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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우현 May 31. 2019

한·일 외교전쟁, 홈페이지에서부터 지고 들어간다


 세계 각국의 외교담당 기관은 자국에 이익이 될만한 정보를 타국(他國)에 제공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다. 이에 우리는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국가 간 교류협력, 관계 정립 등에 대한 각 국의 외교정책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리고 이와는 조금 다른 측면에서 자국이 처한 외교적 갈등 상황에 대응하거나 때로는 부각하며 국제사회의 동의를 호소하는 외교정책을 접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와 일본이 갈등을 빚고 있는 있는 독도, 동해 표기 문제, 역사문제 등이 대표적인 케이스에 해당한다. 오랜 기간, 우리나라는 일본의 역사왜곡과 영토야욕에 맞서 비교적 통일된 국민여론을 형성해왔고 외교부는 나름의 외교정책을 통해 우리 주장의 당위성을 알리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일본의 외교담당 기관인 '외무성(外務省)'도 마찬가지의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일본도 갈등 현안에 대한 그들만의 논리와 주장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갈등의 당사국인 우리나라와 일본은 각자의 주장을 힘을 실어줄 제3의 관찰자에 이 문제들을 호소하게 된다. 실상 이 관찰자는 국제사회의 수많은 구성원들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의 주장을 합리적인 정보로써 제공하는 활동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정보제공의 주축은 부처의 공식 채널인 '홈페이지'다. 이에 기자는 2019년 5월 현재, 우리나라 외교부 홈페이지와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의 정보 접근성, 관련 내용 등을 단적으로 비교해봤다.(브라우저는 세계적으로 활용도가 높은 구글-크롬을 활용했다)




1.일본 외무성 메인 화면에서 바로 보이는 '독도, 동해, 역사 문제'



 위 사진은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의 메인화면을 캡처한 것이다. (디자인이나 시각적 효율성 등이 우리나라 외교부 홈페이지와 차이가 나지만 이 문제는 다루지 않기로 한다) 가장 두드러진 특이점이 메인화면의 구성에서부터 나타난다. 바로 일본 외무성이 중요시하는 '토픽(topic)'의 존재다. 일본 외무성 메인화면 중 하단을 살펴보면 (해석대로) ▲다케시마 ▲ 일본해 ▲일본의 영토(북방, 독도, 센카쿠) ▲ 역사 관련이라는 토픽이 띄워져 있다. 스크롤을 내릴 필요도 없이 바로 눈에 들어온다.



 반면 우리나라의 홈페이지는? 당장 보이는 메인화면에서는 독도, 역사 문제와 같은 일본과의 갈등 사안에 대한 설명들을 찾을 수 없었다.(페이지 넘기기를 통해 외교정책 페이지로 넘어가야 함)


 가장 핵심적인 정보가 제공되는 '외교정책' 메뉴에서도 차이가 났다. 일본 외무성의 '외교정책 페이지'에는 '일본의 영토를 둘러싼 정세'라는 주제가 걸려있고 해당 링크를 클릭하면 ▲일본 영토를 둘러싼 정세 ▲욱일기 ▲역사문제 등과 같은 분야별 정책이 구현되도록 했다.


2. 조용한 외교? NO. 관련 정보의 내실에서부터 차이


 그렇다면 이것은 일부러 이슈를 감추려하는 '조용한 외교'의 일환이란 말인가? 그렇지 않다. 외교부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노출되지 않았을 뿐 관련 내용은 분명 있다. 다만, 접근성이 떨어지고 내용의 구체성이 떨어질 뿐이다. 있으면 있고 없으면 없는 것이지 그 내용이 부실할 이유가 뭐가 있단 말인가. 조용한 외교의 시대는 끝났다. 정말 조용한 외교를 추구한다면 일본 망언에 대한 정부의 논평이나 대응도 최소화하고 '반크(vank)' 와 같은 민간단체, 언론이 독도, 동해 문제를 국제 사회에 알리는 활동들도 자제시켜야 할 것이다. 


 실제로 외교부 홈페이지 '외교정책' 페이지를 보면 '독도', '동해'에 대한 주제가 표출되고 있지만 내실의 부족을 곧바로 체감할 수 있다. 그나마 독도 문제의 경우 관련 사이트(http://dokdo.mofa.go.kr/kor)와 동영상이 링크로 연결되도록 되어있지만 동해 표기 문제의 경우 이렇다 할 설명 없이 동영상만 올라와 있다.


외교정책 페이지의 동해 표기와 독도 관련 링크. 동해의 경우 동영상 링크만 구현되어 있다


 반면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는 정보의 접근성과 내실이 좋다. 메인화면의 다케시마 토픽을 클릭하면 '다케시마(https://www.mofa.go.jp/mofaj/area/takeshima/index.html)'라는 별도 사이트로 연결된다. 이에 더해 "다케시마 또는 일본 해 호칭에 관한 우리나라(일본)의 입장에 상반되는 지도, 간행물 등을 발견하신 분은 아래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일종의 신고 페이지도 운영되고 있다.



 동해 표기의 경우 그 차이는 더욱 현격하다. 우리나라 외교부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동해 관련 링크는 한국어 버전 동영상 1개만 표출하는데 비해 일본 외무성은 일본해 표기와 관련한 별도의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다. 관련 동영상도 무려 10개 국어로 번역되어 올라와 있다. 일본해 표기의 당위성을 설명한 브로셔도 10개 국어 버전으로 다운받을 수 있다.



3.교류의 최첨단, 각 국 대사관 페이지는?


 '대사관(embassy)'은 국가의 명령을 받아 머물러 있는 나라에서 국가의 일을 처리하는 기관이다. 상대국의 국경 선 안에서 활동하며 자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얼굴이자 대문이라고 볼 수 있다.


 먼저 주한 일본대사관이다. 마찬가지로 메인화면 메뉴바에서부터 '일한관계'라는 주제가 표출된다. 이를 클릭하면 '역사인식과 전후처리 문제', '다케시마 문제'에 대한 내용을 볼 수 있다. '다케시마 문제'는 일본 외무성 '다케시마 페이지'로, 역사인식과 전후처리 문제는 'Q&A' 식으로 설명되어 있는데 ▲(강제징용) 배상 청구권 문제, ▲위안부 문제가 모두 해결되었다는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거기에 더해 '나가미네 주한 일본대사'의 2019년 신년사를 게재하며 우리나라의 외교정책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기도 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아울러 여러분 모두 건강한 새해를 맞으시기 바랍니다. 저는 주한 일본대사로서 서울에서 세 번째 새해를 맞습니다. 세월은 참 빠르기도 합니다. ···(중략)··· 그런 가운데 요즈음 일한의 미래 지향적 협력 관계와 걸맞지 않은 움직임이 한국에서 이어지고 있어 일한 관계가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 점은 유감입니다. 한국 측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해 일한 관계가 다시 힘차게 전진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다음은 주일 한국대사관 페이지다. 주일 한국대사관 메인화면 메뉴바에도 '한일관계'에 대한 주제가 표출은 된다. 하지만 내용은 전혀 다르다. 일본 대사관이 한일 간 갈등사항을 자신들의 입장에서 열심히 홍보하는데 반해 한국 대사관은 이러한 입장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일본의 최근 정세, 외교·안보, 경제 등에 대한 개황과 우리나라 외교부 대변인의 논평 정도만 올라와 있다.


  

4. 한·일간 역사 문제까지 언급하는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


 이밖에도 외교부 홈페이지 내 일본 관련 갈등 이슈들을 찾아보면 부족하다 생각되는 측면이 많다. 특히 역사문제 -위안부, 강제징용노동자, 역사 교과서, 전범기 등-에 대한 우리 측의 입장은 쉬이 찾아보기 힘들다. 반면 일본 외무성은 위안부 문제, 역사 교과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에 대해 자신들이 평화적 노력을 견지하고 있다는 주장을 적극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아래는 외무성 홈페이지 역사 관련 토픽에 나와 있는 내용들이다.


·(배상 책임(정부·개인 청구권 등) 관련) 종전 후 일본은 관계국 간에 배상과 재산 청구권 문제를 일괄적으로 처리했으며 그때 개인의 청구권도 함께 처리했습니다.
·(위안부 관련) 정부는 이미 고령이 되신 위안부 분들의 현실적인 구제를 도모하기 위해 위안부들에 대한 의료 · 복지 지원 사업과 보상금의 지급 등을 아시아 여성기금 사업을 통해 최대한 협력 해왔습니다. ···(중략)···  2015 년 12 월 28 일, 서울에서 한일 외무장관회담이 개최, 본건에 대해 타결에 이르렀으며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되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알리고 일본의 야욕을 폭로해야 할 역사 문제와 위안부, 강제징용자 문제, 동해 문제까지 가릴 이유는 무엇인가. 이러한 측면에서 볼때 '조용한 외교'를 표방하기에 홈페이지 정보를 제한했다는 의견은 논거가 부족하다.



광활한 사이트맵을 일일이 찾아야 나오는 정보. 그 접근성은?


 액면에 보이지 않는 정보를 검색과 사이트맵을 동원해가며 찾아야만 나오는 홈페이지와 토픽, 메뉴 구성 등을 통한 클릭 한 번이면 찾아볼 수 있는 홈페이지의 정보 접근성은 상당한 차이가 있음에 분명하다.



 얼마 전 일본 외무성은 전범기(욱일승천기)와 관련된 내용을 홈페이지에 개시했다. '(전통적 측면에서) 욱일기가 일본 내에서 오랫동안 널리 사용되었으며' '자위대법 시행령에 의거 해상자위대 함기와 육상자위대 깃발로서 활용되고 있다'는 등의 주장이었다. 이 논란은 금세 우리나라에도 이슈화 됐다. '서경덕 교수'가 이를 반박하는 이메일을 발송하기도 했다.


 하지만 바꿔 말해 이렇게 국내적 이슈가 된다는 것은 그만큼 일본 외무성이 그들의 주장을 담은 정보들을 잘 활용, 배포하고 있다는 뜻도 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외교부 홈페이지의 콘텐츠들은 얼마나 적극적으로 우리의 주장을 담아내고 있는가?


 물론 거친 표현과 도발적 언사로 일본의 반발을 불러올 필요는 없다. 분쟁은 피하는 게 좋다지만 5대양 6 대륙 국제사회 구성원들이 일본 측의 주장만 받아들이고 우리나라의 주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그런 불상사는 피해야 하지 않을까.


*본 글은 오마이뉴스('19.5.30.)에도 기고된 글입니다. 기사는 본 링크를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

*기사 링크: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047&aid=0002228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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