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일상] '룩백' 전시회, AI시대에 그린다는 것

도쿄 2주차 : 아자부다이 힐즈, 니혼바시에서 야키토리, 1차 황궁런

by N차 도쿄

도쿄에서 근무를 시작한지 2주차. 회사에서는 전반적인 분위기를 파악하고, 스스로의 비루한 입지(잡부 비슷한)에 대해 한탄하면서도, 퇴근 후와 주말에는 어디를 가면 좋을까 설레는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도쿄에서 출퇴근을 하고 편의점에서 간식을 사고,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보면 여기가 외국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익숙함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이렇게나 프랜차이즈 카페가 많고, 편의점이 많은 곳이 한국과 일본 외에 있을까요, 유사한 점이 정말 많다고 느끼는 하루 하루 입니다. 2주차 기록해볼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도쿄 2주차 일상

1. 영화 '룩백' 전시회 @아자부다이힐즈

2. 니혼바시(日本橋)에서 오랜 친구들과 야키토리 맛집가기 @야키토리 후지야

3. 1차 황궁런 @10 over 9 RUNC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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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부다이 힐즈 갤러리에서 애니 '룩 백' 전시회를 3월 29일까지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체인소맨'으로 유명한 후지모토 타츠키 원작, 오시야마 키요타카가 감독으로 탄생한 애니메이션입니다. 한국에서도 광팬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처음에는 팝업스토어 정도로 생각하고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왠걸 엄청나게 큰 감동을 받고 말았습니다. 이를 갈고 준비한 것 같고, 입장료 2,500엔이 아깝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전시회의 부제는 "오시야마 기요타카 선의 감정 (押山清高 線の感情)"였는데, 전시회장을 둘러본 이후에 그 부제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뚝딱하면 그림과 영상을 생성해주는 AI 시대에, 직접 손으로 선을 그려나가는 행위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녹아 있었습니다.


"

AIの登場によって、絵はもちろん、

あらゆるものがテクノロジーで生成できる時代になりつつあります。

それでもなお、人の手で描くことの意味が問われています。


AI의 등장으로 그림은 물론

모든 것들이 기술로 생성되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손으로 그리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描くとは、思考の累積であり、

身体そのものの表現であり、生きることと同じです。

その線には、”描いた人”のすべてが宿ります。

完成した映像の背景には”生身の人間”がいる。

私にとって描くとは、何かに抗う行為であり、

そしてすべては、ひとときの戯れなのかもしれません。

ぜひ、ご自身の時間の中で感じ取ってください。

この展示が、「人が絵を描くとは何か」を

あらためて問う機会になれば幸いです。


그리는 것은 사고의 누적이고,

신체 그 자체의 표현이며, 삶을 사는 것과 같습니다.

그 선에는 '그린 사람'의 모든 것이 깃들어 있습니다.

완성된 영상의 배경에는 '그대로의 인간'이 있습니다.

나에게 그린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저항하는 행위이기도 하고,

그리고 모든 것은 한때의 장난일지도 모릅니다.

자신만의 시간 중에서 느껴봐 주세요.

이 전시가, '사람이 그림을 그리는 것은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막간의 일본어 공부 : 抗う (あらがう) 저항하다,

宿る (やどる) : 깃들다, 머물다, 머물러 살다

戯れ (たわむれ) : 장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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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는 완성된 작품보다는 작가들이 직접 '선'으로서 한땀 한땀 그려나가는 과정을 보여 주었습니다. 완성되지 않은 과정 (스케치) 이 왜 이렇게 볼게 많고, 사람들의 걸음을 멈추는 것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또한 작가가 말하듯이 AI 시대에 거세게 항의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AI가 생성해내는 영상에는 볼 수 없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서 "사람이 직접 그리는게 더 감동적이지?" 라고. 저 또한 한왠만한 전시회 보다 관람 시간이 훨씬 더 길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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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한켠에 마련되어 있던 쿄모토의 방 앞 입니다. 이렇게 까지 한다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쌓여있는 스케치북 연습장 위에 4컷 만화 종이가 놓여있는 디테일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습니다. 후지노가 무심코 그린 만화 4컷이 쿄모토를 방에서 나오게 한 계기가 되었던 중요한 장소이자 장면이기도 합니다. 후지노의 방이자 작업실을 그대로 구현해 놓은 방도 정말 재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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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을 마치고, 지하 1층에 마련이 되어있는 굿즈샵도 사람들로 바글바글 했습니다. 콘티집, 컵, 악세사리, 펜, 노트, 초콜릿 등등 수 십종의 아기자기한 굿즈들로 가득했습니다. 정말 이렇게 까지 한다고... 를 마음 속으로 계속 외치면서... 돈을 쓸 수밖에 없게 만드는 마케팅에 감탄하면서 홀린듯이 8천엔에 가까운 굿즈를 구매하였습니다. 그리고 또 먹어볼 수 밖에 없는 '룩백' 한정 크레페까지 먹고서야 관람을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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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관람을 끝내고 아자부다이 힐즈 산책을 시작하였습니다. 완만한 언덕을 양쪽으로 늘어선 현대적인 건물들은 마치 외국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아자부다이 힐즈는 2023년에 완공 및 개장을 한 모리빌딩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최근에 완성된 프로젝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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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부다이 힐즈 갤러리가 위치한 가든 플라자에서, 언덕을 가볍게 산책하면 모리JP타워에 도착합니다. 모리JP타워의 높이는 325m로 관동 지역에서 300m를 넘긴 최초의 건축물이라고 합니다 (탑 제외). 일본 전체로 봤을 때에는 관서 지역 오사카에 위치한 아베노하루카스 전망대가 300m로 가장 높았다고 합니다. JP타워는 전체적으로 모던하고 힙한 가게가 많았지만 제일 기대했던 곳은 '콘란샵'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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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란샵'은 단순히 말하자면 소품/가구 전문점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리빙 가구 편십샵'이라는 어려운 용어로도 소개가 되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한국에도 최근에 들어왔다고 하는데 그 용어가 뭐든 감각적이라는 표현이 들어맞는 것 같습니다. 일본에 가면 '차원 달라병'에 걸린다고 하던데 제가 그 병에 걸린 것 같기도 하고. 책상이나 소파의 가격을 보니 혼자 사는 지금 사기에는 좀 아깝고, 결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스스로 깜짝 놀랐습니다. 집에 이런 가구와 소품을 들여놓으면 소소하게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오랜만에 니혼바시에 친구들과 만났습니다. 옛날에 일본 교사분들을 한국에 초청해서 한국의 학교와 시스템을 소개하기도 하고 함께 관광하기도 하는 프로그램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 만난 친구들입니다. 거의 10년만에 만난 친구도 있어서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친구의 소개로 니혼바시역 근처 "니혼바시 후지야 (日本橋ふじ屋)"라는 곳으로 갔는데 너무 맛있어서 기록으로 남겨보았습니다. 관광객은 거의 없고 현지인들로 가득한 곳으로, 나중에 친구나 손님이 오면 데려와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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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키토리는 일단 종류별로 시키는 재미가 있습니다. かしは (카시와, 닭다리살로 다른 말로 모모), せせり (세세리, 목살), 닭 어깨살 (ふりそで), ねぎま (네기마, 파닭), 츠쿠네 (고기 완자) 너무 맛있었고, かわ (카와, 닭껍질), 手羽先 (테바사키, 닭날개) 뿐 아니라 まるはつ (마루하츠, 염통) 도 맛있었습니다. 살짝 끓여서 먹는 レバニラ (레바니라, 부추 간)은 비주얼이 조금 부담스러웠습니다만 별미 였습니다.


일본인 친구들과 이렇게 오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감사한 마음입니다. 친구들에게 개인적인 상담을 했는데, 지금 회사에서 사무실에서 일본인 직원 분들과 거의 친해지지 못했고, 앞으로도 친해지기 힘들 것 같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런 푸념에 한 친구가 말하기를, 아마도 혼자서도 잘 해서 그런게 아니냐는 의견을 주었습니다. 일본에 대해서 아는 것 같고, 일본어도 하는 것 같으니 도와주기가 어렵다는 말인데... 정말 일본스러운 조언이 아닌가도 생각해봤습니다. 일부러 일본어도 좀 못하고, 맛집을 물어보거나, 주말에 뭘 해야할지 물어봐야 도움을 줘야겠다고 생각하지 않겠냐는 의견입니다. 확실히 예전에 살아서 그런지 솔직히 질문도 별로 없고, 혼자서도 잘 돌아당기는 느낌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일부로 못하는 척을 하고 도움을 구하는 것은 제 스타일은 아닌 것 같아서 조금 생각이 복잡해지는 하루였습니다.




주말 낮, 황궁(皇居)을 주위로 달리는 러닝 코스를 달리는 소위 황궁런을 다녀왔습니다. 황궁을 주변으로 러닝 스테이션이 여러 곳이 있는데 처음 방문한 곳은 '10 over 9 runcube'라는 곳입니다. 이곳은 예상컨데 가장 효율성과 가성비가 좋은 곳일 것 같습니다. 하루 이용 금액이 원래는 900엔인데 650엔으로 세일을 하고 있었고, 샤워와 러닝화 대여가 무료였습니다. 팔목에 착용하는 핸드폰 케이스도 무료여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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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달려본 황궁런은 왜 이렇게 유명한지 알 수 있었던 경험이었습니다. 일단 러너들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같이 뛰는 느낌이 들어야 신나게 러닝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도심에서 횡단보도의 제한이 없이 마음껏 뛸 수 있는 장소가 없다보니 황궁으로 모이는 것 같았습니다. 한바퀴를 도니 5.02km로 찍히더군요. 첫번째 러닝은 2바퀴를 돌아 10km를 채웠습니다.


2월 중순의 낮 온도는 17도로 반팔과 반바지를 입고 뛰기에 아주 적당했습니다. 외국인들도 많았고, 친구들끼리, 동아리끼리 그리고 러닝 모임 등등 뛰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러닝 스테이션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샤워부스는 4곳이 있었는데 청소를 하지 않아서 청결하진 않았습니다), 1층에 너무 잘 보이는 일식집으로 홀린 듯이 들어왔습니다. 週替りお肉定食 (한주마다 바뀌는 고기 정식)을 시켰는데 닭가슴살이 나오다니... 이렇게 까지 건강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만, 그래도 정갈하고 맛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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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뿌듯하고 상쾌헀던 러닝을 마치고 다음 일정을 향해 씩씩하게 걸어갑니다. 다음 주에는 아식스 도쿄 러닝 스테이션을 방문해봐야겠다고 다짐하면서 요번주 글을 마치겠습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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