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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샘머리 Jul 25. 2020

부모의 소비는 심리적 위안이다

우리 아이가 타고 있어요

며칠 째 자동차 타이어를 바꿔야겠다고 생각해왔다.

5년 전 새 차를 구입하고 한 번도 타이어를 바꾼 적이 없어, 요즘 들어 승차감이 불안하다고 느꼈다.

평소 물건을 구입할 때는 인터넷을 뒤적거리며 가격비교를 하는 편인데,

그 날은 뭐가 씌었는지 운전 중 '타이어 전문점'이라는 간판이 크게 보이길래 불쑥 들어가 봤다.


"사장님, 자동차 타이어가 문제가 있는지 미끄러지네요. 한 번 봐주실래요?"

사실 그때까지 그곳에서 타이어를 살 생각은 없었다.

할인받은 수 있는 가게도 따로 있고, 가격비교도 안 해봤기 때문에 굳이 살 이유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사장님은 내 차를 여기저기 살피며 바퀴 네 쪽이 모두 닳아 사고 위험이 있다고 하셨다.

자연스럽게 타이어 구매 권유로 이어졌고, 한번 들어보거나 할 생각으로 눈치껏 귀를 기울였다.

사장님은 국산타이어와 수입타이어로 구분 져서 열심히 설명해 주셨는데, 가격 차이가 제법 있었다.

"다음에 올게요"라고 하고 민망하고도 자연스럽게 뒤도는 순간,, 사장님은 치명적인 말씀을 하셨다.

"아이들 안전 생각하시면 지금 바꾸셔야 할 거 같네요"

아무래도 차 안에 달려있는 카시트를 보신 거 같은데, 사장님의 비수 같은 상술이 내 머릿속에 제대로 꽂혔다.

최근 아이들을 태우고 빗속에서 미끄러져 본 경험이 있는지라,

안전을 거론하시니 갑자기 구매 충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미 이때 반은 넘어간 것 같다.

결재권자인 아내의 허가를 받아야 된다며 내 나름의 방어를 했는데, 사장님은 다시 한번 두 번째 펀치를 날리셨다.

"저도 애들이 있어서 싸게 해 드릴게요"

사장님은 수입타이어가 국산타이어보다 훨씬 안전하고 오래간다는 설명으로 나를 집중 공격하기 시작했고, 나는 무언가 홀린 듯 그대로 카드를 건네고 말았다.


아이들에 대해서 내 소비는 지나 칠정도로 관대한 편이다.

특히, 안전이나 건강과 관련되었다면 스스럼없이 지갑을 꺼낸다.

첫째가 비염과 아토피로 고생할 돌 무렵 집 진드기를 잡겠다며 300만 원 가까이 되는 독일산 청소기를 구입했었고, 둘째가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했을때는 최고로 비싼 병실을 고집하기도 했다.

평소 소비에 신중한 편이라고 자부하는 내가 이렇게 돈을 쓰는 이유는 심리적 위안이다.

아이가 침대에 떨어지거나, 고데기를 밟아 화상을 입거나, 경미한 접촉 수준이었지만 교통사고를 경험하면서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점점 커져갔다.

아이를 돌봐 본 사람이라면 '눈 깜짝할 사이에 사고가 난다'는 말에 공감할 것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은 아무리 신경을 써도 부딪히고 떨어지는 일이 다반사다.

또 여러 매체들을 통해 어이없는 사고로 많은 아이들이 다치는 인재가 되풀이되는 걸 접하며, 내 아이들만큼은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무언가는 해야 한다는 압박이 생겼다.

그래서 돈을 쓴다. 과감하게..(육아용품 광고를 보다 보면 나 같은 사람들의 심리를 제대로 이용하는 듯하다)


쓸데없는 걱정을 쏟아내는 밤이다. 나의 아이들은 걱정과는 다르게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는데 말이다.

60대 아버지에게 '차 조심해라'라는 잔소리를 아직까지 듣고 있다.

부모의 마음은 나이와 상관없음을 깨달으며, 그렇게 오늘도 부모가 되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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