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는 연말 휴가가 있다. 한국에서 추석과 설날이 가장 큰 명절이라면, 독일에서는 오스턴(부활절)과 크리스마스가 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를 중심으로 연말과 연초를 잇는 약 2주 동안, 많은 사무실이 조용해진다. 나 역시 내일 22일부터 1월 4일까지, 6일의 휴가로 총 16일의 연휴를 맞이한다. 이 나라에서 일하며 느끼는 가장 큰 메리트 중 하나다.
그래서 올해의 마지막 근무 주간. 일상의 마지막 기록을 남겨본다. 그전에 한 가지 정리를 먼저 하고 가야겠다. 두 달 넘게 글을 쓰다 보니, 기록 속에 중복되는 문장과 감정이 꽤 많아졌다는 걸 느꼈다. 굳이 주 2회로 나눠 적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고민 끝에 기록은 주 1회로 줄이기로 했다. 2026년을 기다릴 이유는 없었다. 지금이 적기였다. 그렇게 해서, 12월 셋째 주 기록을 시작한다.
이번 주 주중의 리듬은 비교적 단순했다. 아침은 집에서 계란프라이와 밥으로 가볍게 먹고 나간 날도 있었고, 출근길에 마트에서 빵을 사 먹은 날도 있었다. 빵을 지양하려고 마음먹었지만, 아이의 이앓이가 다시 심해지며 새벽마다 두 시간씩 깨서 울다 잠드는 날이 이어졌다. 그 결과 수면이 무너졌고 아침 준의 선택지가 줄어들게 되었다. 하지만 이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기준만은 지켰다. 빵의 양과 종류를 제한하는 것. 그 덕분에 아침 평균 섭취 칼로리는 474Kcal로 500Kcal를 넘기지 않았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었다.
점심은 조금 더 요동쳤다. 도시락을 싸 간 날도 있었고, 빵으로 때운 날도 있었으며, 가까운 대학교 식당(멘자)을 이용한 날도 있었다. 그 결과 점심 칼로리는 640Kcal에서 1,350Kcal까지 널을 뛰었다. 확실히 외식이나 빵 위주의 점심은 칼로리를 단숨에 끌어올렸다. 평소 650Kcal 안팎이던 점심 평균은 이번 주 1,074Kcal까지 상승했다. 숫자가 말해준다. 답은 늘 같았다. 도시락이다. 이번 주 가장 낮은 점심 칼로리를 기록한 날 역시 도시락을 챙긴 날이었다. 잊지 말자. 정말로.
저녁은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한식, 분식, 이웃들과의 가벼운 다과 모임이 섞였지만 평균 668Kcal 선에서 마무리됐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주 주중 기록에서 처음으로 저녁보다 점심 칼로리가 더 높게 나온 주였다는 것이다. 다시 한번 깨닫는다. 점심 도시락, 정말 중요하다.
간식은 절제했다. 하루 평균 밀크커피 두 잔. 그 외의 간식은 최대한 피했다. 거의 성공적이었다. 다만 올해 마지막 독일어 수업이었던 목요일, 모두가 가져온 크리스마스 간식을 나누며 그날은 살짝 넘겼다. 하지만 연말에 그 정도는 괜찮다.
주말로 넘어왔다. 아침은 호밀빵으로 이틀간 동일했고, 점심은 짜파게티와 계란밥. 저녁에는 오징어, 삼겹살, 새우를 함께 볶아 밥과 먹고, 메밀면으로 만든 비빔막국수도 곁들였다. 야식은 요즘 빠져 있는 ‘흑백요리사 시즌2’를 보며 아몬드 한 줌과 아이스크림을 조금씩 먹었다. 하루 세끼에 야식까지. 하지만 과식은 하지 않았다. 완벽하진 않지만, 무너진 주말도 아니었다.
이제 숫자를 보자. 일주일 평균 섭취 칼로리는 2,411Kcal. 이전 평균이 2,100Kcal였던 것을 감안하면 확실히 올랐다. 체감보다 숫자가 먼저 알려준다.
이동 칼로리는 주중 평균 954Kcal, 주말에는 1,341Kcal로 크게 뛰었다. 이유는 명확하다. 주말 이틀, 느린 페이스지만 5km 조깅을 했다. 약 35분. 역시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운동을 하면 바로 수치로 드러난다.
그 결과 일주일 평균 소모 칼로리는 2,963Kcal로 기록이 되었다. 하루 평균 약 520Kcal를 세이브했다. 주중 점심을 무겁게 먹은 날엔 오차가 117Kcal에 불과했지만, 조깅을 한 날엔 1,156Kcal까지 벌어졌다. 이 숫자를 보니 욕심이 생긴다. 이걸 매일 하면 어떻게 될까? 그래서 마음먹었다. 다가오는 2주 휴가, 16일 중 최소 10일은 뛰어보자고. 이틀간 조깅을 해보니 춥지만, 개운했다. 몸이 먼저 답을 줬다.
몸무게는 94.9kg에서 94.3kg까지 내려갔다가, 최종적으로 94.7kg에서 한 주를 마무리했다. 시작과 끝의 차이는 크지 않지만, 주중을 지나 주말로 갈수록 하강 곡선이 분명해졌다. 평소보다 조금 더 먹고도 유지했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싶다.
이제 2025년의 끝이 보인다. 나 역시 조급해지지 않고, 기록하며 조절하며, 건강한 몸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려 한다. 이 글을 읽는 분들께도, 조금 이른 인사를 건네본다.
미리,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