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잊지 못할거야 또 보자, 가고시마

가고시마 한달살기 #끝

by 최씨의 N차 도쿄

2025년 말부터 2026년 초까지 약 한달간의 가고시마 한달 살기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회사에서 일도 열심히 했고, 휴일에도 집에 있기보다는 가고시마의 이곳 저곳을 바쁘게 돌아다녔습니다.


새해 첫날에는 테루쿠니 신사(照国神社)에서 엄청난 하츠모우데 인파를 보고 식겁하기도 했고, 대표적인 관광지인 센간엔(仙厳園)과 사쿠라지마(桜島)는 물론이고, 모래찜질로 유명한 이부스키(指宿)와 온천마을 국립공원 기리시마(霧島)도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조금 특별했던 장소인 조선 도공과 단군신사의 미야미(美山) 마을과 특공평화회관과 녹차로 유명한 치란(知覧)까지. 그리고 대망의 하이라이트를 찍었던 야쿠시마(屋久島)에서 7천년의 삼나무까지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일본 소도시 가고시마는 풍부한 여행지로 가득차 있었고, 나중에는 골프 여행으로도 꼭 한번 와봐야겠다는 결심을 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은 곳들이 많습니다.


아직 가보지 못한 맛집과 카페들. 혼자서는 들어가기 힘들어 포기했던 멀끔한 (오샤레한) 레스토랑들. 이자카야는 혼자서도 곧잘 들어가도, 이탈리안은 좀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좀 더 바쁘게 다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 뿐입니다. 그래도 업무에서도 자유 시간에도 최선을 다했고, 현지인 교류회도 두번이나 찾아갔다는 생각에 뿌듯하기도 합니다. 마지막에는 정신없이 짐을 싸고 직원들과 아쉬운 인사를 나눴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마음이 정말 아쉽고 우울했습니다. 지금도 잘 지내고들 있을지.


마지막으로는 일상적인 것들이 새삼스럽게 보이는, 그런 마지막 몇 일간을 남겨보려고 합니다.



새삼 시로야마공원 전망대에 올라와봤습니다. 가족이 놀러왔을 때 시로야마호텔에서 숙박을 한적이 있습니다만, 따로 전망대는 가본적이 없어서 다시 한번 올라와봤습니다. 공원의 숲과 나무와 어우러진 사쿠라지마의 풍경이 아름답습니다.


시로야마 산 주변에는 메이지 유신의 주역 중 하나인 사이고 다카모리와 관련된 명소가 많습니다. 동상부터 시작해서 세이난 전쟁 마지막 주둔지, 그리고 끝내 자결한 장소 등, 입지도 좋지 않고 역사가 아니라면 볼만한 관광지는 아닙니다만 한번 쭉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사이고 다카모리는 가고시마의 명실상부한 영웅이지만, 한국인 입장에서는 정한론을 외치던 인물이었고, 그 정한론을 외치는 이유를 조선에 살던 일본인들을 조선인들이 죽였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드는걸 보고서는 아무튼 긍정적인 마음이 들기는 힘든 인물입니다.



다른 것보다 사이고 다카모리의 묘에서 본 어느 가족의 사연이 안타까워서 찍어보았습니다. "히라노 쇼스케, 32세의 나이로 세이난 전쟁에서 전사하다. 38세인 첫째형, 36세인 둘째형 그리고 둘째의 아들인 17세와 함께. 히라노 쇼스케는 셋째였으며, 그의 동생도 노베오카에서 전사하였다." 전쟁은 정말 모든 것을 앗아가는 것 같습니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뿐입니다.



한국인 직장 동료들과 번개로 방문했던 야키토리 집입니다. 야키교자가 정말 맛있었습니다.



가고시마를 떠나기 전에 팀장님께서 또 다른 미니 송별회를 열어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토리사시(鳥刺し)를 시켜봤습니다. 가고시마에서 유명한 '닭 사시미'인데 그 동안 도전을 미루다가 마지막에 한번 도전해 보았습니다. 꼬들꼬들한 식감이 강하고 다행히 다른 비린내는 나지 않고 맛있었습니다.


또 마지막으로 덴몬칸 큰길 중앙에 입지한 센테라스(Centerrace)도 방문했습니다. 가고시마 중앙역 근처에서 살면서 'AMU PLAZA'보다도 센테라스를 훨씬 많이 방문했던 것 같습니다. 모던하고 센스있는 매장들이 계속 눈길을 끌고, '가챠가챠노 모리'와 15층의 무료 전망대에 올라가 생기있는 도시의 모습을 자주 감상했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정말 애정하는 센테라스 3~4층 '덴몬칸 도서관', 적적한 저녁에 퇴근하고 바로 들리면 한 시간 반 정도 책을 읽고 작업은 할 수 있었습니다. 도시의 가장 중심부에서 누릴 수 있는 고요함이 너무 좋았습니다. 가고시마 한달살기의 거의 모든 글도 여기에서 작성하였습니다.



이렇게 가고시마 한달살기라는 저만의 작은 프로젝트는 정말로 끝이 났습니다.


현지 직원분들과 더 많이 친해질 수는 없었을까, 아쉬운 마음도 들지만 너무 적극적으로 다가갔다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나름의 예의를 갖추면서 다가가려고 노력했지만 너무 짧은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도쿄는 더 힘들텐데 어쩌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도쿄로 돌아오는 국내선에서는 후지산이 크게 보였습니다. 그리고 육지에서는 요코하나와 가와사키가 차례로 보이고 어지러운 도심이 보입니다. 도쿄에서의 분투기, 일상생활과 다양한 곳들을 방문해보고 많은 글을 남겨보려고 합니다. 그럼 이만 글을 마무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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