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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영웅 Nov 18. 2018

[독후감] 사소한 부탁


   경험을 존중한다.  경험이 많다는 것은 많이 안다는 것과는 결이 다른 능력이다.  시간을 두고 쌓인 경험을 타인에게 베푸는 일은  감사한 일이다.  그것은 개인이 개인의 성장을 위해 풀어내는 소중한 보따리이며, 사회적으로는 발전과 성숙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다.  경험의 깊이와 타당성 또는 논리 앞에서 그것을 쉽게 반박할 사람은 많지 않다.  시간 위에 꾸준하게 쌓이는 무엇을  반박할 수 있는 사람은 같은 것을 더 많은 시간 위에 꾸준하게 쌓은 사람밖에 없다.  사회의 위계와 질서는 어쩌면 이러한 원리로  형성되는 것인지 모른다. 

   경험이란,  보편적인 관점에서 나이와 비례한다.  나이가 쌓인다는 것은 그만큼 경험이 쌓인다는 의미이다.  나이 든 이의 경험은 뒤따라오는 이의  배움의 양식이다.  경험은 첨예하게 쌓은 하나의 탑 같은 모습일 수도 있고, 삶의 제반요소들이 다양하게 뒤섞인 풍부한 덩어리일  수도 있다.  그 두 가지를 잘 어우러지게 섞어 삶을 뒤따라오는 이들에게 내어주는 이는 존경의 칭송을 받는다.  나는 방금 그러한  이가 담담히 써 내려간 책 한 권을 읽었다.  마음이 풍요로워지고 잔잔해진다.  내가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채우고 쌓아야 할지  하나의 모델이 됨을 깨닫는다. 

  경험이 반드시  많은 사람들의 존중과 공감을 얻는 것은 아니다.  나이가 들어도 비판과 비난을 피하지 못하는 ‘꼰대’라 불리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세상이다.  그들에게서 배울 것은 반면교사의 고사성어 단 하나이다.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노동의 경험이  중요했다.  현재엔 사고의 방식과 생각의 경험이 중요해졌다.  다양한 사고와 행동이 존재하는 세상 속에서 존중받고 공감받을 수  있는 개인의 경험은 극히 적어졌다.  대신, 우리는 반면교사의 꼰대들을 너무 많이 만난다.  그리고,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우리는 그것을 물려받는다.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꼰대가 되기 쉬운 세상이 되어버렸다.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나이 든다는 것이 더 이상 존중받을 수 있는 세상이 아니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우리는 세상의 보편적 합리와 공정을 위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하나의 귀감이 될 만한 선 세대의 사고 경험을 열심히 찾아 나서야 하는 것이다.

   사소한 부탁은 사소하지 않다.  합리적 사고를 가진 한 인간이 평생을 두고 어떻게 사상과 생각을 견지하며 활용했는지, 이 책은  그것을 보여주며 당부한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하라고 부탁한다.  그것은 사소하되 결코 가볍지 않다.  생각과 고민은 당연히  이어나가야 할 인간의 의무 같은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는 각자의 사정에 따라 어렵고 복잡한 문제이다.  가볍지  않음은 여기에서 발생한다.  그리고, 우리는 복잡함을 조금 덜어낼 만한 한 사람의 존중받고 공감받을 경험 하나를 만났다.  하나의  귀감이 되어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하나의 길을 제시받았다.  그리고, 우리는 안타까움을 느낀다.  공감되며 존중받을 하나의  경험은 여기서 멈추었다.  활자화된 묵직한 생각을 남기고 그는 세상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하나의 귀감이 사라지는 일은 꼰대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너무 아쉽고 슬픈 일이다.  어떤 삶에게든 스승이지 않을 수 없었던 그의 영면을 기도한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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