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11. 20180926

by 전영웅

한 달만의 만남이었지만, 너는 키가 좀 더 자라 있었다. 살도 조금 빠져 보였다. 달려와 아빠에게 뛰어올라 안기는데 그 묵직함이 반갑고 기분이 좋았다. 아빠에게 꼭 힘주어 오래 매달려 있는 그 시간이 고마웠다. 교회 어른들이 말씀하시길, 아빠가 오니 아들의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고 했다. 그 말에 네가 더 고마웠다. 그리고, 아빠의 마음은 더 무거워졌다. 엄마만을 데리고 한국으로 돌아올 생각을 하니, 혼자 있을 아들을 생각하니 말레이시아에 있는 동안의 아빠는 즐거울 수가 없었다.


너는 잘할 거라 아빠는 지금도 믿고 있단다. 교회에서 예배 시작 전에 너와 나란히 앉아 몇 가지 당부를 했었지.. 너는 외삼촌과 외숙모 말씀을 잘 듣고, 사촌 남매들과 잘 어울려 함께 일을 돕고 함께 잘 놀아야 한다고 말이다. 학교생활도 열심히 하라는 말과 함께, 아빠의 바람은 네가 이 곳에서 공부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과 어울리며 문화와 언어를 몸에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너는 망설임 없이 그러겠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 자신감을 아빠는 여전히 믿고 있다. 엄마 아빠가 떠나야 하던 날 아침의 너는 우울한 표정으로 눈물을 보였지.. 엄마 아빠는 그 순간 마음이 아팠다. 넌 잘할 수 있을 거라 여전히 믿고 있었지만, 겪어야만 하는 이별 앞에서는 너도, 엄마 아빠도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작은 쪽지를 남겼단다. 네가 성장하면서 한 두 번은 겪어야만 하는 일이라고,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좀 필요할 거라고.. 다시 한번 당부한다. 겪어내고 적응해야 한다고..


지금까지 네가 보여주는 모습에서 아빠는, 조호바루에서와 학교에서의 생활은 만족스럽고 잘 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덜 익숙해져서 힘든 모습도 보이긴 하지만, 그 정도라면 아들은 어디서든 잘 적응하고 잘 이겨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단지, 엄마 아빠와 오랜 시간을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너의 처음 마주해야 하는 경험이라 그것이 새롭게 힘든 일로 다가왔을 것이다. 아빠의 마음이 아픈 건 아직도 그대로이다. 마지막에 보였던 너의 눈물, 영상통화에서 들렸던 잠긴 목소리.. 그렇지만, 그것은 네가 그곳에서 적응하는 것과는 또 다른 너 자신의 숙제이다. 견뎌내고 익숙해지면, 아들은 좀 더 좋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아빠는 믿는다.


다시 한번 당부한다. 네가 혼자 있을 때엔 너는 그곳의 사람이고 외삼촌 집의 가족이다. 그 말은 그곳의 규칙에 네가 잘 따라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네가 납득한다면 더더욱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지금의 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너를 가장 가까이서 너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임을 알아야 한다. 생활하다가 네가 잘 모르겠거나 받아들여지지 않는 일이 생긴다면, 아빠가 이전에 이야기했듯이 한 번 더 생각해라. 한 번 더 생각해서도 그것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선생님이나, 사촌남매들이나, 외삼촌 외숙모에게 물어보거라. 왜 그래야만 하는지, 좀 더 쉽게 설명해 줄 것이다. 가능하다면, 좀 더 많은 시간을 뛰어놀아라. 아빠가 그곳에 머물며 느낀 것은, 한국보다 그곳이 네가 어울려 뛰어놀기에 아주 좋더라는 점이다. 숙제는 가능하면 빠뜨리지 말고 충실하게 해 가거라. 못하겠으면 어쩔 수 없겠지만, 숙제를 마무리한다는 것은 배우는 목적도 있지만 성실함을 증명하는 일이기도 하다. 전부 다 정답을 써야 한다는 강박은 버려라. 때로는 틀리면서 배우는 것이 더 잘 배우는 방법일 수도 있고, 아빠가 말했듯 너는 공부를 잘하고자 그곳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달 하고 며칠만 더 보내면 엄마가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를 모시고 그곳에 간다고 한다. 너는 짧은 방학을 맞아 잠시 집에 오겠지. 집에 와서 편안함을 느낀다면 아빠는 고맙겠고 미안하기도 할 것이다.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에 보인 너의 슬픔에 아빠는 다시 고민했다. 너를 그곳에 보낸 일은 정말 너를 위해 잘한 일일까.. 헤어짐은 길면서도 잠깐이고 너는 다시 엄마를 만나게 된다. 그러니 서둘러 헤어짐의 슬픔이나 우울을 이겨내고 잘 생활하고 있긴 바란다. 그렇게 해 주면 너에 대한 아빠의 고민과 미안함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을 것이니 아빠의 작은 부탁이라면 부탁이기도 하다.


너의 훌쩍 자란 몸과 생각에 아빠가 고마웠다. 아들을 좀 더 든든히 믿을 수 있겠다는 마음도 얻었다. 그러니 다시 당부한다. 네가 지금 느끼는 감정들, 허전함, 무기력.. 네가 성장하면서 한 두 번은 겪어야만 하는 일들이다. 시간이 조금 필요할 것이다. 네가 잘 이겨내고 잘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아빠는 믿는다. 스스로를 추스르고 땀이 흐르도록 뛰어놀고, 다른 생각이 비집고 들어오지 못하도록 책에 집중하거라. 힘든 건 잠시 뿐이다. 잘 해낼 것이라 믿는다. 사랑한다.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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