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시마 한달살기 #13
가고시마에서 한달 살기 프로젝트가 거의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물론 직장 안에서 일본인 동료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솔직하고 편한 얘기 (회사 뒷담화, 인생/직업 등) 를 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뭔가 다른 가고시마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를 찾아보고 있었습니다.
처음 찾아본 것이 가고시마국제교류센터(かごしま国際交流センター) 입니다. 주로 주말에 외국인의 적응을 위한 교류회나, 일본어 강좌들이 있어서 방문해보고 싶었지만, 주말에는 거의 여행을 다녔기 때문에 참가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러다가 몇주 정도 지나고 나서야 "가고시마 카페 회 (鹿児島カフェ会)"라는 교류회를 발견했습니다. 다양한 주제로 매주 여러번 모임을 진행하고 있었으며, 저도 평일 저녁에 2번 방문했습니다.
덴몬칸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첫번째 모임의 주제는 '헤이세이(平成)' 연호에 태어난 사람들만 참가할 수 있는 친목 교류회였습니다. 이런 모임은 또 처음이어서 좀 긴장되었지만 주최자분께서 엄청 활발한 분이라 금방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인이 1년에 1, 2명 정도 방문한다고 합니다. 인스타그램 후기에 제 얘기를 엄청나게 써놨더군요, 그래서 저도 그때 나눴던 이야기들을 좀 남겨보려고 합니다.
처음에 느꼈던 점은 일본에서는 교류회에 나오는 사람도 굉장히 소극적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10명 정도가 참석했는데 소위 E로 보이는 사람은 정말 한명도 없었습니다. 너무 집에만 있어서 이야기를 할 기회가 없어서 나와봤다는 분도 꽤 많았습니다. 취미도 뜨개질(아미모노), 게임하기(원신), 사우나 가기, 물고기 키우기, 베이글집 찾아다니기 등 대부분 정적인 라이프 스타일의 분들이 많았습니다.
특이하게 뜨개질을 열심히 한다는 분이 3명 있었는데, 한분이 말씀하기를 일본에서 르세라핌의 미야와키 사쿠라라는 멤버가 뜨개질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본에서 뜨개질 붐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처음 듣는다는 표정이었지만 어쨌든. 그리고 민망할 정도로 저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해주셔서, 일본어를 어떻게 배웠는지, 군대 다녀온 경험, 회사/회식 문화 등등 많이 떠들었습니다. 그렇게 한시간 반 정도 얘기를 나누고, 모두와 라인 아이디 교환을 했는데 그 이후 개인적으로 연락을 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일본에서 친구 사귀기란 정말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괜한 기대를 했었던 것 같습니다.
두 번째 모임의 주제는 '운동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었습니다. 저도 도쿄에서 몇일 있는동안 하마마츠쵸 F45를 다닐만큼 운동을 많이 하는 편이기도 하고, 일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참석했습니다. 이번에도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운동 얘기도 많이 했지만 다양한 인생 얘기를 할수 있었습니다. 공무원을 그만두고 직장을 다니는 분, 초등학교 교사를 그만두고 복지 관련 일을 하고 있는 분, 5년 다닌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길을 찾아보겠다는 분 등등 인생의 길을 두고 고민하는 건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운동은 아무래도 이런 가운데 건강 관리와 스트레스 해소 등을 위해 많이 활용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헬스장을 열심히 다녔던 것과, F45에 대한 얘기 등 많은 얘기를 나눴습니다. 인생이란 참 어려운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번에도 연락처 교환은 일단 모두 하는 느낌이지만, 연락을 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즐겁게 대화를 하고, 혼자 돌아올 때는 역시 한없는 허무함이 몰려오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친한 친구와 있을때 편안함을 해외에서는 느끼기가 정말 어렵기 때문에 힘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또 이렇게 써놓고 보니 이런 외로운 감정이 특별한 건가 싶기도 합니다. 비록 오늘은 귀가길에 라멘을 먹어버리긴 했지만, 최근에 다시 운동도 시작한 것도 있고, 신체적으로는 건강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