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시 로쿠, 스시 메구리, 스시 덴
<긴자 (銀座)> 하면 명품 쇼핑과 럭셔리한 츄오도리가 떠오릅니다. 그리고 이런 화려함 속 골목골목에는 고급 음식점들이 숨어있습니다. 화려하게 뽑내는 거리와 함께, 숨길수록 그 우아함이 부각되는 맛집들이 공존하는 것이 긴자의 매력입니다.
최근 블로그나 구글맵을 통해 쉽게 검색할 수 있지만, 그래도 막상 예약하기엔 결심이 필요한 것이 스시 오마카세 입니다. 저도 사실 몇 년전에 긴자에서 스시 오마카세에 갔을때 너무나도 고압적인 분위기에 무슨 맛인지도 모르게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방문한 세 곳은 달랐습니다. 긴자 특유의 품격은 유지하되, 긴장을 풀어주는 친근한 환대 덕분에 '긴자도 이제 관광객 친화적으로 변하고 있구나'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저녁을 즐길 수 있었던 스시 오마카세 맛집 세 곳을 추천 순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 추천 1 : 스시 로쿠 (銀座 鮨 魯久), 편하고 친근한 분위기에 스시를 많이 먹을 수 있음
○ 추천 2 : 스시 메구리 긴자 (鮨めぐり), 24절기에 맞춘 개성있는 스시/생선 메뉴, 개성이 강함
○ 추천 3 : 긴자 스시 덴 (銀座 すし傳), 차분하고 고급스러운 히노키 카운터, 아카즈 샤리 사용
일본 음식을 좋아하지만 스시 자체에 그렇게 조예가 깊지는 않은 저로서는 제일 즐겁고 좋았던 <긴자 스시 로쿠> (銀座 鮨 魯久) 입니다. 저녁 18,000엔 코스로 친구와 함께 다녀왔습니다. 밝은 분위기와 정중하면서도 친절한 셰프와 함께 "스시 오마카세"의 취지에 맞게 스시를 많이 먹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통창으로 되어있어서 프라이빗한 느낌은 부족하고, 한국인이 많아서 김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여긴 현지인은 안오는 곳인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6시 타임 세 팀이 있었는데 모두 한국인이었고, 7시 타임에 일본인 테이블 한 팀 외 모두 한국인이었습니다.
그래도 너무 좋은 분위기에 매너 좋으신 셰프님이 친절하게 해주시고, 직원분들도 너무 친절 그 자체였습니다. 어려운 오마카세 스시 장르에 좋은 인상을 남겨줄 수 있는 장소인 것 같습니다.
처음에 나온 메뉴는 입맛을 돋구는 마구로 스미소 (マグロ酢味噌, 식초 된장)와 카츠오 & 타치우오 (가다랑어 & 갈치) 입니다. 니혼슈 중 Ohmine 쥰마이다이긴조를 추천 받았는데 참 산뜻하고 좋았습니다.
다음은 츄토로 (참의 중뱃살), 쿠에 (자바리 또는 다금바리) 입니다. 쿠에 스시는 처음 먹어봤는데 호불호 없이 쫄깃하게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맛이었습니다.
삿포로 프리미엄 화이트 시로호노카. 진짜 맛있었습니다.
샤케 (연어)와 카니와 우니 (게와 성게알) 입니다. 게살과 우니의 조합이 맛있었습니다.
쫄깃했던 시로에비 (백새우)와 이쿠라 (연어알) 입니다.
사바 (고등어), 이카 와 카니 (오징어와 게) 입니다. 사바의 경우에는 개인적으로 너무 크면 비린맛 때문에 잘 즐기지 못하는 편인데 김을 싸주어서 편하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이것도 아무래도 한국인 맞춤 메뉴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우나기 (장어)와 사와라 (삼치) 입니다. 우나기를 먹었을 때 확신이 들었던 것은 이 집은 유자를 많이 쓴다는 것입니다.
왼쪽은 잘 기억이 나지 않고, 오른쪽은 토로 (뱃살)과 이쿠라입니다. 이런 조합 메뉴가 한국인 저격 메뉴가 가아닌가 하는 느낌이 계속 듭니다.
토치기현 유즈슈(ゆず酒)에 소다와리로 주문했습니다.
롯쿠 > 미즈와리 > 소다와리 다 준비되어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장국.
아오모리산 성게알 입니다. 이것을 마지막으로 맛차 쿠즈모치 (抹茶 葛餅, 말차 칡떡)이 제공되고 오마카세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스시는 13개 종류가 나왔고, 그 외에도 주로 사시미 종류, 튀김 1개 메뉴로 '스시'를 많이 먹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뒤에 소개해드릴 다른 오마카세집은 스시 외에도 요리 음식이 많아서 좋기도 하지만 아쉽기도 합니다.
이 집은 셰프가 그릇을 손님에게 넘겨주면서 서'아리가또 고자이미스'라고 인사를 해주는데 그렇게 인사를 하는 곳은 처음봤습니다. 그리고 사바를 김으로 싸준다던가, 한국인이 일반적으로 좋아하는 네타 (재료)가 주로 구성되어 한국인 맞춤이라는 생각을 지울 순 없지만, 후회없고 리스크 업고 호불호 없이 즐길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다음으로 추천해드릴 스시 오마카세 맛집은 스시 메구리 (鮨めぐり 銀座) 입니다. 이 집은 <24절기> 컨셉에 진심인 곳입니다. 24절기 마다 계절감있는 재료들로 계절 요리와 스시를 구성합니다. 사시미, 계절 요리 5~6가지, 스시는 8 종류로 구성되어있습니다. 가격은 16,500엔.
절기에 따라 메뉴가 바뀌는 것 뿐만 아니라, 매년 식재료와 구성이 바뀝니다. 같은 절기라도 작년의 지금과 올해의 지금 제철인 식재료가 다르다는 셰프의 철학이 담겨 있었습니다. 제가 간 날은 경칩 (啓蟄)으로 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로, ます (송어) · 蛤 (대합, 하마구리) · 竹の子 (타케노코, 죽순) 였습니다.
조개는 3개 종류가 훌륭하다며, 아카가이 (피조개), 미루가이 (왕우럭조개) 그리고 나이스가이 (Nice Guy)가 있다는 하하 웃지 않을 수 없는 개그와 함께, 직원분들도 한국어를 능숙하게 하셨고 시종 티키타카를 하면서 밝은 분위기가 연출 되었습니다.
참고로 앞에 있는 스크린에 띄우는 화면, 그리고 장소에 배치되어있는 꽃도 다 절기에 맞춘 것이라고 합니다.
셰프님은 야마가타현 출신으로 해당 지역의 술을 많이 쓴다고 하셨습니다. 어느 니혼슈의 나마자케를 추천받아서 마셨는데, 나마자케는 열처리를 하지 않아 보관이 어려워 보관이 중요하다고 하고 정말 산뜻하고 맛있었습니다.
깊은 맛이나는 삶은 조개와 함께, 죽순으로 만든 국물 요리였습니다. 본연의 깊은 맛이 좋았습니다.
다음으로는 죽순 구이로 쫩쪼름한 소스에 덧발라져 맛있었고, 다음으로 송어 사시미가 나왔습니다. 눈이 즐겁고 창의적인 메뉴가 좋았습니다.
에비와 오징어 꼬치 구이입니다.
다음으로는 마스 (송어) 스시와, 코하다 (전어) 입니다. 전어는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친구는 잘 먹더군요.
네타가 시원시원하게 컸던 세우와 마구로.
꼬들꼬들한 아카가이 (피조개) 입니다.
4시간을 푹 고아 깊은 맛이 났던 해산물 장국과 대합 (하마구리) 스시 입니다. 부들부들하니 맛있었습니다.
음식을 먹는 내내 떠들석하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아마 제가 일본어를 어느 정도 하는지라 더 좋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이 집은 절기에 따라 어떤 메뉴가 나올지, 어떤 요리가 나올지 기대하는 재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반대로 어떤 메뉴가 나올지에 대한 예상이 어렵습니다. 저는 조개가 많이 나와서 좋기도 했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조개보다는 스시 메뉴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한곳은 스시 덴 입니다. 오마카세 코스 18개 메뉴로 구성되고 가격은 14,800엔입니다. 히노키로 제작된 카운터가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방문한 세 군데 중에서는 가장 차분하고 프라이빗한 느낌이었습니다.
이 집의 특징은 아카즈 (적초) 샤리로 갈색 빛이 도는 점과 샤리가 좀 따뜻했던 것 같습니다. 회 2종, 초밥 10점과 함께 전채/구이/말이 등 다양한 요리로 구성되었습니다. 왁자지껄한 분위기는 아니지만 셰프님이 친절하고, 메뉴도 한국어로 설명해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입맛을 돋구는 신맛의 에피타이저와 나마비루를 시켰습니다.
다음으로 사시미와 마다이(真鯛, 참돔) 스시입니다.
츠케 마구로와 아지 (전갱이) 스시입니다. 전갱이는 비린맛 때문에 고명으로 파, 생강을 올린다고 합니다.
맛깔나게 구운 연어 구이
시마아지 (흑점줄전갱이) 스시와 타이라가이 (키조개) 스시 입니다. 꼬들꼬들 하니 맛있었음.
미니 연어 돈부리와 꼬소한 참깨 두부 입니다.
금색 빛이 예쁜 킨메다이 (빛금눈돔) 스시와 우니입니다.
참치랑 붕장어 입니다.
박고지 마키와 마지막으로 와라비 모찌가 제공되었습니다.
스시 덴의 경우에는 이번에 방문한 세군데의 스시 오마카세 중에서도 가장 저렴하고 구성도 알찼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샤리가 따뜻해서 스시의 싱싱함이 살짝 반감되는 느낌이라 아쉽기도 했습니다. 이 집의 특징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도 남은 기간 더 많이 방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