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말의 고단함

월말, 연말을 기준으로 반복되는 시간

by 히어로N

요즘은 월말이라 업무량이 급격히 늘어난다. 검찰청은 사건 통계를 월 단위로 집계하기 때문에, 월말이 되면 처리 가능한 사건을 최대한 종결하기 위해 모두가 속도를 올린다. 아침 일찍 출근해 새벽에 퇴근하는 일정이 특별히 더 반복되는 것도 그 영향이다. 그래서 월말이 다가오면 청사 전체의 분위기가 바쁘게 변한다. 이 시기의 분위기는 보통 사람들의 상상보다 훨씬 빡빡하다.

나는 이런 월말 업무 속에서도 ‘기획검사’ 역할을 함께 맡고 있다. 작은 청이면 흔히 있는 구조다. 기획검사는 '중요 사건 처리, 범죄피해자지원센터 연계 피해자지원, 형집행업무, 청소년범죄예방위원 및 기타 유관기관과의 활동 내용 등'을 정리하여 상급청에 보고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큰 청에서는 보통 이 역할을 일 잘하는 중간 연차의 검사가 맡는다. 그러나 검사 수가 다섯 명뿐인 작은 청에서는 당연히 막내에게 기획이 맡겨진다.
사건 배당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배당은 평소처럼 받으면서, 별도로 정기적인 보고서를 작성해 결재를 받아야 한다. 업무 구조상 ‘추가 업무’인 셈이다. 시간이 두 배로 필요하다.

이 와중에 나는 공판까지 맡고 있다. 원칙적으로 우리 청의 재판 업무는 작은 청이다 보니 공판검사 1명이 전담한다. 그리고 이 공판검사는 6개월마다 검사들이 돌아가면서 맡는다. 원래 지금 다른 검사가 그 공판검사를 맡고 있었는데, 최근 이 지역 법원에 재판부가 하나 더 생겼고, 이 새로 생긴 재판부를 기존 공판검사가 모두 담당하기란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결국 수사검사 중 한 명이 신규 재판부를 맡아야 했다. 그 역할이 나에게 돌아왔다.

따라서 지금 내 일정은 이렇게 구성된다.
월요일·화요일·목요일: 배당 사건 처리 및 재판 준비
수요일·금요일: 법정 출석 및 공판 진행
그 사이사이에는 기획보고서 작성 일정이 끼어 있고, 월말이 되면 모든 일정이 동시에 압축된다. 업무 간 경계가 흐려지며 하루의 구분은 희미해진다. 오전에 수사를 했는지, 오후에 재판 준비를 했는지, 그날이 수요일인지 목요일인지, 시간이 지나면 헷갈릴 때도 있다.

문제는 이 와중에도 사건 관계인들은 사건 처리가 늦어진다며 전화로 항의한다는 점이다. 시간이 부족하니 늦어지는 것인데, 늦어지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항의에 대해 이런 구조를 설명할 방법은 없다. 결국 “최대한 빨리 처리하겠습니다”라는 말밖에 하지 못한다.

검사 수가 늘어나면 해소될 문제 같지만, 실제로는 어렵다. 검사의 정원은 법으로 정해져 있어 임의로 늘릴 수 없고, 최근 특검 파견과 휴직 등 각종 인력 변동, 그리고 그만두는 검사들까지 늘어나면서 더 열악한 상황이 형성되고 있다. 이 구조가 당분간 바뀔 가능성도 크지 않다.

그럼에도 월말은 월말이다. 기획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재판 준비를 하면서, 배당받은 사건을 하나씩 정리해 나간다. 시간은 부족하고 업무는 많지만, 일정은 어김없이 흘러간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부장검사가 나의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무리하게 사건 처리를 요구하지 않고, 오히려 “지금 맡은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라고 조절해 준다. 이런 상급자의 태도는 현실적으로 큰 차이를 만든다. 할 수 없는 일을 억지로 하라는 목소리가 없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난이도가 낮아진다.

월말은 끝나겠지만, 다음 월말도 올 것이다. 업무 구조가 크게 바뀌지 않는 한, 나는 이 순환 속에서 계속 같은 방식으로 일하게 될 것이다. 지금 쓰고 있는 이 글도, 결국 그 순환을 구성하는 한 조각에 불과하다.

다음 주면 다시 통계가 집계되고, 다시 새로운 달이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또 출근해, 사건과 재판과 기획 보고서를 동시에 다루게 될 것이다.

얼른 검사가 늘어나서 업무 부담을 나누거나, 후배 검사가 와서 이 역할을 떠맡았으면 는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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