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면 침대 머리맡에서 익숙한 기운이 느껴진다. 한 달 전, 브런치 작가 승인 통보를 받은 남편이다. 그는 벌써 이웃 작가님의 글을 정독하거나, 머릿속에 떠오른 문장들을 쏟아내느라 여념이 없다.
사실 나는 그보다 석 달 앞서 등단한 ‘브런치 선배’이다. 하지만 나의 포부는 소박했다. ‘한 달에 한 번만이라도 발행하자.’
와 그런데 이 신입 작가 남편님, 기세가 장난이 아니다.
‘외계인’ 남편, 브런치 행성에 상륙하다
우리 가족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그 틈에서 유일하게 MBTI ‘N(직관형)’인 남편은 늘 대화가 안 통하는 외계인 같았다. 그만큼 독창적인 세계가 깊었다.
집에서는 과묵하기 그지없던 그가 브런치를 만나더니 완전히 딴사람이 됐다.
그도 그럴 것이, 첫 글의 라이킷이 무려 90을 넘겼다. 가족들에겐 그저 “뚱딴지같은 소리” 취급받던 그의 공상과 생각들이 이곳에선 ‘깊은 공감’과 ‘통찰’로 환대받기 시작한 것이다. 남편은 신이 났다.
단순히 글만 쓰는 게 아니다. 그 자리에 있는지도 몰랐던 ‘통계’ 아이콘을 수시로 드나들며 유입 경로를 분석하고, 구독 작가님들의 글에 누구보다 열정적인 댓글을 단다. 어느덧 그의 구독자 수는 200명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가마니’가 되기 싫어 다시 든 펜
선배 작가인 나는 어땠나...
글 하나 올려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내가 좋아하는 극소수 작가님들의 글만 편식하며 서서히 말라가고 있었다. 2주에 한 번씩 “글쓰기 습관을 들여보라”는 브런치의 알림이 올 때면, 마치 내일 숙제 검사를 앞둔 아이처럼 배가 살살 아파왔다.
남편의 적극적이다 못해 공격적인 활동을 보며 처음엔 당황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너무 잘 나가는 신입 남편 옆에서 내 글이 초라해 보였던 것 같다.
내 보폭대로 걷던 걸음조차 남의 속도에 휘말려 꼬여버렸고, 결국 소극적이었던 내 활동엔 아예 브레이크가 걸려버렸다. 하지만 멈춰 서서 가만히 그를 지켜보니 알 것 같았다.
그의 진심 어린 소통이 많은 이들에게 좋은 영향력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깨달았다.
‘가만히 있으니 정말 가마니가 되겠구나.’
나는 남편에게 한 수 배우기로 했다. 남의 시선이나 숫자에 매몰되기보다, 그저 틈나는 대로 내 마음을 꺼내 놓기로 했다. 먼저 다가가 인사를 건네고 진심을 표현하자, 신기하게도 내 브런치에도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감사한 구독자들이 늘어났고, 내 마음을 담은 ‘좋아요’가 상대의 응원으로 되돌아오는 기쁨을 다시 맛봤다.
우리 부부의 새털처럼 가벼운 바람
오늘 아침, 우리 부부는 아침으로 토스트를 먹으며 동시에 글을 발행했다. 숫자에 민감한 남편은 벌써부터 선전포고를 했다.
“저녁에 누구 라이킷이 더 많은지 각자 브런치 펼쳐서 확인해 봅시다!”
산책 말고는 딱히 같이 하는 취미가 없어 은근히 걱정이었는데, 이제는 브런치 덕분에 집안에 웃음 섞인 대화가 끊이지 않는다. 일상을 기록하는 일이 이토록 즐거울 줄이야.
새털처럼 가벼운 우리 부부의 브런치 활동이 요즘 우리 갱년기 부부 일상에 기분 좋은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오늘 저녁 내기에서 지더라도 상관없다. 적어도 오늘 밤 우리는, 거실 소파에 나란히 앉아 서로의 문장을 응원하는 ‘동료 작가’로 마주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