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5주차 일상 # 다카오산 히와타리 축제, 한일 영화관의 여행
도쿄 5주차 일상
1. 3/8 타카오산 (高尾山) 히와타리 축제
2. 영화관 Stranger 한국 영화전 (日韓映画館の旅) @Stranger
입춘이 지나고 3번째 봄인 경칩이 들어선 시점이지만 아직까지도 낮엔 쌀쌀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국에 비하면 따뜻할 것인데 그 사이 일본 날씨에 적응이 되었나 봅니다. 환절기라서 그런지 전철에 타면 주위에서 코훌쩍이는 소리가 많이 들려, 잠시 벗었던 마스크를 다시 써봅니다. 쌀쌀해서 움직이기 싫은 요즘, 매년 3월의 두번째주 일요일에 개최되는 타카오산 (高尾山)의 '히와타리 마츠리(火渡り際)'에 다녀왔습니다.
하치오지시(八王子市) 타카오산은 도쿄 도심으로부터 서쪽으로 한참가야 만날 수 있습니다. 행정구역 상으로 엄연한 도쿄도에 속하지만. 23구(区) 외 다마 지역으로 불리며 별개의 지역으로 구분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확실히 도쿄를 여행했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지만, JR 중앙선 통근쾌속선을 탑승하니 도쿄 도심에서 50분안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KEIO 타카오선을 타도 신주쿠 직통으로 50분이면 도착할 수 있습니다.
다카오산입구역 앞입니다. 하늘이 아주 쾌청했습니다. 너무 예쁜 거리를 여유있게 거닐어 보았습니다.
축제에 가는 길에는 타카오산 케이블카 탑승 또는 등산을 위해 오가는 사람들, 연인과 가족들, 그리고 히와타리 축제로 향하는 사람들도 복작이고 있었습니다. 들뜬 분위기 속에서 예쁜 카페에 들려 테이크 아웃을 하고 축제 장소로 향했습니다. 위치는 왠걸 주차장 (高尾山祈祷所 駐車場)을 찍고 가면 된다고 해서 긴가민가 했습니다만, 사람들을 따라 자연스럽게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행사 시작 약 한시간 전인 12시경에 도착했습니다. 앞으로 불태워버릴 '호마단(護摩壇)' 이라는 제단을 중심으로 무대가 넓게 펼쳐져 있었습니다. 제단 바로 앞의 자리는 기증자들로 보이는 VIP들만 앉을 수 있었고, 주위에서 제단을 구경할 수 있는 앞쪽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은 이미 시작되어 있었습니다. 돗자리가 펴져 있었는데, 아마 등산하기 전에 돗자리를 펴놓고 타카오산에 올라갔다 오는 것 같았습니다. 행사가 시작되도록 도착하지 않아서 좀 약이 오르기도 했습니다.
저는 다행히 돗자리 바로 뒤에 서서 전경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행사를 바쁘게 준비하는 관계자 및 수행자분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습니다.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호마단을 불태운 후, 그 위를 맨발로 건너는 히와타리(火渡り) 의식인데, 사전 대기표 배부는 이미 오전 9시에 끝났다고 합니다. 그래도 마지막에는 누구나 건너볼 기회가 있다고 하니 기다려보겠습니다.
오후 1시 정각이 되자 고둥소리와 함께 마침내 행사의 막이 올랐습니다. 살짝 웃기기도한 맥빠진 소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야마부시(山伏) 라고 불리는 절의 수행자들이 도열하여 입장하고, 불문을 읊는 가운데 호마단을 향해 창으로 찌르고, 칼로 베고, 활로 쏘는 등의 의식을 진행했습니다. 아마도 액운을 무찌르는 의식이 아닐까 합니다. 마지막에는 주지 스님으로 보이는 사람이 기증자 목록을 아주 빠르게 속독을 하는걸 보고 대단하는 생각과 함께 기부를 하는 사람이 아주 많음에 새삼 놀라웠습니다.
정말 시간을 잘 지키는 일본답게 오후 2시 전까지 길고 길었던 기증자 목록을 낭독을 마치고, 드디어 점화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긴 막대기 끝에 불을 붙이고, 호마단 밑 쪽으로 깊숙히 집어넣자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는 야마부시들이 호마단을 전부 태우는 미션이 시작되었습니다.
높이 타오르는 불길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살면서 이정도 활활 타오르는 불을 본적이 없습니다 (어렸을때 수학여행에서 캠프파이어 정도?). 한참을 수행자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모든 걸 태우기 뛰고, 물을 뿌리는 의식을 계속 진행했습니다. 울려퍼지는 염불과 함께 멍하니 불타오르는 호마단을 바라보면서 나의 액운도 함께 사라져주길, 올 한해도 안녕하길 바래봅니다.
불길이 치솟아 검은 연기가 관람객들 위로 덮치기도 했습니다. 언덕 위쪽에 서 있던 제 쪽으로도 불길이 왔는데 특히 타는 냄새가 나지는 않았습니다. 편백나무라고 하는데 오히려 좋았고 그렇게 약 30분 정도가 지나니 불길이 잦아들었습니다.
주지 스님을 필두로, 야마부시들이 히와타리, 즉 불을 건너는 의식을 진행하는데 사람들의 웃음이 터지기도 했습니다. 수행자들도 바닥이 뜨거웠는지 체면을 지키지 못하고 뒤뚱뒤뚱 뛰어가는 모습이 우스꽝스럽기도 했습니다.
뒷편을 쳐다보니 히와타리를 기다리는 일반 참가자들이 줄을 지어 있었습니다. 호마단이 불로 활활 타오르는 장관을 보지도 못하고 계속 뒤에 서있었다는게 좀 안타깝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너무 줄이 길어서 진행자 분께 한번 여쭤봤습니다. 마지막에 서있다가 짤리면 낭패일 것 같았는데, 짤리거나 하지 않고 마지막 인원까지 모두 히와타리 체험을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사람이 너무 많은 관계로 잠깐 매화 꽃 구경을 하고 돌아오니 거의 대기열이 해소된 상태였고, 바로 히와타리를 할 수 있었는데, 긴장된 상태로 발을 디딘 순간, 아, 너무 늦었구나, 바닥은 너무 차가웠습니다. 잠깐이나마 긴장을 했던게 너무 민망하고, 확실히 일찍오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나눠준 물티슈로 바닥을 닦았습니다.
모든 행사를 친 수행자들은 별도원이라는 곳까지 행렬을 지어 복귀하였습니다. 저는 아쉬운 마음에 마지막까지 관람을 하였습니다. 귀가하는 길에는 여전히 불길이 눈앞에 선했습니다.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도쿄의 진짜 축제를 본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로컬 이벤트들을 더욱 많이 다녀봐야겠습니다. 올 한해 운이 좋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일본에 와서 영화관을 총 네 번 다녀왔는데 일본 영화는 고로에다 히로카즈의 '기적'과 이상일의 '국보' 두편입니다. 그리고 SNS에서 발견한 미니 영화제, '한일 영화관의 여행'을 발견하고, 너무 반가운 나머지 꼭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한일 영화관의 여행'은 제1회로 개최된 '커뮤니티 시네마 페스티벌'로, 독립 영화관과 시네마 테크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일본 전국 각지에서 공동으로 개최하였다고 합니다. 여기서 제가 본 영화는 '해피앤드'와 '무너지지 않는다' 2편 입니다.
해피앤드는 한국에서도 관람해서 2회차 관람인데 또 봐도 재미있었고, 시각적으로나 청각적으로나 예술성이 돋보이는데 메세지는 굉장히 투박하고 직설적입니다. 재일한국인 특별영주권 상시 휴대, 참정권 문제, 차별 문제 (비국민 낙서) 등등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아마 일본 사람들이 보기에는 불편할 것 내용들을 직접적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대지진이 올 것이라는 불안한 상황도 최근 일본과 오버랩되는 면도 있고, 관동대지진 때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며 학살을 만행한 과거를 지적하듯이 사회가 불안정할수록 외국인 혐오가 나타는 사태에 경고를 하는 듯 했습니다. 세련된 디스토피아 영화로 한번 더 봤을 때 다양한 케릭터들과 메시지들이 전달이 더 잘되었습니다.
두번째 시청한 영화는 '무너지지 않는다' 라는 독립 영화입니다. 일본에서 이름은 '원주 아카데미 극장의 기록'인데 제목만 봤을때는 왜 이런 영화를 일본에서 상영하지 싶었는데, 독립 영화와 역사를 존중하고자 하는 영화제 취지와에 적합한 영화였습니다.
'원주 아카데미 극장'이라는 60년의 역사를 가진 영화관에 관한 내용인데, 원주시에서 극장을 철거하고서는 주차장을 지으려는 행태에 맞서는 시민사회의 모습이 잘 담겨 있습니다.
뭔 대단한 것을 짓나 싶었는데 결과물을 보니 정말 뭐 이런 주차장을 위해서 전통을 짓밟았나 싶습니다. 전통을 중시하는 일본에서 관람하니 더욱 아쉽습니다. 일본에서는 역사 문화제는 몇년이 걸려도 보수를 해서 보존을하지 철거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시청이라고 하고 행정 업무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이슈는 한심하기 그지없습니다. 저는 이런 사실을 모른채 지나갔지만 극장을 지키기 위해 마지막까지 노력한 분들의 노고에 존경을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