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이제 다시 일상으로.
이번 주말은, 장모님과 처남이 함께한 주말이라는 이벤트가 큰지, 아니면 아기가 이가 나며 컨디션이 들쑥날쑥했던 사건이 더 큰지, 그 둘을 저울질할 틈조차 없을 만큼 숨 가쁜 시간이었다.
우선, 오늘 새벽 일요일 아침 7시, 장모님과 처남은 기차를 타고 프랑크푸르트로 이동해 오후 1시 비행기로 아이슬란드로 날아가셨다. 그렇게 다시 우리 셋의 일상이 시작된다. 그래서였을까, 오랜만에 만나 또 오랜만에 이별을 앞둔 주말은 “맛있게 먹어야지”라는 마음이 가득했던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잘 먹었지만, 동시에 잘 먹지 못했다. 그 모순 같은 며칠을 기록으로 남겨본다.
금요일은 평소와 비슷한 리듬으로 시작했다. 아침을 먹고 출근했다가, 점심은 인스턴트로 간단히 때우고 퇴근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점심에 파스타만으로는 아쉬워 떡갈비 비슷한 가공육을 하나 더 얹어 푸짐하게 먹었다는 것. 그러자 칼로리는 곧장 배로 뛰었다. 점심 한 끼가 1,000Kcal. 과한 수치라는 걸 알면서도, “그래도 맛있게 먹었으니 됐다”는 쪽으로 마음을 놓았다. 후회는 없었다.
저녁은 외식과 ‘솜씨발휘’ 사이에서 고민을 했다. 스테이크 외식과 집에서 월남쌈을 먹는 것 사이에서 고민이 되었다. 결국 이 도시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테이크 집에 가려고 결정을 했다. 그런데 예약을 하려고 하는 타이밍에, 바로 그때 아기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보였고, 체크를 해보니 열이 올랐다. 어금니가 올라오는지 38.5도를 기록했다. 이 작은 녀석이 힘이 빠져 축 늘어져 있으니 무리를 할 수는 없었다. 대신 집에서 월남쌈을 준비했다. 지인들을 초대해도 늘 극찬을 받았던 내 ‘안전한 메뉴’다. 소고기와 새우, 양배추와 파프리카, 당근 같은 채소에 과일과 소스를 곁들이고 라이스페이퍼로 싸 먹는 그 음식은, 채소가 많아 가벼울 것 같으면서도 먹다 보면 어째선지 계속 들어간다. 누군가는 아기를 재워야 했기에, 나는 가족들에게 먼저 편하게 먹으라고 하고 방으로 들어가 아기를 재웠다. 한 시간가량이 지난 후, 뒤늦게 합류해 먹은 저녁은, 사건의 어수선함과 상관없이 역시 맛있었다. 하지만 라이스페이퍼와 고기, 새우가 쌓이면 칼로리는 결코 낮지 않다. 대략 800~900Kcal. 여기에 나는 맥주 대신 진토닉 한 잔을 더했다.
토요일은 조금 늦잠을 자고 일어나 떡만둣국에 밥을 먹었다. 아침부터 800Kcal면 결코 가벼운 시작이 아니다. 그런데 하루를 되돌아보면, 이 아침이 얼마나 고마운 식사였는지 나중에야 알게 된다. 점심은 라면으로 대충 채우고 외출했다. 아기는 열이 조금 내려가고 컨디션도 괜찮아 보였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산책도 함께 하고, 생일 선물로 신발도 하나 고르고,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카페에도 함께 들어갔다. 하지만 나는 주문만 하고, 먹지는 못하고 돌아서야 했다. 아기가 갑자기 앉아 있기를 거부했고, 만석인 카페에서 아이를 안고 서성거리는 건 누가 봐도 민폐였다. 결국 유모차를 밀고 먼저 집으로 돌아왔다. 내 커피와 케이크는 부디 맛있게 드시길 바라면서. 가족들이 집에 돌아오면서 카페에서 쿠키 두 개를 사 왔기에 간식으로 먹었다. 그리고 저녁은 닭 한 마리를 먹기로 했다. 하지만 전날에 이어 또다시 아기의 컨디션이 흔들렸고, 겨우 재우고 나왔을 땐 피곤이 먼저 밀려왔다. 가족들은 먼저 식사를 거의 마친 상태였다. 배가 고플 만도 했지만 이상하게 입맛이 사라졌다. “한 입만 먹으면 돌아와”라는 말에 닭고기 한 점을 입에 넣었는데, 까슬한 식감만 느껴졌다. 먹신에게 이런 밤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일요일은 더 정신없었다. 장모님과 처남이 떠난 자리를 정리하고 치우느라 진이 빠진 상태에서, 나는 밥을 제대로 먹을 틈도 찾지 못했다. 배는 고팠는데 아기는 우리를 봐줄 리가 없었다. 꼭 숟가락을 들면 안아달라고 생떼를 부렸다. 한 입 먹고, 십 분 놀아주고, 다시 몇 입 먹고, 또 안아 주고… 반복이었다. 평소처럼 빵으로 시작한 아침을 제외하면, 어제 남은 닭 한 마리 국물과 발라둔 살을 밥에 말아서 후루룩 먹었지만 솔직히 기억이 희미하다. 밥을 코로 먹었는지 입으로 먹었는지 모를 정도로 흐릿한 식사였다. 그래도 저녁엔 아기가 자기 몫을 맛있게 먹고, 결국 잘 잠들어 주었다. 그 마지막 장면 하나가 오늘 하루에 남은 유일하게 단단한 감사였다.
이렇게 사흘은 스펙터클했다. 하루하루의 모양이 달랐다. 섭취칼로리는 2,600Kcal에서 1,900Kcal까지 널뛰기를 했다. 숫자만 놓고 보면 이상적인 섭취라고도 볼 수 있을 만큼 목적에는 부합했을지 모르지만, 몸이 느끼는 감각은 건강하지 못했다. 부실하게 먹었다는 느낌을 넘어서, 급히 먹고, 제때 먹지 못하고, 늦게 먹는 불규칙함이 남긴 피로였다. 하지만 이것 역시 육아의 한 단면이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육아라고 하지 않나. 그저 바랄 뿐이다.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건강하고, 조금 더 나은 컨디션으로 돌아오기를.
그리고 어제 생일선물로 신발을 받았다. 함께 고르러 가서, ‘필요하면 언젠가 사겠지’ 하며 미뤄 두었던 것을 결국 샀다. 바로 러닝화다. 신어 보니 발이 편하다는 말 말고 설명할 게 없다.
물론 러닝화를 구입했다고 해서 다음 주부터 바로 규칙적으로 뛸 수는 없을 것이다. 육아도 육아지만, 영하로 떨어지는 온도와 오후 다섯 시면 깜깜해지는 독일의 겨울밤은 확실히 쉽지 않은 조건이다. 나도 안다. 핑계라는 걸. 그제 퇴근길에 뛸 사람은 뛰는 걸 봤으니까. 그래도 바로 내일은 아니더라도, 이 새 러닝화가 내 결심을 조금 더 오래 붙잡아 주기를 바란다. 한 번의 결심이 한 길로 이어지기까지, 결국 필요한 건 뛰는 다리보다 먼저 꺾이지 않는 마음일 테니까. 나는 그 길이 이어질 것을, 아직은 조용히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