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금요일부터 일요일. 11월 마무리.
STEP1의 첫 번째 단계. 11월의 마지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기록은 꾸준히 하고 있지만, 체감되는 변화가 희미한 지금, 직접적인 감각이든 수치로 확인되는 것이든 무언가 유의미한 흔적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주중 흐름은 꽤 좋았다. 이른 감은 있지만, 금요일에 12월 계획을 세울 때만 해도 마음이 설렜다. 다만 그 설렘은 다분히 과거형이다. 95kg대로 진입한 뒤 96kg을 넘기지 않고 잘 유지하고 있었지만, 지난번에 “금요일이 무섭다”라고 말했던 것이, 이번 주에는 그대로 복선이 되어 돌아왔다. 금요일 아침 공복 체중이 전날 대비 1kg이나 뛰어버렸다. 아니, 좀 많이 먹긴 했지만… 하루 2,600Kcal 먹었다고 1kg이 바로 올라간다고? 이게 맞아?
하지만 아침 공복 몸무게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체중계가 고장 나지 않는 한. 그리고 내 체중계는 고장 나지 않았다. 아뿔싸. 2,300Kcal 이하로 잘 유지하다가 하루 2,600Kcal로 올라가자 몸이 즉각 반응한다. 빠질 때도 이렇게 즉각적이면 얼마나 좋을까? 괜히 얄밉다, 나쁜 몸 같으니라고…
여기서 더 빨리 반성했어야 했다. 그런데 반성이 늦어버린 사이, 또 먹어댈 일이 생겼다. 바로 토요일, 근처에 사는 한인 가족 집에 초대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전에 금요일부터 짧게 정리해 보자면, 아침은 계란프라이 하나에 밥, 점심은 인스턴트 파스타, 저녁은 김치볶음밥. 간식은 커피에 더해 땅콩 한 팩과 작은 초코빵 하나였다. 평소와 다름없는 루틴이었는데, 그 작은 간식이 수치를 말했다. 땅콩과 초코빵이 합쳐 400Kcal. 역시 주범은 간식이다. 알고 있으면서도, 늘 뒤늦게 후회한다.
그리고 토요일. 딸 둘이 있는 한인 가정의 집에 초대받았고, 우리 집과 비슷하게 딸 하나 있는 또 다른 집까지 합쳐 총 세 가족이 만났다. 어른 여섯에 아이 넷. 숫자는 어른이 더 많았지만, 정신이 없었다. 육아의 난이도는 숫자와 비례하지 않는다. 자, 그건 그렇다 치고, 초대를 해 준 집에서 음식을 너무 거하게 준비해 주셔서 계속 먹었다. 아이를 돌보지 않는 순간마다 입에 뭔가를 넣고 있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아침에 작은 빵 하나로 때우고 갔다는 것이다. 점심부터는 메임으로 육개장에 밥. 여기에 잡채, 연어 스테이크, 각종 반찬이 이어졌고 후식으로 러시아 마트의 꿀케이크와 붕어빵, 과일, 음료까지 쉬지 않고 밀어 넣었다. 저녁은 집에 돌아와 아이를 재운 뒤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 섭취 칼로리는 무자비하게 뛰었다. 2,900Kcal에 가까운 수치.
일요일은 아침에 빵, 점심과 저녁은 한식으로 먹었고, 간식으로 호빵 하나, 그리고 밤에는 와이프와 아이가 잠든 뒤 책을 읽으며 진토닉 한 잔을 마셨다. 점심의 닭볶음탕과 저녁의 김치볶음밥이 겹치니 칼로리는 낮을 수가 없다. 한식이 생각보다 칼로리가 높다는 사실을 또 새삼스럽게 확인한다.
사흘 평균 섭취 칼로리는 2,600Kcal을 넘었다. 특히 토요일은 2,900Kcal 가까이. 초대받은 자리라 마음을 놓고 먹었던 탓도 있지만, 폭식이 얼마나 무서운지 다시 느꼈다. 원래 체형이 작은 편이 아니니, 정신줄을 놓는 순간 음식은 끝없이 들어간다. 게다가 평균 이동 칼로리도 낮았다. 특히 일요일은 집 밖으로 한 걸음도 나가지 않고 집 안에서만 움직였더니 사흘 평균 이동 칼로리가 750Kcal 수준으로 떨어졌다. 결국 토요일과 일요일 모두 섭취가 소모를 넘어섰고, 엑셀 표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그런데 아침 공복 체중은 의외였다. 목요일 저녁을 두 번 먹고 96kg을 넘겼던 몸무게가, 그 후로는 오히려 하향 곡선을 그렸다. 96.4kg에서 96.2kg으로. 그리고 일요일 96.0kg까지. 토요일에 그렇게 먹어댔는데도 빠졌다니 놀라웠다. 아, 역시 육아는 기록되지 않는 칼로리 소모가 어마어마한 일인가 보다. 그날 하루는 몸이 아니라 생활 전체가 운동이었을지도 모른다. 다만 크게 움직임이 없었던 일요일을 지나니, 월요일 아침의 공복 체중이 왠지 무섭다. 몸은 늘 하루 늦게 계산서를 내미니까.
자, 이러나저러나 11월부터 시작한 다이어트의 첫 한 달이 지나갔다. 이번 달 목표는 기록을 꾸준히 하고, 식사 조절을 무리하게 바꾸기보다는 간식을 가능한 한 절제해 보자는 것이었다. 중간중간 간식이 많았던 날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는 간식 조절을 꽤 잘 해온 한 달이다. 무엇보다 저녁에 와이프와 습관처럼 하던 ‘육퇴 후 한 잔’을 멈추니, 전체 리듬이 훨씬 수월하게 잡혔다.
첫 계획의 종착지인 12월 말 목표는 95kg 이하다. 그리고 97.5kg에서 시작한 몸무게가 한 달 동안 96.0kg까지 내려왔다. 흐름은 좋다. 이제 12월에는 활동량을 조금 더 늘려야겠다. 매일 꾸준히는 아니더라도, 여건과 날씨가 허락하는 날엔 종종 야외 러닝을 나가고, 일과 중 틈틈이 스쿼트나 런지 같은 동작을 넣어 소모 칼로리를 올려야겠다. 아주 작게라도, 몸이 움직이는 쪽으로 기울도록 작은 습관부터 천천히.
그리고 이러나저러나 한 달간 고생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같이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