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17. 20181111

by 전영웅

영상통화에서 본 너의 얼굴은 살이 약간 줄었고, 거기는 여전히 더워서인지 네 머리는 땀으로 뭉쳐있었다. 목소리는 여전해서 화면상의 너의 모습이 아빠의 아들이라는 것이 더욱 실감 났다. 아빠는 여전히 영상통화나 전화상으로 이야기하는 것에 익숙하지 못하다. 그리고 직접 마주 보든 화면으로 대하던, 아빠의 질문은 언제나 어색하고 너의 대답은 짧다. 너에게 미안함이자 아빠의 좋지 않은 습성 중 하나이고, 너는 그런 아빠의 아들이니 어쩔 수 없이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인가 보다 싶다.


사소한 일들이 몇몇 지나갔다. 네가 찬 축구공에 외삼촌 안경이 날아가 눈을 다칠 뻔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빠는 속으로 걱정을 많이 했다. 아빠가 이야기를 들은 시점이 일이 있은 지 며칠 지난 후였고, 확인해 본 결과 외삼촌은 괜찮다니 걱정과 안도가 한순간에 몰아 지나갔다. 외삼촌의 눈도 걱정이었지만 아빠는 너 역시 걱정되었다. 네가 혹시 그 일로 마음에 불안과 위축이 생겼을지 걱정되었다. 어떻게 할지 몰라 우물쭈물하지는 않았는지, 그래서 혹시 마음을 다치지는 않았는지 걱정되었다. 그리고, 외삼촌의 눈의 상태와 상관없이, 너는 외삼촌에게 죄송합니다, 앞으로 주의하겠습니다, 사과의 말을 직접 했는지 궁금했다. 그걸 물어보고 싶었는데, 너에게 그렇게 보낸 문자에 너의 답은 없었다. 메일로 답을 주던지, 아니면 제주에 와서 직접 말해주던지, 아빠가 답을 직접 듣고 싶다.


하루는 등교해야 하는데 늦잠을 잤다고 하더구나. 그곳 등교 시간이 너무 이르긴 하다. 초등학생에게 새벽 등교를 시키는 그것 하나는 아빠도 정말 맘에 들지 않는다. 새벽 6시 반에 등교 준비를 마친 너희들이 우르르 버스를 타러 나가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던 기억이 난다. 너도 7시까지 늦잠을 자는 바람에 셔틀버스가 기다리지 못하고 그냥 갔다고 하더구나. 외숙모가 학교까지 바래다 줬다지. 외숙모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했는지 궁금하다. 이것 역시 아빠에게 직접 답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


네가 항상 스스로 챙겨야 하는 중요한 것은, 어른들이나 친구들을 대할 때 갖추어야 하는 예절이다. 그것은 가장 기본이면서도 어렵지도 않고, 오히려 반드시 네가 익숙해지고 자연스레 마음을 담아야 하는 일이다. 미안하면 미안하다고, 고맙다면 감사하다고 마음과 말로 직접 표현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다. 마음에는 담고 있는데, 말로 표현하지 않는다면 또는 못한다면, 그것은 상대방에게 무례해 보일 수 있다. 때로는 네가 마음으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아준다 하더라도 그렇게 이해하는 어른들이나 상대방은 매우 적다. 그리고, 말하지 않는 자체가 무례함이다. 마음을 전해야 할 일이 있다면 꼭 말로 표현해서 직접 전달해야 한다.


아빠는 이번 주에도 퇴근 후에 농어 낚시에 나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걸었다 놓쳤다. 밀물을 타고 들어온 파도 아래 아빠가 던진 루어를 보고는 달려들어 물었는데, 잘 걸리지 않았던 건지 몇 번 밀고 당기기를 하다가 툭 떨어졌다. 그리고, 바위에 부딪혀 퍼지는 파도에 얼굴을 정면으로 맞아 늦가을 밤바다에서 물먹은 생쥐가 되어버렸다. 전의를 상실해서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놓친 건 아쉽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결과다. 낚시를 할 기회 역시 얼마든지 있으니 말이다. 집으로 돌아와 낚시 장비를 물로 씻고 널어 말리고 정리하는데 라이 녀석이 난리였다. 집에 왔으면 자기와 놀아주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듯이 말이다. 라이와는 요즘 산책을 거의 하지 못했다. 대신, 주말이면 한두 시간 목줄을 풀어주어 추수가 끝난 밭들을 자유롭게 돌아다니게 한다. 라이는 그것을 더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이런 모습들을 직접 볼 수 있겠구나. 제주는 많이 쌀쌀해졌다. 그곳에서 제주에 오면 많이 추워할지도 모르겠다. 그전에 농어 좀 잡아두어서 매운탕 따뜻하게 한 그릇 끓여주마. 이번 주 엄마가 너에게 가는구나. 그간 고생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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