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가 생일이었구나. 열한 번째 생일 축하한다. 이제 너도 한국 나이로 12살이 되었다. 어제 엄마가 보내 준 사진들로 그곳에서 사촌형제들과 함께 생일파티하는 모습을 보았다. 즐거워 보이더구나. 물론 즐거운 날이니 당연히 즐거워야지. 진료실에서 환자들을 진료하다가 잠깐 시간이 난 틈에 그 사진들을 보았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구나. 네 생일에 아빠가 함께하지 못한 게 벌써 몇 년째 던가.. 넌 방학이 되면 엄마와 함께 짧게라도 말레이시아에 갔었고, 그게 하필 네 생일이 포함된 기간이었으니 말이다. 어제는 아빠가 조금 서운하더구나. 함께 하지 못한다는 게 아빠는 점점 아쉬워진다. 너를 보내는 결정을 아빠가 해 놓고도 아빠는 이렇게 먼저 아쉬워한다. 사진 속 너의 즐거운 표정으로 그 아쉬움을 달랬다.
어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다. 아빠도 어렸을 때엔 그랬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지금의 네가 잘 상상할 수 없는 수많은 책임을 져야 하는 일임을 잘 모를 것이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그만큼 몸과 마음에 무언가를 쌓아야 하는 일임을 아직은 잘 모를 것이다. 어서 몸과 마음이 자라서, 나도 엄마 아빠처럼 자유로이 무언가를 할 수 있게 되기만을 바라고 있을 것이다. 서두를 필요는 없다. 마음은 조급하지만, 너는 시간에 따라 알아서 성장할 것이다. 어쩌면, 어른이 되어 되돌아보며, 그리고 네가 짊어진 책임들을 느끼며, 벌써 어른이 되었다는 사실을 슬퍼할 수도 있다. 너는 이제 먼 곳으로 가서 다른 언어를 배울 수 있을 정도의 나이가 되었을 뿐이다. 너의 머리와 마음에 무언가를 채워 넣어야 하는 과정의 중간 즈음이다. 네가 어서 자랐으면 하는 바람의 겪어야 할 절차 같은 것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아빠는 그 과정이 어느 정도는 즐거웠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진료실에서 나이 어린 소아 환자들을 진료할 때엔, 몸무게에 따라 약의 용량도 달라진다. 나라에서 정한 처방기준을 보면 나이에 따라 처방이 가능한 약과 가능하지 않은 약이 있다. 한국 나이가 아닌 만 나이이지만 12세가 되면 어른들이 복용하는 거의 대부분의 약을 처방할 수 있게 된다. 몸무게에 따라 약간의 용량 조절만 해 주면 된다. 12세라는 나이가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빠가 가장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성장의 의미로 12세는 거의 다 자란 나이라고 보는 것이다. 물론 넌 아직 사춘기나 몸의 2차 성징이 아직 오지는 않았지만, 몸은 어른에 거의 가까워졌다고 보아도 된다.
12세.. 아빠는 네가 나이를 하나하나 더할수록 기대도 커진다. 너의 지금 한 순간순간의 시간들이 네 미래의 양분이 될 것이다. 너의 양분에 아빠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그렇게 성장한 네가 다양한 이해를 가진 합리적이고 진지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 아빠는 네가 학교 다니며 배우는 그런 공부를 잘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그런 공부는 필요하다면 조금 늦어도 상관없는 그런 것이다. 네가 자유로울 수 있는 도구인 언어, 네가 자유롭게 생각하며 세상을 합리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철학, 네가 사람들을 위로하고 너를 위로할 수 있는 수단인 음악, 그리고 너의 몸을 건강하게 하고 너와 네가 사랑하게 될 사람들 지켜줄 체력을 키울 수 있는 운동.. 아빠는 너에게 필요한 공부는 그런 것들이라고 생각한다. 네가 남들을 배려할 줄 알면서도 너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길 바란다. 네가 한국이라는 작은 영역 안에서만 살지 않고, 할 수 있다면 한국 바깥의 좀 더 넓은 세계에서 네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자유로이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그런 사람을 소망하는 것에, 12살이라는 나이는 소망의 시작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나이이다. 이제 너는 사춘기가 시작되며 몸과 감정의 변화를 겪을 것이다. 그것을 다스리고 잘 헤쳐나가는 데에는 남들의 틈에 끼어 아무렇게나 밀려나가는 것보다는 네가 자유롭게 생각하고 배우고 운동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학교에서 배우는 공부는 조금 늦어도 좋지만, 아빠가 이야기한 공부들은 지금부터 차근차근해 나가야 한다. 아빠 생각엔 세상은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공부를 너무 이르고 짧은 시간에 재촉한다고 본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행복할 수 있는 가장 필요한 것들을 배우는 것은 빠를수록 좋고, 잘 이해하여 짧은 시간 안에 기본기를 다져놓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공부는 평생 하는 것이고, 평생 해야만 하는 공부는 학교 안에 많지 않다. 대부분 네가 찾아야만 하는 것들이다. 아빠는 그것을 조금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다.
아빠가 너무 알 수 없는 말들만 한 것 같다. 네 생일인데 좋은 말만 해 주어도 부족할 것을 너무 어렵고 부담스러운 말만 한 것 같기도 해서 미안하다. 하지만, 아빠가 꼭 너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니, 지금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면, 나중에 한번 두 번 찬찬히 읽어주길 바란다. 마인크래프트 소설은 잘 읽고 있다. 글로 표현하는 것들이 간결하고 경쾌해서 잘 읽히더구나. 꾸준히 써 보길 권한다. 엄마는 외지의 더운 날씨에 배탈이 난 듯하더구나.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