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언제부터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는 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아. 아마 국민학교 2,3학년 즈음부터이지 않았을까 싶어. 어머니는 교회에 다니고 계셨지만, 너를 데리고 다니지는 않으셨지. 친구가 교회 같이 가자고 했을 때, 그래서 네가 따라간다고 했을 때, 어머니는 선뜻 허락을 해 주셨던 기억이 난다. 엄마가 다니는 교회와 친구를 따라간 교회는 달랐어. 너는 꼬마의 작은 발걸음으로 걸어서 10분이면 갈 수 있는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지.
거미줄 같은 골목을 나와 신작로에 들어서면, 골목 입구의 슈퍼를 끼고 우측으로 돌아 걸었어. 그 달의 잡지 포스터가 덕지덕지 붙은 잡지 집하소를 지나면 전북대 병원 담장이었고, 그 옆을 따라 걸었지. 전북대 병원 담장이 꺾이는 모서리 사거리에 동부교회가 있었어. 사거리를 두고, 양 모서리에는 작은 슈퍼가 둘 있었고, 한 모서리는 동부교회였지. 일요일 오후 두 시만 되면, 또래 아이들이나 키가 좀 큰 형 누나들의 발걸음을 따라 녹색철문으로 된 교회 입구를 지나 들어갔었어.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예배를 마치면 학년별 반 별로 모여 성경공부를 했지. 공간이 구분되지도 않는 너른 교회당 안에서 각 반마다 선생님을 담당한 대학생 형 누나들의 말소리가 공간에 뒤섞여서 왁자했었어. 너는 거기서 그냥 멍한 표정으로 가만히 앉아있곤 했어. 예배내용도 귀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고, 마치면 시작되는 성경공부도 안이 너무 시끄러우니 나를 담당한 선생님의 말소리도 잘 들리지 않았으니까. 교회라는 공간에서 선명하게 기억이 나는 너의 모습은 딱 두 가지야. 성경공부를 마치면 선생님은 반 아이들을 데리고 내려가 교회 맞은편의 슈퍼에 가서 군것질거리를 사주시곤 했었어. 그날은 아마도 쭈쭈바를 들고 있는 것을 보니 여름이었겠지. 대각선으로 마주보는 슈퍼는 서로 신경전을 벌였는데, 반 아이들이 단체로 가서 아이스크림통을 뒤지고 있으면 맞은편 슈퍼 주인은 그 광경을 보면서 표정이 못마땅해졌었어. 그리고, 쭈쭈바를 다 먹고 나면 다시 집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아쉬움..
교회가 이사를 했었지. 시청 뒤편에서도 좀 더 가야 나오는 진북동 언덕으로 새로 건물을 지어 이사했어. 너는 교회를 바꾸지 않았어. 그래서, 경원동에서 진북동까지 교회를 걸어다녔어. 새로 지은 교회는 참 좋았어. 언덕위에 크고 높게 우뚝 선, 교회답다고 할 만한 건물이었어. 이사 전에는 학년 구분없이 우루루 몰려다니며 예배를 드리곤 했는데, 이제는 국민학교 고/저학년과 중고등부가 공간 시간을 구분하며 예배를 드릴 수 있게 되었지. 그리고, 예배를 마치면 반별로 나뉘어 하던 성경공부를 각 반마다 작은 방으로 들어가서 조용하고 집중된 분위기에서 할 수 있었어. 너는 다시 새로운 공간에서 멍하게 앉아있을 수 있었지. 예배에 공감은 잘 못했던 것 같아. 언제 끝날지 모르는 설교시간에 전도사님이 강단에서 강대상을 내리치며 열변을 토하고 눈물을 흘려도, 너는 ‘대체 왜 저렇게까지..?’라는 마음이었어. 창가의 조용한 방에서 성경공부를 할 때도, 너는 종종 멍한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다가 선생님의 지적을 받곤 했지. 그냥, 높은 언덕의 높은 층의 교회 창문에서 바라보는 시내풍경이 왠지 마음에 들었었거든.
교회가는 길은 더 멀어졌지. 골목을 나와서, 이번엔 좌측 슈퍼를 끼고 좌측으로 돌아 걸었지. 가게가 참 많았어. 모두 기억은 나지 않아. 다만, 너는 슈퍼를 지날 때, 중국집 앞을 지날 때, 그리고 하얀 메리야스 차림의 배나온 아저씨와 유니폼 비스무레한 옷을 입은 여자가 같이 오가는 이용원 앞을 지날 때를 기억해. 이용원 앞에는 커다란 버드나무가 바람에 시원하게 잎을 날리고 있었고, 그 앞은 바로 전북은행이 있는 오거리였어. 너는 신축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청쪽으로 걸음을 걸었고, 역시 개통한지 얼마 되지 않은 기린로를 건너서 교회방향으로 계속 걸었지.
여기서부터 너와, 같이 교회에 가는 친구는 긴장해야 했어. 큰 길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길옆 동네가 집창촌이라는 소문이 있었거든. 잘못 들어가면 아이들을 잡아간다는 소문도 있었지. 그래서, 이 곳을 지날 때면, 절대 골목 안으로 들어가지 말고 큰 길로 다녀야 한다는 일종의 규칙이 있었어. 그 동네를 지나 언덕으로 오르면, 교회에 막 닿기 전에 작은 오락실이 하나 있었지. 마지막 유혹의 관문을 그렇게 통과하면 신성하고 웅장한 너의 교회에 도착할 수 있었던 거야.
하지만, 아이들의 호기심이란 가끔 위험을 무릅쓰기도 하지. 어느날 너와 친구는 잡혀갈 지도 모른다는 위험을 무릅쓰고 그 동네 안쪽을 거쳐서 교회에 가기로 했어. 과감하게 한 골목을 따라 동네로 들어갔지. 별 일은 없었어. 네가 사는 동네 골목과 똑같은 모양의, 복잡하고 땟자국 낀 회색 담벼락과 낡은 철제 대문들이 양 옆으로 나란히 서 있는 동네였어. 대문 안에서 간간히 사람소리가 나는, 너희가 사는 동네와 조금도 다를 게 없는 그냥 그런 동네였던거야. 그냥 소문이었나 하는 마음으로 그 후로는 별 부담없이 그 동네 골목을 오가곤 했어. 교회가는 길이 조금은 가까워졌거든. 그러던 어느날, 골목을 지나는데 옆의 대문이 끼익 하고 열리더니 어떤 젊은 여자가 나오는거였어. 그 여자는 너희를 보더니 웃음띤 표정으로 쪼그려 앉고는 너희를 불렀어.
“애들아. 너희 교회에 가는 거니?”
너는 조금 얼어붙은 표정으로 대답했어.
“네.”
“손에 든 그거 성경책이니?”
그 순간 너는 속으로 ‘성경책 뺏기면 엄마한테 혼날텐데..’ 하는 두려움에 사로잡혔지.
“잠깐 좀 볼 수 있을까?”
너는 성경책을 쥔 손에 힘을 주면서도, 마지못해 그 여자에게 성경책을 건넸어. 성경책을 받아든 여자는 성경을 대충 훑어보더니 다시 너에게 돌려주었지.
“다음에 만나면 나도 교회에 데려다 줄래?”
너는 여전히 얼어붙은 표정으로 “네.” 하고 대답했지. 그 여자는 여전히 웃음 띤 얼굴로 일어서더니 ‘안녕.’ 하고는 대문 안으로 들어갔어. 순간 너희는 살았다는 표정으로 골목을 서둘러 나왔어..
별거 없구나, 하는 마음이 생기니 너희는 교회가는 길이 빠르다는 이유로 그 골목을 매주 지나곤 했어. 그러다 그 여자를 다시 마주한거야. 그 날 그 여자는 여전히 웃음띈 얼굴로 대문을 나오는데, 대문 안의 누군가와 실랑이를 하는 듯 했어. 너희는 그 여자를 알아보고 다시 골목 한 가운데서 얼어붙었는데, 그 여자는 너희에게 눈길조차도 주지 못하고 계속 실랑이였지. 너는 뻣뻣한 걸음으로 그 옆을 지나면서 여자의 모습을 보았어. 여자는 대문을 사이로 두고 안의 건장한 어떤 남자에게 팔을 붙잡힌 채로 실랑이 중이었어. 둘 다 표정은 웃고 있는데 몸은 싸우고 있는 것 같은, 많이 이상한 느낌의 그런 광경이었지. 너희는 살짝 겁이 나서 골목을 얼른 빠져나왔어. 그 후로 겁은 마음 속 어딘가에 각인되어 버렸는지, 그 골목은 더 이상 들어가지 않고 큰 길로 돌아 교회에 다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