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연휴인 오스턴이지만 50일 신생아와 함께하는 오스턴은 그저...
월말. 게다가 4일 연휴로 마무리하는 3월 말. 독일에서 오스턴은 어쩌면 한국의 설과 추석처럼 가장 의미 있는 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종교를 믿는 것이 아니라 오스턴의 의미를 정확히는 모르지만, 금요일에 월요일까지 언제나 4일씩 이어지는 오스턴 연휴, 그리고 마트를 뒤덮고 있는 온갖 토끼 관련 상품들을 보면 얼마나 독일인들이 오스턴에 진심인지 알 수 있죠.
그리고 이번 주. 월화수목. 4일간의 근무를 마무리하고 맞이한 4일의 꿀맛 같은 연...휴... 일 것이라는 착각은 하지 않길 바랍니다. 이제 갓 50일을 맞이한 아이와 함께하는 연휴는 연휴가 아니라 그저 육아 Day의 연장선일 뿐이니까요. 하지만 좋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일주일에 이틀이 아니라 나흘이나 아이와 아내와 오롯이 함께할 수 있는 날이 늘어난 것이니까요. 네, 진심입니다. 설마요, 거짓말이라뇨. 아닙니다. (또르르..)
그래도 4일간의 연휴 동안 지인의 방문도 있었고, 햇살이 좋아 두 차례의 아이와의 산책까지. 너무나도 행복하고 포근한 시간이었습니다. 우리 아이는 연휴의 시작인 3월 29일 딱 50일을 맞아 더욱 건강해졌고 더욱 많이 먹고 많이 싸고 더욱 보채고 찡찡거리지만 말이죠. 하지만 그만큼 많이 자라주어 밤에 4시간씩 자주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습니다. 덕분에 시간이 늦어지긴 했지만 저녁을 먹는 시간이 일정해지고 있고, 한 명씩 교대로 먹는 것이 아닌 함께 먹을 수 있는 시간이 생겼으니까요.
그렇게 아이의 밤낮구분이 좀 생기나 했더니, 1시간의 시차가 생겨버렸습니다. 한국에는 없는 유럽의 섬머타임 때문인데요, 3월의 마지막 일요일 새벽 2시. 2시가 사라지고 갑자기 3시가 되어버리는 기적이 매년 발생하는 순간이죠. 1시간의 차이가 어른들에게는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아이에게 1시간 차이는 생각보다 크게 다가왔습니다. 해가 지는 시간이 갑자기 1시간이 차이가 나버리니 저희 부모가 생각하는 하루의 시간과 아이의 시간이 다른 느낌이랄까요? 그렇게 일요일과 월요일은 생각보다 고되게 지나갔다는 후문이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이야기를 얹어보자면, 모든 아가들이 그렇지는 않을 테지만 저희 아이는 지난 몇 주간 급성장기를 맞았던 것 같습니다. 2.67kg으로 작게 태어난 우리 아가가 건강하게 무럭무럭 잘 먹고 잘 싸고 잘 잔 덕분에 지난 정기검진 때 4.2kg을 넘어 4.5kg을 넘어서고 있으니 말이죠. 그러려고 모유도, 분유도 꽤나 많이 먹은 것 같습니다. 그러한 정보 없이 잘 먹던 아이가 갑자기 먹는 분유의 양이 줄어드니, (모유의 양은 체크가 어려우니 분유만으로 수유량을 체크하고 있는 터라) 무슨 일인가, 혹시 아픈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더군요. 그래서 You선생님(YOUTUBE)께 여쭤보니 급성장기를 지난 아기들이 종종 수유량이 줄어들기도 하니 고열이 발생하거나 설사를 하지 않으면 문제없이 아이가 원하는 만큼만 먹이면 된다고 하더군요. 초보 아빠는 안절부절못하다가 이제야 마음의 짐을 놓고 휴식을 취해봅니다.
편해질 듯 편해지지 않는, 하지만 고된 만큼 깊어지는 사랑과 함께 하는 쌩초보 아빠의 육아일기.
다음 주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