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열심히 기록했다. 물론 정확한 수치는 아닐 것이다. 칼로리 계산은 봉지에 표시된 수치가 아닌 이상 대부분 ChatGPT에게 물어가며 기록했고, 정확한 섭취량도 완벽히 측정하진 못했다. 그럼에도 먹은 시간과 양을 하루도 빠짐없이 적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꾸준히 아침, 간식, 점심, 간식, 저녁, 야식. 많이도 먹었다. 하지만 딱 여섯 칸의 루틴으로 정리가 되었다. 그리고 정리해 보니 정말 꾸준히도 먹었다. 특히 평일의 간식엔 커피머신으로 뽑아 마시는 라테 마키야토가 항상 포함되어 있었다. 표로 정리하니 확연했다. ‘많이 먹는다.’ 이 단순한 사실이 숫자로 드러났다. 습관적으로 손이 가던 것들이 한눈에 보였다.
10일간 평균 섭취 칼로리는 3,079 Kcal. 평균 소모 칼로리는 2,660 Kcal였다. 매일 300 Kcal 이상 초과 섭취한 셈이었다. 식사를 세끼로 나누고 간식과 야식을 별도로 정리하니, 문제는 명확했다.
간식과 야식이 불필요하게 높았다. 숫자를 쫙 펴놓고 보니 습관이 그대로 드러났다. 가장 큰 문제는 두 가지 습관이었다.
첫째, 하루에 몇 잔씩 습관적으로 마시는 라테 마키야토 같은 음료와 간식. 라테 마키야토 한 잔이 150 Kcal. 하루 네 잔이면 600 Kcal다. 그중 두 잔만 필터커피로 바꿔도 300 Kcal는 절약된다. 또 젤리, 초콜릿쿠키, 에너지 드링크 같은 ‘습관적 간식’ 이 생각보다 컸다. 피곤하다는 이유로, 지루하다는 이유로 먹었다는 걸 기록하면서 비로소 인식했다.
둘째, 도시락을 챙기지 않고 마트에서 그때그때 사는 빵. 대부분 크루아상이나 소시지빵이었다. 페이스트리 반죽. 즉 버터 덩어리다. 맛있으니까 골랐고, 그게 문제였다. 햄치즈 크루아상 두 개면 1,000 Kcal. 가끔 소시지빵까지 더하면 1,500 Kcal. 숫자가 말도 안 된다 싶었지만, 사실이었다.
이제 명확하다. 습관을 봤으니 개선도 보인다. 마침 어제 주문한 체중계가 도착했다. 오늘 아침 체중 98.5 kg. 수면연구실 검사 마지막 날과 비슷하다.
이제 목표를 세워보자. 2개월씩 나누어 1차 목표와 2차 목표로 구분했다.
1차 목표 기간. 섭취 2,500 Kcal, 소모 2,800 Kcal가 목표다. 섭취 칼로리를 줄이는 것은 간식 조절로 달성할 수 있을 정도로 현실적으로 잡았다. 500Kcal. 그리고 소모 칼로리는 소폭 증가시켰다. 뭔가 바로 운동을 시작한다는 느낌보다는 평상시보다 조금만 더 일상 중에서 움직이자는 의도이다. 쉽게 정리하면, 하루에 300 Kcal를 적게 섭취하는 것이다. 이 오차면 하루 약 40 g, 한 달에 1.2 kg 감량 계산이 나온다.
2차 목표 기간. 조금 더 타이트하게 올려본다. 섭취 2,100 Kcal, 소모 3,000 Kcal가 목표다. 섭취 칼로리가 조금 어려울 순 있지만 1차 기간 동안 간식 습관이 잡히면 식사 조절과 가벼운 운동을 추가할 것이라 예상한다. 차고에 턱걸이 바를 설치하고 맨몸운동과 조깅으로 소모를 늘릴 예정이다. 이 패턴이라면 하루 900 Kcal 차이, 한 달에 3.6 kg 감량 속도다.
물론 모든 게 계산처럼 흘러가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목표를 조금 타이트하게 설정했다. 1차와 2차로 나누어서 12월 말 95 kg, 2월 말 90 kg을 1,2차 목표로 잡았다.
90 kg까지는 생각보다 빨리 도달할 수도 있다. 지금의 체지방량을 생각하면 식이요법과 가벼운 운동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관건은 지속성이다. 90 kg 이하로 떨어지면 체중 감소 속도는 분명 느려질 것이다. 그래서 일정 기간을 ‘지속주(持續週)’로 두어 1~2개월간 체중을 유지한 후 다음 목표를 세우려 한다.
물론 지금 내가 적은 이 글들은 이론상, 계산상이다. 가능할 것이라 믿지만, 실패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시도 그 자체에 또 한 번의 의미를 두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번엔 용두사미가 되지 않겠다. 조금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내일부터 다시 시작이다. 마음 단단히 먹자.
P.S. 기록은 꾸준히 하되 일지 정리는 주 2회 (수·일), 또는 3회 (수·금·일)로 조정할 예정이다. 기록이 쌓이는 패턴을 보며 빈도를 결정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