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14. 20181021

by 전영웅

아빠는 진료실에서 만나는 네 또래 친구들에게 아픈 곳을 직접 말해달라 이야기한다. 적어도 10살이 넘으면, 자신의 문제나 자신의 요구를 직접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옆에 있던 보호자 엄마나 아빠가 이런 의사로서의 아빠 요구에 조금 머쓱해지기도 한다. 어른들의 그런 반응 따위는 개의치 않는다. 아빠는 네 또래의 친구들과 눈을 마주하고 원하거나 필요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


사람이 어린이에서 어른으로 자라며 언제가 되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의사표현을 분명히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정해진 것은 없다. 아빠는, 적어도 진료실 안에서는 10살이라는 기준을 두고 있지만, 이 역시 올바른 것인지 알 수 없다. 아빠는,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면 친구들과 어울리며 각자의 의견들을 충분히 주고받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부모님과 선생님들과 그리고 다른 어른들과도 충분한 이야기를 나누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스스로의 문제나 의견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10살이 넘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본다.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이나, 해결해야만 하는 자신의 문제를 분명하게 말하는 것은 중요하다. 분명하게 말한다는 것은, 어른들이나 상대방이 너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알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너는 네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고, 너의 문제를 분명하게 해결할 수 있다. 분명한 표현은 눈치가 부족하다는 등의 너의 약점을 충분히 가려주고 보상해주기도 한다. 부끄럽다거나 애매하다고 해서 돌려 말하거나 얼버무리는 일은 되도록 없어야 한다. 그것은 상대를 지치게 해서 아직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너에게 이득이 되지 않는다.


표현이 분명하다는 것은 그 이전에 네가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분명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가능하다. 너의 문제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너에게 아직은 조금 어려울 수 있다. 그렇지만, 지금의 너에게는 분명하게 알고 있어야 하는 너의 문제와 필요가 단순한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아빠가 진료실에서 너를 앉혀놓고 ‘어디가 아프니?’라고 물어본다면, 너는 ‘목이 아프고 콧물이 나고 기침이 나요.’라고 당장의 문제들에 대해서 잘 표현하면 된다. 당장의 학교 준비물이 필요하다면, ‘계산기와 노트와 펜이 필요해요.’라고 분명하게 말하면 된다. 지금의 너에게 어른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거니?’ 라던가, ‘용돈은 앞으로 어떻게 쓰려고 모으는지 분명한 계획을 말해봐.’라는 식의 어려운 질문을 하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분명한 표현을 위해서 네가 알고 있어야 하는 너의 문제나 필요는 그때 그때의 단순한 것들이다. 이것은 네가 앞으로 자라면서 마주하게 될, 좀 더 어려운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작은 훈련들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말해야 한다면, 어떻게 말해야 할 것인지, 무엇을 알고 있어야 하는지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연습을 해라. 분명하게 말한다는 것은 너를 돋보이고 존중하게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이제 2차 성징이 일어날 너희 또래들은 아직 온전히는 아니지만 충분히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조금은 어려운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몸은 충분히 성장했지만 세상은 너희들을 그만큼 성장했다고 인정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세상 안에서 돈을 벌거나 세상을 움직일만한 대단한 의견을 낼 수 있을 정도로 너희들이 성장해도, 세상은 너희들에게 그럴 기회를 주지 않고 여전히 어린아이 취급을 할 것이다. 아빠는 이제 곧 그럴 수 있을 만큼 자랄 너와 너의 또래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기대가 크기도 하다. 그리고, 너희들의 능력을 발휘할 때 필요한 것들을 이야기해주고 싶다. 그것은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과는 조금 다른 것들이다. 이 편지에서 아빠가 말한 분명하게 표현하기 역시 그런 너희들의 능력을 돋보이게 할 작은 부분이다. 그리고, 앞으로 천천히, 하나하나, 생각날 때마다 이야기해 줄 것이다. 아빠가 해주는 이야기들 안에서, 너의 관심과 흥미에 따라 원하는 것들을 취하면 된다. 오늘은 편지 내용이 좀 어려웠던 것 같다. 그랬다면 미안하다. 아빠는 언제든 너의 어려움에 대해 다시 설명해 줄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부담을 가지지는 말아라. 강요하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지난 한 주간의 짧은 방학에 혼자 낮시간을 보내느라 고생했다. 엄마가 함께하지 못해 가장 미안해하는 시간이었다. 아빠 역시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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