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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우현 Jul 24. 2019

또 시작된 日 경제산업성의 '저질 언플'


일본은 경제보복 국면의 최선봉에 경제산업성(経済産業省)을 내세우고 있다. ▲대외 경제관계 ▲ 광물자원 및 에너지 확보 및 제공 ▲ 경제 및 산업 발전 등이 경제산업성의 주무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경제산업성은 지난 7월 1일 반도체 등의 제조에 필요한 3개 품목(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에칭 가스)에 대한 수출규제를 발표한 이래 현재까지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을 주도해 왔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경제산업성이 수출 규제에 대한 실무적 조치들을 넘어서 한국을 자극하는 듯한 소위 '언론 플레이'까지 가미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얼마 전인 22일에도 경제산업성은 일본 내 한국 특파원들을 도쿄 경제산업성 청사로 호출, 이번 경제 보복조치는 '한국의 전략물자관리체계가 불충분하기 때문'이라는 일방적인 주장을 전달했다.


또 이날 설명회에서는 녹취나 사진 촬영이 일절 허락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실관계를 설명하기 위한 자리라면서도 본 당국자의 발언이 확산되거나 증거로 쓰이기 어렵도록 상황을 유도한, 교묘한 수법으로도 비친다. 


이렇듯 무분별한 경제산업성의 언론대응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수출규제 발표 이후 경제산업성이 내놓은 발표, 관계 장관이나 관계자들의 발언들은 하나 같이 불확실하고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이에 몇 가지 사례들을 분석함으로써 경제산업성의 '언론 플레이' 스타일을 유추해 볼 수 있었다.


경제산업성의 언론플레이: 추측·가정·궤변의 3단 프로세스


경제산업성은 이번 경제보복 국면에서 불확실한 추측에 기반한 발표와 언급들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일수도 있다' 던가 '~할 수도 있다' 식의 가정 화법을 즐겨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 측의 수출관리에 "부적절한 사안이 있을 수도 있다"('19.7.1. 경제산업성 보도자료)는 언급이다. 폭탄발언에 가까운 이 문구는 한국에 큰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도대체 부적절한 사안이 무엇이냐?, 다른  뜻이 있느냐는 의문이 가지를 치고 확대됐다. 하지만 일본 경제산업성은 현재까지도 그 '부적절한 사안'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밝히지 않고 있다. 한국에 대한 의혹만 키우는, 일종의 연막 작전 효과가 초래됐던 것이다.


이러한 맥락의 표현은 또 있다. 경제산업성 대신(장관) 세코 히로시게는 9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대응에 따라 추가적인 조치를 생각하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온전히 한국의 대응 나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확대될 가능성도 있고.. 어쩌면 수출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다 판단되면 오히려 상황을 조금 느슨하게 하는 것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태도 여하에 따라 (상황을) 풀어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가정이다. 명백히 한국의 대응을 저울질하고 있는 발언이다. 보기에 따라 한국의 어려운 상황을 조롱하는 것처럼 비칠 가능성도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경제산업성은 언론 앞에 논리의 앞·뒤가 맞지 않는 궤변을 내뱉기도 했다. 아래는 지난 2일 있었던 경제산업성 대신 기자회견 내용 일부다.


Q: 한국에 대한 수출관리 검토의 배경, 목적, 이유는 무엇입니까?

A: 보복조치는 전혀 아닙니다. (다만) 한국 측의 부정적인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고 그에 더해  '구 한반도출신노동자문제'(필자 주: 강제징용 피해자의 비하 표현)는 불행히도 G20까지 만족하는 해결책이 전혀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관계 부처와 논의한 결과, 한국과의 사이에 신뢰 관계가 심각하게 손상되었다고 봐야 할 상황에 있는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이처럼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에 대해 한국 측을 강력하게 비난하면서도 보복조치(대항조치)는 전혀 아니라는 모순된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리고 엄밀히 말해 강제징용 피해자 관련 영역은 경제산업성의 주무 영역도 아니다. 그럼에도 굳이 강제 징용 피해자 문제를 거론하며 한국을 자극한 것이다.


참고로 어제(22일) 개최된 한국 특파원 간담회에서도 이와 동일한 논리의 궤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 관계자는 한국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과 이번 수출 규제의 연관성을 묻는 한국 기자의 질문에 '직접적 인과관계가 없다' 면서도 '한일관계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요인이 있다'며 첨언했다고 한다.


이 역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는 '보복조치'가 아니라는 공식입장을 강력히 견지하면서 우회적으로 '원인은 한국에 있다'는 불만을 표시하는 이중적 태도로 볼 수 있다. 이밖에도 경제산업성은 지난 12일 일본에서 개최된 한일 실무자 접촉에서 '한국 측의 수출규제에 대한 철회 요청이 없었다'며 관련 논의 자체를 부인, '철회 요청 진위여부'에 대한 논란을 점화시킨 바 있다.


자민당의 괴벨스, 경제산업성 대신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이와 같은 경제산업성의 교묘한 '언론 플레이'의 배후는 무엇일까? 가장 유력한 배후로 바로 경제산업성 대신(장관)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를 지목해 볼 수 있다.


일본 참의원 출신인 '세코 히로시게'는 지난 2016년 경제산업성 대신으로 입각한 인물이다. 특히 이번 참의원 선거(21일)에서 5선에 성공, 6년간의 임기를 보장받았다. 이에 앞으로의 경제보복 국면에서도 더욱 강력한 정책과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 파벌은 아베 총리의 출신 파벌*과 동일한 호소다 파(淸和政策硏究) *아베 총리는 총재, 총리를 역임하고 있는 관계로 파벌에서 탈퇴 중.

보통은 그가 현직 경제산업성 대신이라는 점에서 학문적 성취를 이룬 '경제통'이나 관련 직무를 수행했었던 이력이 있을 것으로 짐작한다. 하지만 실제 세코 히로시게는 '경제통'이라기보다 '언론통'에 가까운 인물로 볼 수 있다.


보스턴대 커뮤니케이션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기도 한 '세코 히로시게'는 아베 총리와 인연을 맺기 시작한 2000년대 중반 무렵부터 대 언론활동에 두각을 나타냈다. 2005년 자민당 홍보 본부장 대리 및 미디어 전략을 담당하며 당의 언론전략에 일익을 담당했다. 2006년 1차 아베 내각에서는 총리 보좌관 직책을 수행, 각종 행사 및 해외 순방 등에 동행하며 자신이 가진 언론 관계를 기반으로 '아베 알리기'에 앞장섰다.


이후 아베 총리의 모토 '아름다운 나라 만들기' 프로젝트 , 자민당 넷 서포터스 클럽 (J-NSC) 결성 등에도 활약했을 정도로 그의 여론 활동은 성공적이었던 것 같다. 이에 일부에서는 세코 히로시게가 자민당 내 여론을 제멋대로 좌지우지한다는 점을 들어 '자민당의 괴벨스'라는 별명으로 지칭하기도 했다.


이러한 점에서 미루어 볼 때 이번 경제보복 국면에서 나타난 경제산업성의 '언론 플레이'는 세코 히로시게의 진두지휘 하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수많은 기자들의 질문과 의혹, 비판 속에서도 '모호성'을 유지한 채 국면을 이끌어가는 경제산업성의 태도에서도 세코 히로시게의 '여론전' 분위기가 느껴진다.


저질 언론 플레이, 이제 그만


언론은 전략적 소통의 핵심적인 창구다. 이를 잘 활용하는 것 또한 훌륭한 능력이고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수단이다. 그러나 거짓이 흘러들어 가선 안된다. 더욱이 한 국가를 대표하는 정부기관의 입장은 엄밀한 공식성과 최소한의 중립성을 갖춘 뒤에 언론에 표명되어야 한다. '부적절한 사안이 있을 수도 있고' 따위의 추측·가정식 표현은 국가기관이 사용하기에 맞지 않다. 스스로의 발언을 깨끗이 책임지고 사실에 기반한 비판을 이어가야 할 것이다. 


한편, 한국에 대한 실질적인 경제보복 조치와 국내외 여론전까지 주도하는 경제산업성을 보면서 보다 디테일한 '지일(知日) 노력'이 필요함 또한 실감하게 된다. 경제산업성은 알았지만 그 장관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았는가. 물론 경제산업상 세코 히로시게의 개인적 능력이 여론에 얼마만큼 영향을 끼쳤는지 증명할 도리는 없다. 하지만 이렇듯 첨예하게 이어지는 한일 양국의 각축전에서 '한 사람'을 놓친다는 것이 승패에 어떤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알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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