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8주차 일상 #
도쿄에 온지 8주차, 3월말 ~ 4월초는 가히 '벚꽃 주간'이라고 할만큼 절정을 이룬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3월 19일에 일본 기상청에서 공식적으로 개화를 선언한지 일주일 정도가 지난 시점입니다. 그리고 3월 마지막 주 월요일부터 비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말이 마지막이니 꼭 보러가야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습니다.
아쉽게도 벚꽃이 절정이었던 3/28~29일은 밀린 업무를 하느라 이노카시라 공원 한 곳만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역시나 배우신 분들의 말씀대로 푸른 하늘에 만개한 벚꽃이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그리고 예보대로 그 다음주 비가 오기는 했지만 벚꽃이 많이 남아있었습니다. 바쁘지만 좋은 한주를 보낸 것 같습니다.
< 도쿄 8주차 요약 >
○ 3월 29일 키치죠지 이노카시라 공원
○ 4월 4일 나카메구로
○ 4월 5일 야나카묘지 벚꽃길
○ 4월 5일 지도리가후치 라이트업
먼저 벚꽃이 만개한 3월 마지막주 주말에 유일하게 다녀올 수 있었던 키치죠지 이노카시라 공원입니다. 호수가를 둘러 만개한 벚나무를 따라 한바퀴 걸으며 산책하기에 좋았습니다. 행복해보이는 가족과 사진을 찍는 연인들 사이로, 업무에 밀려서 일하러 가야만 했던 저는 찌푸린 얼굴을 하고 돌아다니던 모습이 떠올라 아쉽습니다.
일본 사람들이 가장 살고 싶어하는 지역인 키치죠지, 역시나 가족 단위의 나들이가 많았습니다. 부모님을 모시고 온 가족, 아이들과 함께 꽃구경을 나온 사람들, 그리고 친구들 연인들은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호수를 둘러 사람들은 쭉 늘어서 있었고 사진을 찍는 스팟에서는 좀 정체되기도 했습니다. 호수에는 오리배가 많고 각 가족들의 아빠들이 열심히 페달을 굴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돗자리를 펴고 앉아서 오손도손 얘기할 수 있는 것도 이노카시라 공원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같이 도시락을 먹거나, 맥주 한잔하는 모습이 행복해 보입니다. 평화로운 주말 나들이로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 혼자서 돌아다니려니 외롭기도 했었습니다. 아쉽지만 파란 하늘로 찍은 벚꽃놀이는 이번이 마지막이었습니다.
다음주 월화 비가 을씨년스럽게 내렸고 주말에도 비 소식이 있었습니다. 4월 4일 토요일이었는데 아침 일찍은 잠시 개는 시간이 있어서 오전 8시에 일찍 나카메구로로 출발했습니다. 주말 오전이 너무 쉬고싶기도 했지만, 벚꽃 구경을 아직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좋지 않았던 차였습니다.
나카메구로는 시부야에서 한번 더 갈아타야해서 교통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찾아올만한 가치가 단연코 있었습니다. 나카메구로 보육원 (中目黒駅前保育園)에서 이케지리오하시역 까지 길게 늘어선 메구로강 양 쪽으로 벚꽃이 늘어선 모습이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웠습니다.
다리 가운데서 사진을 찍으면 아무렇게나 찍어도 아름답게 나오기에 멈춰서지 말고 지나가달라는 안내가 붙어 있습니다. 아마 지난주에는 발디딜틈도 없이 사람으로 가득 찼던것 같습니다. 제가 찾아간 4월 4일의 오전에는 다행히 그렇게 북적이는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여유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길가에는 분홍빛의 등불 (ぼんぼり)들이 위화감 없이 쭉 늘어서 있었습니다. 매년 1~2월에 접수를 받고 5천엔을 지불하면 원하는 메시지를 등불에 써준다고 합니다. 어디에 걸려있을지 알 수가 없어서 찾아다니는 재미가 있고 최근에 K-POP 아이돌 이름을 걸어놓는게 유행이라고 합니다. 저도 우연히 투바투 팬을 한명 발견했습니다. 왠지 모르게 반가운 느낌이 있습니다.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에 왔습니다. 나카메구로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스벅으로 향해서 대기를 등록했습니다. 세계에서 2번째로 큰 스타벅스 리저브이고 쿠마 켄고가 설계했다고 하여 한번쯤 와보고 싶었습니다. 번호표를 뽑고 이메일을 등록하면 대기자 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고 입장 메일이 오면 1시간 안에 매장 입구로 가면 됩니다. 오전 9시 시점에 대기자는 90명에 육박했으나, 한참 구경하다보니 약 30분만에 입장 안내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빵 맛은 놀라우리만큼 정말 평범했습니다.
JR 닛포리 인근에는 야네센 이라는 지역이 있습니다. 야나카, 네즈, 센다기 세개 지역을 합쳐 부르는 명칭입니다. 외국인 관광객은 거의 없는 비교적 조용하고 한적한 마을이었습니다. 거리에는 예쁜 중고 서점이 많아 홀린듯이 몇군데 들어가다보니 책을 두권이나 사버렸습니다. 네즈 신사를 가볍게 둘러보고, 성시경 넷플릭스에 나오는 야나카 긴자라는 곳도 가봤는데 좁고 사람이 많아서 크게 실망을 할 무렵 기대하지 않았던 벚꽃길에 도착했습니다.
야나카 묘지라는 뜻밖의 장소에 벚꽃 명소가 있을지 상상도 못했습니다. 친구를 따라온 저는 기대를 하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도착 후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사람도 적고 외국인은 아예 없는 현지인의 벚꽃 명소였습니다. 한적하게 벚꽃 구경을 할 수 있었던 정말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7천개소의 묘지가 있는 장소에 아름다운 벚꽃 거리가 조성이 되어있고 무덤 근처를 사람들이 공원처럼 여유롭게 구경하러 오는 것인데 그 간극이 굉장히 새롭게 느껴졌고, 이색적인 공간으로 자리를 잡은 것 같습니다. 지나 다닐 때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일본 에도 막부의 마지막 쇼군이었던 도쿠가와 요시노부 등 역사적인 인물들의 묘소도 있다고 합니다.
또 스타벅스에 왔습니다. 지난 3월 28일에 새로 생긴 스타벅스인데 갤러리형 스타벅스합니다. 작품도 많이 걸려있었고, 창문도 액자처럼 외부 전경을 바라볼 수 있는 이보다도 힙할수 없는 장소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사람도 북새통을 이뤄서 앉지는 못했지만 다음에 꼭 한번 들러보고 싶습니다. 그 외에도 가야바 커피라는 전통있는 카페도 있다고 해서 이래나 저래나 야네센은 다시 한번 꼭 와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들린 곳은 황궁 옆 한조몬역 근처의 지도리가후치 녹지입니다. 황궁도 도쿄역 방면에서는 몇번 왔었고, 황궁런을 하면서 지나간 적은 있는데 이렇게 황궁 반대편으로 온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이 날은 하늘도 도와줘서 분홍빛 하늘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벚꽃을 본다기 보다는 인공적인 조명의 색깔을 보는 느낌이기도 했고, 사람들로 굉장히 북적이기도 해서 엄청난 감흥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일본이 라이트업을 워낙에 잘해서 확실히 한번쯤은 찾아볼만 한 것 같습니다. 화려함 그 자체입니다.
마지막은 도쿄 타워로 마무리해보겠습니다. 3월에는 벚꽃색의 라이트업을 합니다. 월별로 색깔을 바꾸는데 4월에는 초록색으로 바뀌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