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말, 알록달록한 꽃은 시들었지만 화창한 날씨와 푸른 나무들이 아름다운 요즘입니다. 비도 자주 오고 추울때도, 더울때도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활동하기 좋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해리포터를 좋아하는 친구가 도쿄에 오게 되어 워너 브라더스 스튜디오 티켓 예매를 해두고 드디어 오게 되었습니다.
워너 브라더스 스튜디오 튜어는 영화 세트장, 소품, 의상 등을 전시해놓은 영화 자체에 관한 박물관입니다. 실제 영화 세트장을 볼 수 있는 영국보다는 감동이 덜하기는 하겠지만, 규모 면에서는 도쿄가 훨씬 크다고 합니다. 다녀온지 일주일이나 지났는데도 아직도 감흥이 남아있는 것을 보면 확실히 충격적이었던 것 같고, 또 방문해서 자세히 보고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 아래부터는 해리포터 영화에 관한 스포일러를 대박적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
이케부쿠로에서 조금 북쪽으로 올라가서 도착한 도시마엔 역에서 도보로 1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습니다. 정면으로 보이는 해리포터 마크는 보기만해도 머리속에 자연스럽게 OST가 흐릅니다. 저 부분만 그래픽 이미지로 보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간단한 보안 검사를 진행하는 로비에서부터 헝가리 혼테일이 맞아줍니다. <불의 잔>에서 해리포터가 첫번째 미션에 맞닦뜨린 과제에서 맞닦뜨린 용입니다. 알을 빼앗아야하는 미션에서 지팡이만 소지할 수 있었는데, 결국 지팡이로 빗자루를 소환해서 혼테일을 따돌리게 됩니다. 하늘에서 빗자루가 날아올 때의 그 순간은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시원시원하게 넓고 신비로운 느낌의 로비. 호그와트 연회장과 기념품 가게가 발길을 유혹하기는 하지만 마지막에 즐기는 것으로 하고 예약한 시간에 맞춰 입장하였습니다.
초입에는 영화에 관해 전반적으로 훑어주는 Intro 같은 느낌으로 크고 작은 브로마이드가 걸려있습니다. 지나갈 수록 주인공들이 커가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편은 단연 <마법사의 돌> 입니다. 부엉이부터 시작해서 지팡이와 빗자루 9와 4/3 승강장, 움직이는 계단과 사진, 퀴디치 등등 모든 상상력이 펼쳐지는 모습이 너무 신선하고 좋았더랍니다.
전세계 다양한 언어로 번역된 영화 브로마이드 입니다. 잘 보이는 곳에 한국어 버전의 <비밀의 방>도 있습니다.
다음으로 연회장 (Great Hall)입니다. 촛불이 위 아래로 움직입니다.
연회장 앞쪽에는 역시나 기숙사 배정 모자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방배정만 하고 학기 내내 쉬는 꿀보직인 줄 알았더니 <비밀의 방>에서는 그리핀도르 마법사만 뽑을 수 있는 칼도 꺼내주고, 죽음의 성물편까지도 나와서 고생하는 역할입니다.
호그와트 성 내부에 움직이는 계단을 구현해놨습니다. 머리 위쪽으로 계단이 움직이는데 생각보다 웅장합니다.
그리고 그리핀도르 기숙사도 잘 구현을 해놨습니다. 해리포터와 론이 주로 생활하는 침대라던지, 시리우스가 마법을 통해 대화하는 화로도 볼 수 있습니다.
<아즈카반의 죄수>에서 교수가 된 해그리드가 수업 때 소개하려고 했던 '벅빅' 입니다. 처형을 당할 뻔했지만 헤르미온느가 타임 터너를 써서 구출해냅니다. <아즈카반의 죄수>도 타임루프물까지 나와서 정말 재밌게 봤던 편입니다. 마지막에 디멘터로부터 자신을 구한 사람이 아버지가 아닌 자신이었다니.. 여튼 벅빅은 머리를 좌우로 흔들고 몸도 움직이는데 꽤나 리얼했습니다.
중간에 외부로 나올 수 있는 휴게 공간이 있습니다. 휴게 공간에서 마저도 볼게 많아서 정말 정신 차리기가 어렵습니다. <마법사의 돌>에서 나왔던 체스 경기장, <비밀의 방>에서 9와 4분의 3 승강장이 막혔을 때 론이 운전해서 호그와트로 날아온 자동차까지. 론이 아무리 뻘짓을 해도 2화가 끝난 시점부터 제게는 쭉 호감 케릭터였습니다.
얼음 버터 맥주입니다. 알코올이 아니고 어린 아이들도 마실 수 있는 음료입니다. 플라스틱 컵을 집으로 가져갈 수 있게 되어있는데, 컵을 씻을 수 있는 곳과 담아갈 수 있는 비밀 봉투까지 마련되어 있어서 디테일에 감동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해그리드의 집도 보고, 해피포터가 시리즈 거의 마지막까지 살던 더즐리네도 있고 안 쪽이 대박입니다.
더즐리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아래 쪽에 있던 해리포터가 살던 곳입니다. 엄청나게 좁고 더즐리 이눔시끼가 계단을 쿵쿵쳐서 먼지가 떨어지는 장면이 너무 인상깊게 남아 있습니다. <마법사의 돌>에서 이모부가 호그와트 입학 편지를 계속 압수하자 수백 수천개의 우편이 집안으로 쏟아지는 명장면까지 잘 구현되어 있습니다.
킹스 크로스역 입니다. 왼편 벽쪽에 9와 4분의 3 승강장이 붙어 있어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캐리어가 벽 안으로 반쯤 들어가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기둥으로 들어가는데 벽에 붙어있는 점이 좀 아쉽습니다. 넓고 시원스러운 공간을 만들기 위해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기차 안에도 들어가볼 수 있습니다.
킹스 크로스역 근방에는 기념품 가게가 있는데, 외부에 있는 기념품 가게에는 없는 한정판 굿즈도 있다고 하니 정말 미칠 노릇입니다. 상품 진열대 윗편, 상품이 진열되어 있지 않은 공간에도 여러가지 소품으로 꽉꽉 채워두었습니다. 빈틈이 없게 준비했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지팡이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박스별로 어떤 모양인지는 진열대 앞에 전시되어 있는데 지팡이가 모양, 색깔, 길이가 모두 다르다보니 하나하나 찬찬히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지팡이는 스스로 소유자를 고르니 때문에 그 소유자가 아니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마지막에 볼드모트가 해리포터에게 아바다 카다브라를 쓰고도 죽이지 못했던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합니다.
후반부로 가면 마법부가 등장합니다. 스튜디오 구성도 영화의 흐름과 비슷하게 후반부에 등장하도록 세팅한 것 같습니다. 마법부 직원들이 출퇴근할 때 이용하는 벽난로 입니다. <죽음의 성물>에서 해리, 론, 헤르미온느가 위장 잠입을 할때에서 화장실 앞에 줄서서 한명씩 변기 안쪽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다소 충격적이었습니다.
다음도 마법부 입니다. 볼드모트가 <죽음의 성물>에서 마법부를 장악하고 난 이후의 모습입니다. 밑에 깔려있는 건 머글을 상징합니다. 'Muggles in their rightful place'로 순수 혈통의 퓨어 블러드만 중시하고 일반 머글이나 혼혈은 머드 블러드라고 하면서 핍박할 것이 너무 자명한 모습니다. 볼드모트가 무서워서 순응하고 사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만 아마 저였어도 반항하지 못하고 순응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마법사의 돌>에서 해그리드가 해리포터와 첫 대면할 때에 해리포터의 생일이었는데, 투박하지만 정성스럽게 만든 케이크입니다.
도비와 크리쳐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승강장도 막고 밉상이었는데 나중에는 해리포터를 구출하다 죽기도 하는 가슴 아픈 케릭터입니다. 집요정 제도는 없어졌으면 좋겠네요.
다이애곤 앨리입니다. 해리포터의 부엉이 해드위그도 보이고, 옷가게, 지팡이가게도 보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낮과 밤이 전환됩니다.
마지막에 하이라이트로 호그와트 전경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마법사 세계의 어른들은 도대체 뭘 하고, 볼드모트와의 싸움은 모두 호그와트에서 이뤄졌습니다. 어른들은 모두 순응해버리고, 학생들과 교수들만 맞서 싸우는게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마법사의 돌>에서 배를 타고 호그와트에서 도착하는 작은 성이 있고, 마지막 전투 때까지도 등장합니다. 시리즈 내내 등장하는 다리도 보이는데 마지막에 네빌이 적들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폭파 시켜버리기도 합니다. 360도 돌면서 영화에 나왔던 장면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것이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아즈카반의 죄수>에서 론 형제가 해리포터에게 준 호그와트 지도입니다. 사람들의 발자국이 지도에 나타납니다. 이 지도도 마지막까지 역할을 톡톡히 해줍니다.
<비밀의 방>에서 역할을 톡톡히 한 덤블도어의 피닉스입니다. 눈 마주치면 죽어버리는 바질리스크와 맞설 때 눈을 공격해서 해리포터에게 기숙사 배정 모자를 건내준 역할인데 처음 시리즈를 봤을때 마지막에도 나올 줄 알았으나 나타나주진 않았습니다.
마지막까지 사람의 혼을 쏙 빼놓는 기념품 점입니다. 공간 자체도 엄청 크고 구역별로 컨셉도 나뉘어져 있어서 기념품점 자체가 하나의 관람 콘텐츠입니다. 골든 스니치에 쓰여 있던 "I open at the close"는 해리포터의 죽음을 의미하는 것을 깨닫고 마음이 굉장히 슬퍼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내내 고생만하다가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인 걸 깨달은 해리포터가 또 다시 죽음을 각오한 순간이 너무 불쌍했습니다.
다시 찾아온 연회장입니다. 학생들이 모여서 밥도 먹고 공부도 하는 장소인데 푸드 코트로 활용한게 너무나 브릴리언트하고, 음식도 파고 디저트도 팔고 있습니다.
배보다 배꼽이 크다고 굿즈를 20만원 어치를 구매해버렸습니다. 랜덤한 상품이 들어가 있는 상품도 2개 개구매했는데 제가 제일 원했던 개구리 초콜릿이 바로 나와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나머지 하나는 다른 친구를 줄 예정입니다.
너무나 좋은 관광을 마치고,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귀가합니다. 날이 화창하고, 특히 평일이어서 사람도 조금 덜해서 특히 스튜디오를 만끽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