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가족이 아프면서 멈추었던 기록. 다시 이어갑니다.
정신없는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며칠 동안 40도를 넘나들던 아가의 고열도, 이어서 번갈아 감기에 시달리던 저와 와이프도 이제는 모두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저는 가족 중 가장 독감이 늦게 찾아왔지만 약을 먹고 빨리 털어낼 수 있었지만, 무엇보다 가장 힘들었을 아가, 그리고 임신 중 감기로 고생했던 와이프를 옆에서 보며 마음이 편치 않았던 시간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 칼로리 기록은 사실상 이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는 1월 27일부터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결막염과 기침이 함께 찾아왔고, 그날부터 어린이집을 쉬며 본격적인 홈케어가 시작되었죠. 그 와중에도 1월 31일까지는 기록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2월 1일부터는 도저히 불가능했습니다. 주말 동안 아이의 체온이 40도를 넘나들며 오르내렸고, 제대로 잠을 잘 수 없는 밤이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우선 1월 마지막 주의 기록을 짧게 정리해보겠습니다. 2026년 5주차 월요일, 93.4kg으로 시작한 몸무게는 일요일 93.5kg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완벽한 제자리걸음이었습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아침, 점심, 저녁. 과하지 않게 먹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늘 그렇듯 저녁이 가장 푸짐하긴 했지만, 늦은 시간에 먹지 않았고 야식도 단 한 차례도 없었습니다. 섭취 칼로리와 소모 칼로리의 차이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가장 컸던 날은 669Kcal, 가장 적었던 날도 113Kcal였고, 평균적으로는 524Kcal의 차이를 유지했습니다.
그럼에도 결과는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1월의 마지막 몸무게는 결국 93.5kg. ‘93kg 아래로 내려가자’는 1월의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한 달 동안 섭취 칼로리가 소모 칼로리를 초과한 날은 단 하루도 없었고, 가장 적은 차이조차 113Kcal였으며, 월 평균 차이는 587Kcal에 달했습니다. 그럼에도 결과는 유의미하지 않았습니다.
이쯤 되니 분명히 느껴졌습니다. 무언가를 바꿔야 할 시점이라는 것을요.
그리고 그 시작은 칼로리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순히 ‘얼마를 먹고, 얼마나 썼는가’라는 숫자의 비교는 어쩌면 더 이상 핵심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침 2월이 시작되며 박용우 작가님의 『내몸혁명』을 읽고 있습니다. 아직 완독하지는 못했지만, 책의 초반부터 반복해서 강조하는 메시지는 분명했습니다.
“비만 치료의 방향 자체가 잘못되었다.”
섭취 에너지는 줄이고, 소비 에너지는 운동으로 늘려 체중을 감량한다는 칼로리 중심 이론은 1970년대의 낡은 방식이라는 이야기. 그렇기에 비만 인구가 줄어들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는 설명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살이 찌는 진짜 이유로 ‘과식’이 아닌 ‘신진대사의 붕괴’를 지목합니다.
많이 먹고 운동을 안 해서 살이 찐 것이 아니라,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음식을 반복적으로 섭취하고, 하루 종일 앉아 있는 생활이 이어지며 골격근과 지방 조직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 그 결과 대사 유연성이 무너지고, 살이 쉽게 찌고 빠지지 않는 몸이 된다는 설명에 저는 여러 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최근 한 주를 돌아보며 “야식이 문제였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제 보니, 바로 그것이 핵심이었습니다.
문제는 단순히 칼로리를 많이 먹었느냐가 아니었습니다. 언제 먹었는지, 어떻게 먹었는지, 그리고 먹은 이후에 무엇을 했는지가 더 중요했습니다. 아이를 재우고 난 뒤 밤 9시가 넘어 야식을 만들어 먹고 나면, 별것 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새 10시 반. 그리고 침대에 누워 유튜브를 보다 잠이 드는 패턴. 이것이 반복되었습니다.
칼로리를 섭취한 뒤, 그 에너지를 연료로 사용해야 할 시간에 몸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섭취된 에너지는 고스란히 저장되었을 것입니다.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제 신진대사는 그 과정에서 계속해서 망가졌을 것이고, 인슐린 저항성 역시 높아졌겠죠. 혈당이 잘 내려가지 않고, 지방 저장 비율이 높아지는 상태. 살이 잘 빠지지 않는 몸이 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을 것입니다.
이렇게 1월 말의 기록이 끝난 뒤, 약 열흘간 칼로리 기록도 몸무게 체크도 하지 못한 채 시간이 흘렀습니다. 버텼다고 해야 할까요. 그리고 이제 다시 돌아왔습니다.
오늘, 2월 10일 아침 공복 몸무게는 92.8kg이었습니다.
흔들린 시간 동안 몸은 꽤나 지쳐 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목표했던 92kg대에 진입하긴 했지만, 이제 중요한 것은 유지입니다. 다시 흔들리지 않도록 단단히 잡아야 할 시점입니다.
그래서 2월, 아니 정확히는 남은 20일의 목표는 비교적 명확합니다. 적게 먹어 칼로리를 줄이기보다, 혈당을 덜 흔드는 식사를 하자. 다시 말해, 신진대사를 바로 세우는 데 집중하자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밥 양을 무작정 줄이기보다는 단백질과 채소를 먼저 먹는 식사 순서, 식후 활동량을 늘리는 습관이 필요할 것입니다.
회사에서도 점심 식사 후 짧은 산책을 해보는 것. 저녁 시간에는 제약이 많겠지만, 식사 후 곧바로 앉아 있지 않고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이는 시간 만들기. 이런 작은 선택들이 쌓여야 할 것입니다.
2월 말까지의 체중 목표는 따로 정하지 않겠습니다.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이 다짐을 얼마나 흔들리지 않고 이어갈 수 있는지일 테니까요. 이제 다시, 묵묵히 걸어가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