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산 가이몬다케(開聞岳)와 나가사키바나의 감동.

가고시마 한달살기#12

by 최씨의 N차 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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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스키에서의 둘째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이부스키 로얄호텔의 전경입니다. 높은 층으로 예약한 덕에 8층 꼭대기 층에서 보는 넓은 바다가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저 멀리 가고시마만 건너편 육지가 보입니다. 노천탕도 바다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비현실적인 풍경이었습니다. 조식은 예쁜 한상차림으로 나왔는데, 사실상 빛좋은 개살구라는 표현이 들어맞는 표현일 것 같습니다. 츠케모노의 종류만 너무 많아서 기본적으로 신맛이 강합니다. 밥과 함께 곁들어 먹는 것도 한 두번이지 손이 잘 안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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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날은 너무 일어난 탓에 이케다 호수에 도달한 시간이 오후 2시였다면, 오늘은 첫 관광버스가 도착하는 시간인 9시 19분 버스에 탑승했습니다. 렌트카를 준비하지 못한자의 여행 동선은 버스 시간표가 짜줍니다. 그렇게 가이몬다케 1합목이라는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습니다. 가이몬다케는 일본 100명산 중에 하나로 꼽히는 험준한 산입니다.


후쿠다 규야의 "일본백명산" 이라는 책에서 가이몬다케는 이렇게 묘사됩니다. "이 정도로 완벽한 원추형도 없거니와 온몸을 바닷속으로 쑥 내민, 이 정도로 탁월한 구조도 없을 것이다. 나는 명산으로 꼽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사쿠라지마에서 보이는 가이몬다케, 이케다호수에서 본 가이몬다케는 확실히 너무 완벽한 세모꼴의 모습이었고, 안개 때문인지 바다 때문인지 색깔이 남색으로 되어있어 꼭 한번 등산해보고 싶은 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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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입은 놀라울 정도로 정말 좁은 길이 이어져 있었습니다. 체력은 좋은 편이지만 등산을 자주하는 편이 아니라 초입부터 풍기는 포스에 역시나 쉬운 산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등산로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4합목까지는 이렇게 좁지만, 가파르지는 않은 길이 계속되었습니다. 높게 자란 나무들 때문에 좀처럼 산 아래의 풍경을 볼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숨을 가쁘게 쉬며 등산을 하다보니 4합목과 5합목 사이에서 처음으로 산 아래 넓은 전경이 펼쳐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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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 6, 7, 8합목으로 올라가면서 점점 더 험준해지고 갑자기 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눈은 부드러운 상태가 아니라 아주 작은 고체 형태여서 옷에 닿을때 특이한 소리가 났습니다. 올라갈수록 산기슭에는 눈이 쌓여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고지대여서 눈이 내렸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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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험준해지고, 바닥에 구멍을 피하고, 사다리를 밧줄을 잡고 올라간 가이몬다케 정상. 발을 제대로 디딜 틈도 없이 험준했습니다. 안개가 자욱하여 넓은 광경을 볼수 없었던 점은 아쉽지만 그 이상의 성취감과 뿌듯함이 마음을 꽉 채우는 느낌이었습니다.


후쿠다 규야의 책을 보면 정상에서 보이는 이케다호수와 나가사키바나가 보였지만 날씨 때문에 멀리 보이지 않았음을 아쉬워했습니다. 저도 똑같은 상황이었는데 올라왔을때에는 안개가 너무 자욱해서 이부스키 근거리는 보였지만 멀리보이지가 않았습니다. 가이몬다케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쌓인 신기한 입지여서 넓은 바다를 볼 수 있기를 기대했는데 조금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정상에서는 2팀 정도가 따뜻한 음료를 마시거나, 라면을 해먹으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산 정상은 특히 더 비좁은 느낌이어서 오랜 시간을 여유롭게 보내기는 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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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7, 8 합목에서부터 이미 내려갈 생각에 걱정이 한시름이었지만 한발짝, 한발짝 신경을 쓰면서 내려왔습니다. 내려오면서 중간에 이벤트가 하나 있었는데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다가 정말 인스타그램 릴스에서 도는 짤처럼 핸드폰이 쑥 빠져서 바닥의 구멍에 슉 빠져버렸습니다. 순간 허 이걸 어쩌지하는 생각과 함께 아 큰일났다. 핸드폰을 새로 사야되나 하는 참담함이 뇌리를 스쳤지만, 구멍을 보니 다행히 핸드폰이 보이는 상황이었습니다. 구멍에 몸을 집어넣어 두다리를 집게처럼 사용해서 핸드폰을 구출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위험천만한 짓이었습니다. 아래에 뱀이나 동물이라도 있었다면... 앞으로 하산을 할때에는 하산 그 자체에 집중하며 내려오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렇게 내려온 땅바닥 무사히 내려올 수 있었던 것, 특히 핸드폰을 잃어버릴 뻔한 사태에 대해서 무한한 감사를 느꼈습니다. 지상에는 눈이 내리지 않았습니다. 다만 길이 너무 좁고 험준한 탓에 온몸이 뻐근함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너무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몸이 젖었는데 바닷바람이 세다보니 너무 추웠습니다. 그렇게 준비되지 않은 자는 오돌오돌떨며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습니다. 가이몬역에는 식당이나 카페가 전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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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몬역에서 오후 3시 7분 버스를 타고 도착한 다음 목적지는 나가사키바나(長崎鼻)입니다. 반도 최남단에 돌출되어 있는 곶으로, 삼면이 바다로 둘러쌓인 파노라마 풍경이 유명합니다. 그리고 이부스키 여행 중 최고의 스팟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니, 일본에서 이런 광경을 어디에서 볼 수 있을까하는 생각입니다. 이케다호수에서는 정적인 가이몬다케를 볼 수 있었다면, 나가사키바나에서는 가이몬다케와 역동적으로 휘몰아치는 파도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구름이 많이낀탓에 흐렸지만 중간중간 내려오는 빛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하늘이 빛과 구름을 통해 피아노를 연주하는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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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몬다케의 완벽한 원추형, 세모꼴 모습은 나가사키바나에서봐도 좌우 대칭이 완벽해서 계속 봐도 질리지가 않았습니다. 그리고 가까이서 봐도 신비로운 남색의 색깔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까이서 보면 초록색 나무인데도 불구하고요. 저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었음에 다시 한번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나가사키바나는 왼쪽으로 한번, 바다로 한번, 오른쪽으로 한번 보다보니 계속 볼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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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사키 바나에는 용궁신사가 있는데 100엔을 내고 조개껍질에 소원을 써서 쌓아놓은 것이 진풍경이었습니다. 한국으로 쓰여진 것도 많았는데 2026년 올한해도 많은 사람들의 소원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저도 하나 써서 넣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걸어서 15분 정도에 위치한 플라워파크가 닫기 30분 전에 도착해 한번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아직 꽃이 만개하지는 않아 아쉬웠습니다만, 예쁘게 꾸며놓아서 볼만했습니다. 건너편에서는 망고 전문점이 있었는데 망고카레, 망고 아이스크림, 파르페 등을 팔았습니다. 여름에는 이부스키 일부 지역 온실에서 망고를 직접 재배를 한다고 하더군요. 추위에 오들오들떨었던 것도 잠시 망고 파르페를 먹으면서 버스 정류장을 기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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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워파크에서 시내로 가는 막차인 오후 5시 21분 버스를 기다리며 보는 하늘도 맑고 좋았습니다. 버스가 올것을 알았지만, 괜히 안오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마음 한켠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렌터카를 빌렸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또 한번 하면서, 그래도 버스 뚜벅이 여행을 정말 100% 성공적으로 해냈다는 풍족함과 함께 이부스키역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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