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스키 1편. 이케다호수와 사라쿠 모래찜질(砂むし)

가고시마 한달살기#11

by 최씨의 N차 도쿄

가고시마 한달 살기, 또는 살아남기 프로젝트가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쉬는 날까지 아득바득 살기는 싫지만, 그래도 혼자서 마땅히 할 것도 없고 최대한 많은 곳을 가보겠다는 초심을 지키고자 오늘은 이부스키 여행을 계획했습니다. 가고시마중앙역에서 느지막히 오전 11시 정도에 도착해 이부스키행 열차에 탑승하였습니다. 좀더 일찍 출발하고 싶었지만, 그래도 집밖을 나오는데 의미를 두고 있기 때문에 만족감이 컸습니다. 렌트카가 필요하다고 해서 검색해봤지만 어디에서도 빈차가 없어서 또 다시 뚜벅이 여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어떻게든 되겠죠.


이부스키역에 도착하면, 작게나마 종합관광안내소가 마련되어 있는데 뚜벅이 여행이라면 필수적으로 방문해야할 것 같습니다. 직원분이 정말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구글 지도에는 나와있지 않은 관광버스 시간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 시간표가 계절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방문하여 정확한 시간표를 받은 것이 신의 한수였다고 생각했습니다. 버스 2일 이용권을 3천엔으로 구매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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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스키역에서 부근을 검색하니 초주안(長寿庵)이라는 일식집이 있었습니다. 지역에서 상당한 맛집인 것 같습니다. 입구부터 풍기는 고즈넉한 분위기에 반했습니다. 다양한 메뉴가 있었는데 야키우동을 오래만에 시켜보았습니다. 물론 굽거나 볶은 우동은 아니고 국물을 좀 자박하게 끓인 우동인데 일반 우동과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별미입니다. 시코쿠 일주할때 많이 먹었던 것 같은데 가고시마에서는 처음봐서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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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동안 이동을 책임져줄 관광 순환 버스입니다. 하루에 4왕복밖에 하지 않기 때문에 하루를 전체적으로 계획해야합니다. 여행 계획을 내가 짜는 것이 아니라 버스시간표가 짜주는 느낌입니다. 돌이켜보면, 막차를 탈때 혹시라도 시간표가 잘못되어 안오면 어쩌지라는 조바심이 들었습니다만 첫편부터 마지막편까지 1~2분 오차로 제때 도착해주었습니다. 첫 목적지는 규슈 최대 규모의 칼데라 호수인 이케다호수(池田湖)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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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스키역에서 이케다호수까지는 버스로 1시간이 넘는 시간이 걸리다보니 도착하니 오후 2시였습니다. 관광할 시간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니 아쉬웠지만 그래도 너무 만족스러웠습니다.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도 보였고 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케다호수는 뒷편으로 보이는 가이몬다케와 함께, 길게 조성된 공원과 카페, 그리고 유채 꽃밭이 있어서 강변을 따라 산책하면서 구경하기에 너무 좋았습니다. 날씨는 고지대로 올라와서 그런지 조금 추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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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호수 한번 보고, 유채꽃밭 한번 보고, 가이몬다케 한번 보고, 호수랑 꽃발이랑 봤다가 꽃밭이랑 가이몬다케 봤다가 요렇게 저렇게 보다보니 시간이 너무 금방 가더군요. 날씨는 구름이 많아 흐린 날씨였는데 푸른 하늘이었으면 더 멋있겠지만 싶다가도, 가끔씩 구름 사이로 흘러나오는 빛이 신비롭고 아름다웠습니다. 이케다호수 버스 정류장에서 약 20~25분 걸어가면 '황금 토리이'라는 신사가 있는데, 뭔가 궁금해서 가봤는데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개그적인 요소가 많아서 재미있었습니다. 촉박한 일정이었다면 가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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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 그렇게 이케다호수 관광을 마치고 돌아가는 버스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서 히라키키신사(枚聞神社) 까지 걸어가보기로 했습니다. 40분 정도면 금방 걸어갈거라 자만했지만 이내 큰 후회를 하게됩니다. 길이 험하기도 하고, 바닥에 자갈이 많아서 잘못 발을 딛으면 발바닥이 뚫릴 것 같이 아팠습니다. 렌터카를 미리 예약하지 않은 떠나고 보자는 식의 여행의 폐해를 잠시 느꼈지만 열심히 걷고 걸어서 신사에 도착했습니다. 신사 자체는 특별할 것은 없었지만 신사 초입에 놓여있는 코마이누(狛犬)가 인상 깊었습니다. 우리나라 해태처럼 신사 앞에 주로 놓여있는 동상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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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키키신사 앞에서 시내로 가는 막차를 기다렸습니다. 설마 안오면 산중에 고립되어 버리기 때문에 초조했지만 버스가 오는 것을 보면서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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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버스를 타고 내린 곳을 스나무시회관(砂むし会館) 입니다. 그리고 사라쿠 (砂楽)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2층에서 티켓을 구매하고 안내되는 경로에 따라 자연스럽게 탈의실 → 모래찜질 → 온천 순서로 이동하게 됩니다. 알몸에 유타카만 입은 상태에서 모래찜질을 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니 바람이 굉장히 심해서 유타카가 벗겨질 것 같아 당황스럽고 들어가자마자 눕고 묻혀지는 당혹스러움도 잠시 뜨끈한 모래의 열기에 잠시 정신을 내려놓으니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몸은 뜨겁지만 시원한 바닷바람이 얼굴을 차갑게해서 오래 버틸만 했습니다. 그렇게 약 15분 정도를 보내고 일어나니 유타카가 땀으로 온통 젖어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온천에서 몸을 녹이고 나오니 어둑한 저녁 7시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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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처음 맞이한 오후 7시의 이부스키는 정말 충격적으로 칠흙같은 어둠이 드리웠습니다. 대중교통도 전무해서 역시나 렌터카가 필요하다는 말이 맞았다는 생각도 잠시, 히다카(日高)라는 식당을 발견했습니다. 늦은 시간에 도착하여 정식 메뉴는 없다고 안내를 받았지만 나마비루와 함께 여러가지 메뉴를 시켰는데 단연코 진짜 맛있었습니다. 사시미도 신선하고 좋아하는 유데토후도 지금까지 먹어봤던 유데토후 중에서 가장 맛이있었습니다. 정말 만족스러운 식당 선택이었습니다.


2차로는 또다시 칠흙같은 어둠을 뚫고 평점이 높은 라멘야에 방문했는데 그저그랬습니다. 행색이 명백한 한국인이었는지 일본인 직원분께서 "한국에서 오셨어요" 라고 말을 걸어주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한국어 공부중이냐고 물어봤더니 "공부하고 있어요"라고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말하더군요. "잘 먹었습니다"라는 인사와 함께 이부스키 로얄 호텔로 이동하였습니다. 정말이지 귀신 나오는 줄 알았습니다. 렌터카가 없어서 이동이 자유롭지는 않았지만 정말 더할나위가 없는 여행이었다고 돌이켜봅니다. 그렇게 도착하자마자 대짜로 뻗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여행해서 풍족했던 2일차 여행은 다음 편으로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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