 통, 복숭아 여러 개, 체리 조금. 그리고 기억 안 나는 여러 작은 과일 사서는 낑낑거리며 호텔로 걸어 들어오던 그 여름날. 땀 한 바가지 흘리고 나서 먹은 그 수박의 맛과 복숭아 과즙 얼굴에 다 묻히며 정신없이 먹었던 시간을 잊을 수가 없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한 식료품점에서는 냉동된 아사이베리 한 박스를 너무나 사고 싶었는데, 두바이 집에 가기까지 그 큰 박스를 냉동 보관할 수가 없어 한참을 냉장고 앞에서 고민하던 내 모습이 생각난다. 결국엔 작은 아사이베리 아이스크림 하나 그 자리에서 먹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파리에서는 마트 치즈 코너에서 프랑스 친구가 부탁한 치즈들을 사기 위해 한참을 치즈 냉장 진열대를 들여다보았다. 이 치즈 저 치즈 내게는 다 똑같아 보이는데 브랜드마다, 모양마다, 색깔마다 맛이 천차만별이라 한다.


이번 휴일 아침은 직전에 프랑스에 다녀왔으니 바게트에 치즈, 버터를 올려 먹는다. 다음 휴일은 우간다에 다녀왔으니 거기서 사 온 대왕 아보카도 한 통 잘라 냉장고에 두고는 며칠을 질리게 먹는다. 아직 먹지 않은 새 아보카도는 긴 비행에 가져가 동료들과 나누어 먹는다. 아프리카 산 대왕 아보카도는 언제나 모두에게 인기 만점이다.


이렇게 먹고살고 있으니 처음 내가 승무원을 꿈꾸던 시절, 작은 교회에서 받은 신년 말씀 카드가 생각이 나 감사 기도를 드렸다.


전에는 네가 버림을 당하며 미움을 당하였으므로 네게로 가는 자가 없었으나 이제는 내가 너를 영원한 아름다움과 대대의 기쁨이 되게 하리니 네가 이방 나라들의 젖을 빨며  왕의 젖을 빨고  여호와는  구원자,  구속자, 야곱의 전능자인  알리라. 이사야 60:15-16



온 나라 산지의 먹을 것을 자양 삼아 몸도 마음도 기쁨으로 살찌우는 삶.


누가 그랬다.


좋은 음식은 사람을 선하게 만든다’고.




작가의 이전글 종려나무의 계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