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금토일.
조용한 주말이었다. 특별할 것 없는, 그래서 오히려 오래 남는 주말이었다. 소소한 장면들과 작은 행복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지만, 칼로리 기록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보다 더 얌전할 수는 없는 시간이었다.
한 주의 업무가 마무리되는 금요일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침은 호밀빵으로 가볍게 챙겨 먹고 출근했다. 점심은 전날 먹고 남은 닭다리 김치찌개에 밥을 곁들였다. 말아먹지도, 제대로 비벼 먹지도 않고, 국물에 밥을 살짝 적셔 자박하게 먹는 그 방식. 집에서 찌개를 먹을 때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독일 회사에서 김치찌개 점심이라니, 흔하지 않은 광경이다. 나의 회사 사무실은 2인실이지만, 함께 쓰는 동료의 재택근무 비중이 높아 혼자 있는 날이 많다. 때문에 미리 일정만 공유하면 점심으로 향이 강한 한식도 부담 없이 가져올 수 있다. 이런 사소한 환경 덕분에 점심 선택의 폭이 조금 넓어진다. 저녁에는 퇴근길에 삼겹살 한 팩을 사 왔다. 전날부터 와이프가 먹고 싶다고 했던 메뉴다. 이날은 이른 퇴근을 한 날이라 커피도 오전 한 잔으로 끝냈다.
토요일은 한 달에 한 번 있는 소위 “아빠들의 아침 식사 모임”으로 시작했다. 근처 교회에서 주관하는 자리다. 정확히 어떤 빵을 얼마나 먹었는지까지 따지긴 어렵지만, 빵에 잼을 바르고 과일을 곁들여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집으로 돌아와 점심은 피곤함이 몰려오던 시간대라 아기를 재워놓고 쌀밥에 인스턴트 떡갈비로 간단히 해결했다. 그리고 저녁엔 또 삼겹살. 전날은 쌈을 싸 먹었고, 오늘은 양차김치를 곁들여서 함께 먹었다. 삼겹살. 칼로리를 떠올리면 망설여지지만, 아직 쉽게 내려놓을 수 없다. 최애는 잃을 수 없다.
일요일은 날이 최근 많이 쌀쌀해져 자주 생각이 났던 뜨끈한 닭곰탕으로 하루를 열고, 점심엔 계란볶음밥을 먹었다. 아이가 있는 부모들은 이해를 하겠지만,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 식사 시간은 종종 흐트러진다. 요리를 새로 할 힘이 남아 있지 않은 날도 생긴다. 이날이 딱 그랬다. 하지만 아침을 밥으로 시작한 덕분에, 평소엔 아침에 먹던 빵을 저녁으로 돌렸다.
이렇게 끝났다면 금상첨화였겠지만, 금요일과 토요일 밤에는 아내가 아이를 재우러 들어간 뒤, 거실을 정리하고 책을 읽으며 진토닉을 한 잔씩 마셨다. 안 마셨다면 더 나았을 수 있겠지만 소란스럽지 않은 혼자만의 술자리. 조용한 여유가 잠시 머물다 갔다. 이 짧은 여유가 또 힘이 된다. 하지만 내년 상반기엔 금주를 해볼까 생각 중이다. 말은 쉽지만, 꽤 큰 도전이 될 것 같다.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해야 할 이유가 있으니 또 한 번 금주모드 돌입예정.
이제 숫자를 헤아려보자. 주말 동안 집에서 삼시 세끼를 꼬박 챙겨 먹었으니 칼로리가 꽤 나왔을 것 같았는데, 의외로 그렇지 않았다. 아마도 집에 함께 있으면 간식을 거의 먹지 않게 되는 영향이 큰 것 같다. 와이프가 간식을 많이 즐기지 않기에 함께 먹지 않게 된다.
현재 정리된 수치로는 사흘 평균 섭취 칼로리가 2,007Kcal. 가장 많이 먹은 날이 2,110Kcal, 가장 적게 먹은 날이 1,910Kcal였다. 큰 흔들림 없이 고르게 유지된 수치다. 이동 칼로리는 평균 924Kcal, 총 소모 칼로리는 평균 2,820Kcal였다.
섭취는 2,000Kcal, 소모는 2,800Kcal 언저리. 기록으로만 보면 이상적인 구조다. 평균적으로 하루 800Kcal 이상을 세이브했다. 매일이 이런 주말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을 만큼, 숫자는 깔끔했다.
몸무게 흐름도 나쁘지 않다. 금요일 아침 95.7kg에서 시작해, 일요일 아침엔 95.4kg. 급격하진 않지만 분명히 아래로 향하고 있다. 95kg 아래가 멀지 않아 보인다.
물론, 매일을 이렇게 살 수는 없다. 이번 주말은 말 그대로 집안일과 육아로 꽉 찬 시간이었다. 가끔은 사람도 만나야 하고, 사회생활도 하며 숨을 고를 필요가 있다. 모든 날을 이렇게 보내다 보면 언젠가 번아웃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게다가 아이의 이앓이로 새벽잠이 잦아들다 보니 체력 소모도 컸다. 잠이 부족하면 힘이 없고, 힘이 없으면 먹어야 할 것 같은데, 정작 먹을 힘도 없는 아이러니한 상태. 이런 날이 반복되면 몸도 마음도 버거워진다.
그래서 이번 주말의 기록 결과는 좋았지만, 욕심을 줄이기로 했다. 괜히 오버페이스를 하지 말자고 괜히 한번 다독여보았다. 요즘 읽고 있는 ‘당독소’ 관련 책에서는 5일간 하루 800Kcal로 제한하는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이렇게 책을 읽고 있는 와중에,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인 주말의 시간 동안 몸무게라는 수치로도 결과가 보이니 괜히 안달이 나는 느낌이 든다. 물론 나는 책에서 소개하는 것처럼 그렇게까지 과한 프로그램은 진행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가끔은 의도적으로 리듬을 바꾸는 시간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천천히 가자. 급하지 않다. 급하게 몰아붙이다가 무너지는 것보다는, 느리더라도 꾸준히 쌓이는 쪽이 결국 멀리 간다.
이번 주말은 조용했다. 그리고 그 조용함 덕분에, 지금 내가 어디쯤 와 있는지도 조금 더 또렷하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