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P 0 수면무호흡증 진단 - 다이어트를 결심하다

by 꽉형 헤어곽
ChatGPT Image 2025년 10월 20일 오후 10_11_12.png


9개월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수면연구실(Schlaflabor)에 입원했다. 지난 1월, HNO(독일의 이비인후과)에서 받은 검사에서 AHI가 높게 나왔다. 예약을 넣자 가장 빠른 진료일이 10월이었다. 거의 한 해를 기다린 셈이다.


첫날밤. 머리와 얼굴, 가슴과 정강이에 이르기까지 총 21개의 센서를 붙였다. 움직일 때마다 선이 당겨져 편하게 누울 수 없었다. 그래서 잠을 설쳤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의사는 말했다. “평균 수면 질의 80%로 주무셨습니다.” 뜻밖이었다.


결과는 여전히 같았다. AHI 25. 해당 AHI수치는 Apnoe-Hypopnoe-Index 의 약자로, 1시간 동안 발생한 무호흡(Apnoe) + 저호흡(Hypopnoe) 횟수를 의미한다. 나는 중증도 수면무호흡증이었다. 5 이하가 정상, 15부터 중등도, 30 이상이 중증이라고 했다. 나는 그 경계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의사는 CPAP 치료를 권했다. 코와 입에 연결된 마스크를 통해 공기를 일정 압력으로 불어넣는 기계다. 소위 양압기라고 많이들 부른다. 공기가 기도를 안쪽에서 살짝 벌려 숨길이 닫히지 않게 만들어준다고 했다. 이틀째 밤, CPAP을 착용하고 잤더니 AHI가 2 이하로 떨어졌다. 놀라운 변화였다.

하지만 이 기계는 ‘치료’가 아니라 ‘보조’라고 했다. 안경처럼 쓸 때만 효과가 있고 벗으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 평생 써야 할 수도 있다는 말이 머릿속에 오래 남았다.


무호흡의 원인은 구조적 문제다. 혀, 목젖, 편도, 턱뼈, 목둘레의 지방이 기도를 좁히고 막는다. 결국, 이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완치는 어렵다고 한다. 다만 완화는 가능하다. 체중 감량, 금주, 수면 자세 교정, 혹은 수술적 치료.

나는 체중 감량을 선택했다. 예전에 독일에 처음 왔을 때 두 달간 식습관이 자연히 줄면서 20kg이 빠진 적이 있다. 그때는 코를 골지 않았다. 이번에도 가능할까?


현재 체중은 98kg. 체중을 10%만 줄여도 AHI가 약 30% 감소한다고 한다. 즉 88kg까지 감량하면 AHI는 18 정도. 또 10%를 더 줄여 80kg이 되면 이론적으로는 12까지 떨어진다. 경도 수준이다. 문제는 20kg이라는 숫자다. 하지만 일단 85kg까지, 13kg 감량을 1차 목표로 잡았다. 기간은 정하지 않았다. 급하게 시작하지도 않을 것이다.


일단 퇴소 후 주말 동안 계획을 세울 생각이다. 운동은 서서히 늘리고, 우선 식습관부터 기록한다. 먹은 음식, 시간, 양. 정확한 칼로리보다 패턴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밤 9시 이후의 늦은 저녁, 마키야또 대신 블랙커피, 군것질 금지. 사소하지만 분명한 변화를 만들어보려고 한다.

일단 체중계부터 사야겠다. 매일 기록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무엇을, 언제’ 먹었는지는 써보려 한다. 그래도 시작은 해야 한다.

오늘이 그 첫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