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6주차 일상 # 매화 축제 3선
도쿄 6주차 일상
1. 도쿄 일상의 행복, 매화 축제 메구리
ㆍ분쿄 (文京) 매화 축제 @유시마텐만궁 (2/8 ~ 3/8)
ㆍ세타가야 (せたがや) 매화 축제 @하네기공원 (2/7~3/1)
ㆍ요시노바이코 (吉野梅郷) 매화 축제 @우메노공원 (2/21~3/22)
일본에서 꽃 구경 이라하면 두말할 것 없이 벚꽃을 떠올리겠지만, 벚꽃보다 1~2달 정도 먼저 시작하는 꽃의 향연이 있습니다. 바로 2월에서 3월 중순 정도까지 활발하게 열리는 매화(梅, 우메) 축제입니다.
3월 3주 현재 매화 축제는 이제 거의 끝을 향해 달려가지만, 벚꽃은 그저께 3월 19일에 기상청에서 개화가 시작되었음을 발표하였습니다. 기간이 거의 겹치지 않는 상황에서 벚꽃과 매화 중 하나만을 고르라고 한다면 벚꽃이겠지만, 매화 축제도 마음껏 구경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도쿄에서 보내는 일상의 행복이 아닐까 합니다.
제가 다녀본 도쿄 세 곳의 매화 축제는 개성이 뚜렷하고, 외국인 관광객의 숫자가 적은, 축제라기 보다는 일본 현지인들의 일상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번주에는 행복했던 매화 꽃놀이를 기록해보겠습니다.
♬ 분쿄 (文京) 매화 축제 @ 유시마텐만궁 (2/8 ~ 3/8)
도쿄 분쿄구 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유시마텐만궁은 근처에 우에노공원이 있어서 같이 둘러보기에 좋았습니다. 인근 '구 이와사키 저택 정원'도 같이 볼 수 있었습니다. 유시마텐만궁(湯島天満宮)이 정식 명칭이지만, 유시마텐진(湯島天神)으로도 불리는 이 신사는 헤이안 시대의 문인이자 관료인 '스가와라노 미치자네'를 모시는 신사입니다.
이번에 처음 알게된 사실은 천만궁(天満宮)이 붙은 신사는 모두 '스가와라노 미치자네'라는 학문의 신을 모시는 신사라는 것입니다. 교토에서 유학을 했을 때 다녀왔던 기타노텐만구, 후쿠오카에서 정말 유명한 다자이후텐만구에서도 같은 신을 모신다는 것을 처음 알게되었습니다. 유시마텐만구는 일본 3대 텐만구에도 들어가지 못한다고 합니다. 텐만구가 일본 전국에 많은 이유는 아마도 학업 성취를 하고자 하는 마음은 한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2월 28일, 축제 기간의 한 가운데 방문했습니다. 야타이 등 축제 분위기가 물씬 풍겼지만, 매화는 만개한 상황도 아니고 저물어 가는게 보였습니다. 사실 꽃 구경보다는 3월말 대학 입시 결과가 발표되고, 새 학기가 시작하는 4월 이전에 학문의 신에게 소원을 빌기위해 방문하는 것이 주 목적일 것입니다.
꽃 구경은 뒤로하고 학문의 신에게 참배하려는 인파들도 북적였습니다. 다음 사람을 위해 간단하게 자기 차례에 기도를 마치고 빠르게 빠져나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학문의 신사이니 만큼 엄청난 양의 에마(絵馬)가 붙어져 있는 공간이 압권이었습니다. 에마의 위로 계속 이어 붙이다 보니 수북히 쌓인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서울 남산 타워의 자물쇠 덩어리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그래도 꽃이 펴 있기 때문에 최대한 줌을 해서 예쁜 사진을 남겨보려고 애씁니다. 가까이서 찍으니 그럴듯하게 나옵니다.
♬ 세타가야 (せたがや) 매화 축제 @하네기공원 (2/7~3/1)
세타가야구에 위치한 하네기공원에서도 3월 초까지 매화 축제를 열고 있었습니다. 매화나무 공원이 따로 조성되어있고 근처 역이름도 우메가오카 (梅が丘), 매화 언덕이라는 역이 있을 정도로 매화로 유명한 지역임에 틀림 없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공원을 가보고 느낀 점은 역시 꽃 구경 보다도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러 온 어린아이 동반 가족 단위 지역 주민이 정말 많다는 것입니다. 좀 돌아다녀보니 하네기공원에는 '플레이 파크'라는 놀이터와 같은 공간이 있는데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불도 피울 수 있는 공간도 있어서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체험형 놀이터 느낌이 강해서 여긴 매화가 아니더라도 주말에는 항상 비슷한 모습이겠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출산이 심하다는 뉴스가 맞나 싶을 정도로 어린이로 가득했던 플레이파크를 지나 매화 공원으로 가면 많은 매화 나무 종류가 예쁘게 조성되어 있습니다. 2월말에 와서 그런지 만개했다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종류별로 관람하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사실은 이번 축제도 분쿄 매화축제처럼 매화가 만개를 한 느낌은 아니라서 최대한 줌을 해서 사진을 많이 찍었습니다. 멀리서 보면 좀 듬성듬성한 느낌이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 볼수록 예쁩니다. 이참에 매화 품종 공부도 해봅니다. 흰색 매화는 白加賀 (시로카가), 빨간 매화는 紅梅 (코우바이) 가 많았습니다.
♬ 요시노바이코 (吉野梅郷) 매화 축제 @우메노공원 (2/21~3/22)
올해 마지막으로 다녀온 매화 축제는 도쿄도 오메(青梅)라는 지역에 있는 요시노바이코 매화 축제입니다. 중앙선을 타고 출근하는 저로서는 항상 반대편에 오메(OME) 방면 지하철을 타곤 하는데 지난주 타카오 (TAKAO)에 이어 오메 (OME) 까지 방문하면서 나름대로 도쿄의 방방곡곡을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비가 오고 구름이 많이낀 날씨라서 하늘색의 버프를 받지는 못했지만, 정말 예쁘고 넓은 공원이었고 매화 색깔 종류별로 고루 분배해서 형형색색의 꽃이 전체적으로 봤을때에 굉장히 조화롭고 아름답습니다. 색깔의 배치를 참으로 일본스럽게 세심하게 고려한 느낌이 들어서 가까이서 봤을 때에도 예쁘지만 멀리서 함께 봤을 때 더욱 아름답고, 공원이 언덕 형태로 되어있어 한바퀴 크게 돌면서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우메노공원 관광을 마치고, 오메 관광을 시작했습니다. 오메 관광을 하고 나서야 깨닫은 것이지만 주위에 정말 가보고 싶은 명소가 많았습니다. 일본에 있는 1년 동안 한번 더 와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보면서 주위 관광을 시작했습니다. 오메 지명의 유래가 된 매화 나무가 있는 콘고우절 그리고 중간에 위치한 가마노후치 공원도 산책하였습니다.
그리고 우메노공원 근처에서는 코바이엔이라는 유명한 화과자집이 있습니다. '춘분의 날' 휴일에 방문해서 그런지, 사람들이 모두 팥죽 (おしるこ)을 먹더군요. 춘분에는 팥이 들어간 음식을 먹고 대표 음식으로 보타모치(ぼたもち)라는 과자를 먹는데 그 이유는 팥의 붉은색이 액운을 무찌르는 다는 말도 있고, 팥으로 조상님을 공양하는 풍습.
저도 주위 사람들처럼 오시루코를 먹을까 고민했지만, 그래도 오메까지 온 것 코바이엔의 대표 메뉴를 먹기로 했습니다. 이름하여 청매실 쿠즈키리 (青梅葛きり, 아오우메 쿠즈키리)입니다. 칡전분으로 만든 납작한 면을 매실 소스에 찍어먹는 것인데, 예상은 했지만 굉장히 새콤해서 전부 먹기가 조금 힘들었습니다. 정신이 확드는 맛으로 몇입은 괜찮지만 계속 먹으면 물리기 때문에 둘이 와서 오시루코랑 하나씩 먹으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비도 오고 쌀쌀한 날씨에 오메 관광을 마친 이른 저녁, 식사를 가볍게 떼우고 싶은 마음도 싶었지만 그래도 특별한 걸 먹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찾아본 도미라멘 맛집, 라멘이츠키 본점에 조금 무리해서 들렸습니다. 도미시오라멘 시원한 국물이 너무 좋았습니다. 아마 도쿄에 와서 먹은 라멘 중에 최고였을 정도입니다. 鯛おこわ (도미 찹쌀밥)을 시키니 점원분께서 라멘하고 같이 먹을지 아니면, 라멘을 다 먹고 시메(しめ)로 먹을지 물어보더군요. 기호에 맞게 도미 국물을 부어서 먹으라고 합니다. 라멘을 먹고 중간 중간에 찹쌀밥에 국물을 뿌려 먹으니 너무 맛이 있고 제대로 힐링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3월 3주차, 기상청에서 벚꽃의 개화를 공식적으로 발표하면서 봄이 왔음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히터와 전기장판을 트는 빈도도 확연히 줄어들고 틀더라도 금방 더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벚꽃이 곧 개화하면서 친구들과는 꽃놀이 일정을 잡기 바쁩니다. 이런 시기에 저는 일본에 살고 있어서 매화 구경을 열심히 해서 굉장히 만족스러운 기분입니다. 벚꽃이 오기도 전에 꽃 구경을 충분히 했다는 느낌. 물론 벚꽃도 열심히 구경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