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기행(14) - 교회(2)

by 전영웅

중학생이 되고서는 어머니가 다니던 영생교회로 적을 옮겼어. 마찬가지로 걸어다녔지. 골목을 나서면 우측으로 돌아 예전 동부교회 있던 네거리를 지나 동부시장을 거쳤지. 동부시장을 지나면 개미지옥같은 오락실이 하나 있었고, 개통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기린로를 건너 조금 걸어, 언덕 위로 오르면 교회가 있었어. 뒤로는 전문대학이 있는, 건물에 오랜 시간이 배어 있던 교회였지.


동부교회가 교회가는 길과 교회 밖에서의 기억이 많이 남았다면, 영생교회는 교회 안에서의 기억들이 많아. 굴곡진 기억 속의 너는 항상 ‘이게 뭔가..’ 하는 표정이었어. 사실 동부교회에 다닐 때에도, 어머니는 종종 너를 데리고 본인이 다니던 영생교회에 가곤 했었어. 심령 대 부흥회나 간증집회 같은데 말이지. 그 때, 어머니는 종교에 매우 심취해 계셨어. 지금도 그러시지만, 어머니에게 종교는 삶의 기댈만한 든든한 고목 같았다고나 할까.


영생교회는 참 재밌는 교회였어. 어머니를 따라 간 간증집회에서는 죽어서 천국에 갔다가 다시 살아왔다는 어느 간증인의 이야기가 흥미로웠지. 널직한 강대상 위의 간증인은 구름과 금과 천사와 십자가로 구성된 천국의 모습을 두 시간을 넘게 설명을 했어. 너는 지루해 죽겠는데, 옆의 어머니는 두 손을 모은 채 경청하며 수시로 ‘아멘’을 되뇌이셨지. 부흥회는 더욱 진지했어. 부흥강사인 목사님이 마이크로 쩌렁쩌렁하게 ‘주여!’를 외치면 다들 통성기도를 시작했지. 어머니 옆에 무릎을 꿇고 앉은 나도 어쨌든 기도는 했는데, 갑자기 흰 티를 맞춰 입은 건장한 남자 넷이 뒤에서 휠체어 하나를 들고 앞으로 나가는 거였어. 휠체어 위에는 병색이 짙은 중년의 여인이 앉아있었는데, 부흥강사 앞에 놓인 휠체어 위의 여자는 그대로 통성의 안수기도를 받았어. 여인의 머리를 부여잡은 부흥강사는 우렁찬 기도를 마치더니 갑자기 여인에게 ‘일어나라!’ 큰 소리로 명령했어. 그런데 말이지, 그 여자가 진짜로 엉거주춤하면서 휠체어에서 일어나는 거야. 그러고는 흰 티 입은 남자 중 한 사람의 부축을 받으면서 걸어서 뒤로 나갔어. 순간 부흥회는 함성과 기도의 도가니가 되었어. 다들 흥분한 채로 ‘주여!’를 외치는 거야. 너는 여전히 멍한 눈으로, ‘와.. 신기하긴 한데 저거 정말인가?’ 걸어나가는 여자를 계속 바라보았지. 어머니는 옆에서 흥분한 목소리로 기도를 하고 계시는 데 말이야.


어머니는 만성적인 허리통증을 앓고 계셨어. 어머니의 신경증 또는 짜증은 이 허리통증에서도 기인했지. 아픈 허리를 부여잡고 석유곤로에 불을 붙여 밥을 하고 저녁을 준비했어야 하니 말이지. 아버지가 다니시던 한국통신 후문 앞에는 살아있는 민물생선을 파는 작은 노점이 항상 열렸는데, 주로 운암지나 구이저수지에서 잡은 민물고기를 팔았어. 아버지는 퇴근길에 허리에 좋다는 커다란 잉어를 사서는 집에 가져와 끓는 솥에 그대로 집어넣고 3일 내내 끓였지. 내 키의 반을 넘는 커다란 생명체가 산 채로 끓는 솥에 들어가 텅텅 퍼덕이다가 잠잠해졌어. 그 순간의 마음은 정말 좋지 않았지만, 3일을 끓인 솥 안은 형체없는 진한 국물이 가득했고, 어머니는 그것을 마다하지 않고 드셨지. 하지만, 허리는 나아지지 않았어.


네가 중학교 1학년 즈음이었을 거야. 작은아버지 댁으로 가신 할머니의 방을 네가 쓰던 시절에, 밤늦게 책을 보고 있었을거야. 누군가 부엌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갑자기 네가 있던 방의 작은 문이 벌컥 열렸어. 부흥회에 다녀오신 어머니였지. 어머니는 아주 흥분된 상태셨어.


“영웅아, 허리가 나았어. 이제 아프지 않아!”


어머니는 부흥회에 가셔서 아픈 허리를 낫게 해달라고 안수기도를 받으셨다는 거야. 그 직후 어머니는 통증을 느끼지 못하셨대. 너는 다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게 정말이냐는 듯, 어머니를 바라보았어. 어머니는 희열에 찬 표정이었지. 너는 속으로, ‘그게 가능한 거였나?’ 신기해 했어. 나는 여전히 그 순간을 기억해. 의학에서는 플라시보 효과라는 걸 배우고 말이야. 하지만, 신앙의 기적이라는 건 정말 존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그 때의 어머니 모습을 떠올리면 떨칠 수가 없어. 어머니는 정말 허리가 아픈 사람이었고, 통증은 순식간에 사라졌거든. 이후로 어머니는, 내가 서울에서 전공의 수련을 하던 때, 다시 허리가 아프다 하셔서 서울로 올라오시게 해서 주사를 놓아드렸지. 오랜 시간을 허리통증없이 살아오셨음은 분명한 사실이었어.


영생교회는 불에 타 사라졌어. 중등부 임원으로 활동하던 때였으니까 아마도 3학년 이었겠지. 일요일 새벽, 예배 전 미리 무언가를 해두어야 해서 동이 트는 시각에 교회 언덕을 오르는데, 길 옆으로 적지 않은 물이 흘러 얼어있는 거였어. 겨울이었거든. 뭔가 이상한데, 언덕 위의 교회도 어스름한 빛 속에서 왠지 횡한 느낌이었지, 커다란 창문이 있던 자리로 동트는 하늘이 그대로 보였으니까.. 뭔가 이상해서 교회 정문으로 갔더니, 아.. 교회가 벽체만 남고 탈 수 있는 것들은 모조리 타서 없어진 거였어. 지붕은 무너져 어스름의 하늘이 다 드러났고, 깡그리 타버린 예배당 안에는 강대상 뒤의 그 커다랗던 십자가가 앞으로 쓰러져 형체 그대로 검은 재가 되어 아직도 타고 있는 거야. 예배당 정문을 오르는 돌계단은 불을 잡느라 뿌린 물들이 그대로 흐르며 얼어서 미끄러웠어. 아무도 없이 혼자서 불타버린 예배당을 바라보고 있는 일은 너무 무섭고 이상한 기분이었어. 전날 토요일에도 너는 해야 할 일 때문에 교회에 왔었거든. 말 그대로 하룻밤 사이에 모든 것이 변하고 사라진거야. 너는 아무 말 없이 그대로 몸을 돌려 다시 집으로 돌아갔어. 마치, 너는 아무것도 보지 않았고 알지 못한다는 듯, 이건 아무래도 꿈인 것 같다는 듯.. 집에 와서도 아무 말 하지 못했어. 믿을 수가 없었거든. 그러고는 다시 아침 예배시간이 되어 교회에 갔는데, 이제는 완전히 소진되어 재만 남은 예배당 앞에서 교인들이 엎드려 땅을 치면서 울고 있는 거야. 너는 그제서야 이게 현실인 것을 깨달았지. 네가 다니던 교회가 깡그리 사라졌음을..


영생교회는 급하게 시내의 건물 2층을 구해서 다시 예배를 시작했어. 그리고, 나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부로 올라갔지. 합판으로 칸막이를 한 임시 교회당에서 교회는 부침을 겪었고, 중등부 시절에는 친하게 어우러지던 친구들이 인문계와 실업계 반으로 나뉘면서 서로를 서먹하게 바라보기 시작했어. 그리고 고등학생이 되자마자 집을 나와 기숙사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집과의 갈등은 너의 마음을 복잡다단하게 만들었지. 결국 너는 새로 시작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영생교회를 그만두고 이사한 집 근처의 작은 교회에 홀로 찾아갔어. 그리고 그 곳에서, 남은 고등부 시절의 전부를 보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