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일상] 일본 천황탄생일, 오데마시 행사 참관

도쿄 3주차# 일본 천황탄생일 공휴일, 한일교류회, 오오토야의 한국식당

by N차 도쿄

도쿄는 매일 매일이 축제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는 팝업스토어나 이벤트, 그리고 축제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요번 주 도쿄의 최대 행사는 'TOKYO 마라톤 2026'입니다. 참가 신청이 작년 일찍이 마감한 관계로 지원해볼 기회가 없었습니다만, 주위에 신청한 사람들도 떨어진 사람들이 많아서 그렇게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이 외에도 요코하마에서는 에반게리온을 테마로한 대규모 이벤트가 있었고, 에비스에서는 몇주에 걸쳐 영상제를 개최했는데, 업무와 적응으로 바타바타(ばたばた)하는 바람에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 대신에 이번주에 이벤트의 끝판왕인 천황탄생일 (天皇誕生日) 행사 참관을 할 수 있었습니다. 포함해서 3주차에 정리해볼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도쿄 3주차 일상

1. 2/23 일본 천황탄생일 일반 참관 @궁내청 일반참관 안내

2. 도쿄에서 열리는 한일교류회에 참석하다

3. 오오토야(大戸屋) 한국요리 페어 전 메뉴 먹어보기 @오오토야




IMG_8712.JPG


2월 23일은 일본 천황 나루히토의 생일로, '천황탄생일' 공휴일입니다. 나루히토는 일본의 126대 천황으로, 2019년 5월에 즉위하였습니다. 이전의 아키히토 천황의 생일은 12월 23일으로, 나루히토의 즉위로 2019년 12월 23일은 휴일에서 평일로 바뀌었습니다. 천황이 바뀌면 공휴일도 변경되는 시스템입니다.


일단 직장인으로서는 쉬는 날은 두팔 벌려 환영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일본에서 특별한 경험을 해보고자 일찍 일어나 천황이 거주하는 황거 (皇居)로 향했습니다. 도쿄역에서 내려 황거 쪽 출구로 나오니, 일반 참관에 참가하는 인파들이 몰려 있어서 길을 헤메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천황탄생일 오전에는 3차례 (10:20, 11:00, 11:40)에 걸쳐 오데마시 (お出まし) 이벤트가 진행됩니다. 저는 제2회 시간에 맞춰 도착했습니다. 오데마시를 사전에 찾아보니 '높은 분이 행차하시거나 오시는 것을 높여 부르는 것'인데, 천황탄생일에서는 황거의 장화전 (長和殿) 베란다에 나와 천황을 포함한 황실 인사들이 얼굴을 비추고 메세지를 전하는 행사였습니다.


IMG_8714.JPG
IMG_8716.JPG


인파를 따라 들어가다 보면 황거 앞 광장 (皇居前広場)에 도착하게되고, 간단한 짐 검사를 진행합니다. 관계자들과 경찰로 보이는 사람들이 사방에 깔려있어 엄중한 분위기를 주지만,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는 없이 가족 단위 관광객, 외국인 관광객도 자연스럽게 입장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오른편에는 제1회 행사가 끝났는지 사람들이 우르르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IMG_8721.JPG
IMG_8723.JPG


짐검사가 끝나면 정문 이시바시를 건너 이중교(二重橋)를 지나 황거 장화전 (長和殿)에 도착하게 됩니다. 외람되지만 황거 안 경치는 좋았습니다. 일반 참관이라 아무런 제약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괜히 긴장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한국의 근현대사를 봤을때에 강제병합의 역사가 있고, 천황의 전쟁 책임에 대해서도 오랜 논쟁이 있기 때문에 스스로도 천황탄생일 행사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좀 눈치가 보이는 일이었습니다.


IMG_8731.JPG


황거에 도착했습니다. 삼엄한 경비가 갑자기 누군가 다가와 어디에서 왔냐고 물어보면 어쩌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각자 허공을 바라볼 뿐 대놓고 관람객들을 감시하는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아무래도 일본에서 천황탄생일이라는 축하해야할 날에 참관자와 시비가 붙는 등의 일은 피하고 싶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경비 인파가 엄청 많아 유사시에 대응하겠다는 목적은 분명했습니다.


그리고 입구에서부터 일장기를 무료로 나눠주기 때문에 일본인 남녀노소는 물론이고 서양인 외국인들을 중심으로 일장기를 열심히 흔들고 있기 때문에 위압감이 더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아마도 일장기를 흔들지 않은 사람은 저와 제 앞에 있던 중국인 관광객들 정도일 것입니다. 확실히 엄청나게 큰 행사여서 그런지 뒷편에는 미디어에서도 엄청나게 많이 왔습니다.


20260223_114150.jpg


시간이 되니 천황 및 주요 인사가 등장했습니다. 가운데에는 천황 나루히토와 마사코 황후, 왼편에는 천황의 동생인 후미히토 황사 (皇嗣) 부부가 있고, 오른 편에는 순서대로 천황의 장녀 아이코, 후미히토의 차녀 가코, 장남 히사히토 입니다. 현재 천황이 아들이 없는 관계로 동생인 후미히토가 천황 계승 1순위, 후미히토의 장남인 히사히토가 2순위 라고 합니다.


후계 1위 동생이 59세, 2위가 동생의 아들로 19세라고 하니 아직 1순위/2순위만 있을뿐 다음 황제가 누가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천황의 장녀인 아이코는 후계 자격이 없다고 합니다. 이런 관계도 자체가 외국인 입장에서 정말 신기할 따름입니다.


인자한 인상의 천황은 시종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고, 홋카이도 지방을 포함한 동북지방 폭설에 대한 위로와 함께 모든 사람들에게 따뜻한 봄이 되었으면 한다는 짧은 메신져와 함께 끝났습니다.



천황의 메시지가 끝나자 정말 소름이 돋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일종의 바람잡이인데, 약 30명의 사람들이 '천황폐하 만세'를 외치고 있었습니다. 한명이 선창을 하면 나머지 사람들이 복창을 하고, 몇번을 반복한 뒤에 선창을 하는 사람을 교대하는 방식입니다. 흔들리는 일장기를 같이 보고있자니 DNA에 남아있는 트라우마가 일렁였습니다. 사실 이번 행사에 오고 싶지 않았던 이유기도 하면서도, 이런 경험을 언제 해보냐는 생각입니다.


IMG_8746.JPG


그렇게 행사가 끝나고 나왔고, 그제서야 몸의 긴장이 풀렸습니다. 坂下門 (판하문) 쪽으로 걸어나왔고 내려오는 길에 제3차 행사를 대기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한국인이자 외국인으로서 일본 천황에 대한 감성은 이해할 수가 없는 부분이 많지만, 일본에 온 만큼 그냥 공휴일이니까 마냥 쉬기보다는 이런 체험을 해볼 수 있었던 것이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도쿄에는 정말 많은 한일교류회가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이나 'X'에서 한일교류회 또는 日韓交流会를 검색하면 정말 많은 교류회가 나옵니다. 게시글의 일정을 확인하고 구글 폼을 통해서 신청하고, 이메일로 참가 확정 안내를 받는 형식입니다.


그리고 짧은 시간 내에 여러 교류회에 세번이나 참가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언어 교환 형식의 교류회, 그냥 게임하고 놀면서 친해지는 교류회 그리고 같이 봉사활동을 하는 교류회로 성격이 모두 달랐는데, 정말 신기했던 점은 한국어를 공부하고 관심이 많은 친구들이 정말 많았다는 점입니다. 한국에 유학을 다녀오기도 하고, 독학을 하기도 하는데 10년 전보다 훨씬 많아진 느낌입니다.


1월 가고시마에서도 2번의 교류회에 참석했고, 도쿄에서 한달 동안 세번의 교류회에 참가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교류회에서 친구를 사귀기는 하늘의 별 따기 인것 같고. 즐겁게 이야기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심각한 후유증이 몰려오는 것도 비슷했습니다. 평소에는 아무 생각이 들지 않다가도, 교류회 끝나고 집에 돌아올때 특히 이렇게 외로웠었나 하는 감정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래도 3번의 교류회 중에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참가하고 싶은 모임을 하나 발견하였습니다. 주최하시는 분의 철학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고, 후유증이 있더라도 현지 사람들을 알아가려는 노력은 계속해야겠습니다.





제가 정말 사랑하는 오오토야 (OOTOYA, 大戸屋)라는 프렌차이즈 식당에서 "한국 식당" 페어를 하고 있습니다. 2월 13일부터 3월 31일까지 진행하고 조기 마감이 될수 있다고 합니다. 오오토야는 요시노야/마츠야/스키야 보다는 가격이 좀 있고 한 단계 위라고 볼 수 있는데, 제가 10년전 도쿄에서 유학할 때부터 자주 찾았던 음식점이기도 합니다.


20260224_222406.jpg
20260223_201438.jpg


그런 오오토야에서 '한국 식당'이라는 테마로 메뉴판까지 정성스럽게 제작해서 판매를 하고 있으니 정말 너무 감사한 마음이고, 나름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서 약 2주에 걸쳐서 메인 메뉴 3개를 먹어보았습니다. 한국의 식재료로 ニラ(부추), 白ネギ (파, 중에서도 흰색 부분), セリ(미나리), 唐辛子(고추), 떡볶이 떡, 고추장을 소개한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20260213_191045.jpg
20260213_191039.jpg

먼저 양념치킨 (ヤンニョムチキン) 정식 (1,320엔).. 양념 치킨에 밥 비벼먹는 치밥도 아니고 장국하고 같이 정식으로 먹는건 또 처음이었습니다만, 아무래도 일식의 느낌으로 식사를 하다보니 크게 위화감은 없었습니다. 보이는 그대로 겉을 바싹 하게 튀긴 닭다리살에 단 맛이 강한 양념치킨으로 한국 양념 치킨을 기대하면 안되겠지만 맛나게 먹었습니다.


20260223_203404.jpg
20260223_203400.jpg

다음으로는 철판 매운 된장 삼겹살 (サムギョプサル)입니다. 3개 메뉴 중에서는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약간 고추장 불고기 처럼 고기 전체적으로 매운 소스를 바르고 살짝 태운 짭쪼름한 맛입니다. 쌈장 소스와 김치도 달아서 좀 아쉬웠지만 만족스러웠습니다.


20260224_223438.jpg
20260224_223810.jpg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 메뉴, 두유 닭 한마리입니다 (豆乳タッカンマリ). 주문할 때 손이 가지 안았던 메뉴로 가장 '두유'를 넣었다는 점에서부터 불안감이 들었습니다. 먹으면 먹을수록 올라오는 향신료의 향긋함이 이것은 아무래도 한식은 아니다 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지금 일본에서는 마라탕이 유행 중인데, 그 유행 까지 잡으려 한 것인지. 마지막까지 먹기는 조금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오오토야, 난 의리를 다했다.

화요일 연재
이전 02화[도쿄 일상] '룩백' 전시회, AI시대에 그린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