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개한 벚꽃보다 떨어지는 벚꽃이 더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30대 중후반의 나이와 관련이 있는 것인지.
4월 중순, 한창 벚꽃 놀이로 들뜬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은 것 같습니다. 혈기왕성한 젊은 친구들은 아직 남아있는 벚꽃을 찾아다니는 반면 저같은 외톨이 외노자는 진즉에 꽃놀이 셧더를 내렸습니다. 일교차가 있기는 하지만 날씨도 많이 따뜻해졌습니다. 이를 가장 체감할 수 있는 곳은 집 앞에 코메다 커피인데, 1달 전까지만 해도 항상 20분 대기가 필수였는데 지금은 언제가도 널럴합니다. 이제는 따뜻해졌으니 다들 나가서 노는 것이겠지요. 4월 들어 거리에는 새까만 정장에 단정하게 머리를 한 신입사원 무리들을 쉽게 볼수 있습니다.
그런데 뭔가 분위기가 좋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3월말에 있었던 이케부쿠로 선샤인시티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 20대 남성이 아르바이트를 하던 여성의 목을 본인의 목과 번갈아가며 찌른 살해 후 자살 사건, 피해자는 할수있는 보호조치는 다 했지만 사회는 범죄를 막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계속 뉴스에 나오는 교토부 난탄시에 어느 소년이 실종된 사건입니다. 몇 주간 미스테리한 실종 상태였지만, 결국 오늘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보도되면서 모두들 탄식을 금치 못했습니다.
물론 당연히 이 두가지 사건만으로 일본 사회가 흉흉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마음이 좋지 않은 것도 사실이고 흉흉한 느낌도 듭니다. 인구가 집중되어 있는 만큼 미친 사람의 절대 숫자도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지난주에는 두 번이나 전철 플랫폼에서 괴성을 지르며 뛰어다니는 사람을 봤습니다. 전철 문이 열려있는 상황이었는데 빨리 문 닫아라, 빨리 문 닫아라 속으로 외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소리가 아직도 소름이 끼칩니다.
일상적으로도 비정상적인 사람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카페에서 하품을 커헙 커헙 하면서 '과도하게' 크게 하거나, 길을 걸어가면서 손가락으로 이빨을 닦는 사람도 볼수 있었고, 요새 화제인 어깨빵도 당할뻔 했습니다. 엄청 덩치가 큰 사람이었는데 몸을 급격하게 틀어서 간신히 피했습니다. 제가 사선으로 가고 있는 상황이긴 했습니다만, 아마도 어깨빵을 하는 사람들은 "나는 직선으로 가고 있으니 부딫이는 건 너의 잘못" 이라는 마인드로 앞만보며 직진합니다. 당할뻔한 입장에서는 정말 화가 났습니다.
브런치북 <도쿄 영화관> 에서 연재 중인 것과 같이 최근 '신주쿠 테아토르'라는 영화관에서 <도쿄도피행> <염상>이라는 영화를 관람하였습니다. 도요코 키즈라는 가출 청소년들에 관한 내용인데, 가출하는 이유로 주된 이유가 가정 폭력입니다. 최근 롯폰기 힐즈에서 남성이 어린 딸의 머리를 (다른 사람 안보이게) 무자비하게 때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어린 아이는 정말 힘든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회사에서는 엄청 예의있는 사람이겠죠.
도쿄의 이면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여기도 사람이 사는 사회이고, 그만큼 문제도 많은 사회이겠거니.
그래도 살아나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코엔지에서 방문한 카이센 (貝せん) 이라는 조개 전문점에 방문했습니다.
刺 (사시미), 焼(야키), 蒸 (무시) 세 가지 조리법으로 다양한 조개를 맛볼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5종 모리아와세를 시켰더니 오른쪽 위부터 츠부가이 (고동), 홋키가이 (북방조개), 아카가이 (피조개), 토리가이 (새조개) 등 정말 식감과 맛이 다양한 만족스러운 경험이었습니다. 만약에 일본에서 특별한 경험을 원하는 친구가 있다면 조개 전문점을 한번 데려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8년전 유학을 했을 때 가장 좋아하는 규동집이 '마츠야' 였는데 이제는 만족감이 많이 덜하고, 마츠노야 라는 브랜드에 빠졌습니다. 마츠야 계열 회사에서 론칭한 브랜드인데 정말 너무 맛있습니다. 돈카츠 정식도 맛있지만 카츠동도 맛있습니다. 최근에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었다고 하는데 작년에는 '카츠야'라는 브랜드를 점포수로 제쳤다고 합니다. 무말랭이가 너무 맛있는 '카츠야'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카츠동 브랜드입니다만 제 주변에 없기에 마츠노야를 주 2회는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와서 빠진 브랜드가 진마파두부 (陳麻婆豆腐) 라는 브랜드인데 정말 너무 좋아합니다. 입이 알싸해지는 마파두부를 기본으로 가치볶음, 볶음밥, 슈마이, 면까지 정말 너무 중독성이 있고, 항상 사람들로 북적이는 맛집입니다. 한국에서는 고급 중식당으로 가야 맛볼 수 있는 풍미인데 여기서는 보급형으로 나와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사람 사는 곳 비슷한 것 같습니다. 맛있는 거 먹으면서 버티는 수밖엔 없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