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과정이라고 해야 할까? 졸업을 축하한다. 엄마가 보내 준 사진 속, 교복을 입은 너의 모습은 의젓해 보이더구나. 키는 이제 외할머니와 똑같아져서 제법 많이 자랐다는 것을 실감했다. 비록 몇 개월 다닌 학교이지만, 너는 지금까지 이곳과 그곳의 학과 과정을 잘 소화해내며 착실하게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왔다. 한국으로 따지면 일 년 정도 빠르다만, 그곳 학과 과정을 따르기에 어쩔 수 없는 졸업이라는 의식을 치러야 했다. 의식이란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의식을 거쳐야만 하는 단계에서, 네가 지금까지 열심히 했다는 것을 깨달으면 된다. 너는 이제까지 열심히 해서, 다닌 학교마다 과정이 요구하는 수준을 잘 따라주었고 충분히 습득했다. 졸업이란, 지금까지의 너의 그런 결과들이 충분하고 만족스러운 수준이라는 것을 증명해주는 작은 의식인 것이다.
졸업식 날짜와 엄마가 너에게 가는 날짜가 하마터면 엇갈릴 뻔했다. 비행기를 앞당기지 않았다면, 너는 조금 외로운 졸업식을 했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엄마가 너의 졸업식에 참석했고, 게다가 네가 정말 사랑하는 서울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함께 참석하셨으니, 너에게는 더없는 선물 같은 시간이었으리라 생각된다. 다만, 아빠가 함께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다. 엄마가 보내 준 너의 졸업식 사진으로 미안함과 아쉬움을 달랬다. 제주는 이제 막 겨울 같은 추위가 시작되었다만, 한여름 옷차림과 가볍고 개방된 열대 분위기의 학교가 상당한 거리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한국 학제로는 일 년 후에나 치를 졸업식을 거기선 벌써 치렀다니 아빠는 생각이 조금 많아졌다. 너는 전학을 두 번 해서, 총 세 곳의 학교를 다녔다. 부설초교와 집 부근의 학교, 그리고 지금 네가 있는 학교.. 세 곳의 학교를 다니면서 친구들과의 관계가 깊어질 수 없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오래도록 같이 공부한 친구는 기억에 많이 남는 법이다. 아빠는 비록 같은 반은 아니었어도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같이 다닌 친구가 있었다. 물론 그렇게 같이 다녔다고 해도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오래도록 같이 한 친구가 있다는 건, 그 친구로 인해 추억하는 일이 좀 더 많아짐을 의미한다. 아빠는 초등학교 6년을 한 학교에 다니면서 함께 학교를 다녔던 친구들과의 추억도 많이 있다. 학교에서 함께 놀고, 동네에서 함께 놀고, 집으로 찾아가 함께 놀았던 추억이 많이 쌓여 있다. 중간에 전학을 가서 더 이상 볼 수 없었던 친구들은 그렇게 소식이 끊겼다. 너는 학교가 바뀌면서 함께 오랜 시간을 같이 한 친구들이 없다는 점이, 아빠가 너에게 미안하고 아쉬워진다.
엄마가 있고 서울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하는 그곳의 생활에 여유와 위안이 느껴지더구나. 지금을 즐기거라. 어쩔 수 없이 다시 한동안은 혼자 있어야만 하는 시간이 찾아올 것이다. 이미 충분히 겪었으니 조금은 수월할 테지만, 그게 그렇다고 마냥 쉬워지지 않는다는 것은 아빠도 알고 있다. 그러니, 미리부터 걱정하지 말고 지금을 즐겨라. 좀 더 즐기다, 엄마와 함께 아빠가 있는 제주 집으로 오거라. 제주는 이제 겨울로 접어들어 춥지만, 원래 네가 살던 곳은 이런 곳이었음을 느껴보아야 할 것이다. 요즘 심심하게 지내는 라이와도 놀아주어야 하고 말이다. 아빠는 혼자 있는 시간을 건담과 너에게 끓여줄 농어를 잡는데 집중하려 했는데, 도장 관장님이 갑작스레 3단 승단 심사 준비를 하라고 해서 매일같이 도장에 나가고 있다. 하루하루가 꽉 찬 듯하고, 집은 잠만 자는 곳 같이 되어버렸다. 승단심사가 끝나면 네가 오기까지 약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있으니 그때 낚시에 집중하려고 한다. 라이는 이래저래 심심한 멍멍이가 되어버렸다. 네가 어서 와서 놀아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