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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Jan 18. 2019

록랜드 단상

메인 통신 #21

이번 여행은 메인주의 록포트에 와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바닷가에 발도 적셔보지 못하고 끝나간다. 아침에 일어나 8시간 동안 목공하고, 돌아와서는 서울과 이메일로 일하고 자는 것의 연속이었다. 그래서인지 록랜드(Rockland)에 가볼 생각을 한 것은 3주가 되서였다. 록랜드는 이 곳에서 차를 타고 15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가까운 도시인데 말이다.  


이번 여행에서 가본 곳은 록포트를 중심으로 포틀랜드, 록랜드, 캠든이다. 캠든은 차를 타고 5분이면 가는 곳이고, 포틀랜드는 2시간 정도 가야 한다. 록랜드는 록포트보다 확실히 매력적인 곳이다. 이번주에는 연속으로 록랜드에 가서 3일 동안 저녁을 먹게 되었다. 처음 가본 곳은 In Good Company라는 레스토랑으로 옷가게 주인이 추천한 곳이다. 추천받아 먹은 메뉴는 Blue Cheese Butter Beef Tenderloin with Mashers & Red Wine Demi. 미디엄 레어로 먹었는데 추천할만큼 부드럽고 입속 이곳저곳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자극하는 맛이었다. 두번째 간 곳은 North Beacon Oyster였는데, 바텐더의 추천대로 굴을 먹은 후 두 가지 음식을 먹었는데, Shrimp Toast가 아주 훌륭했다. 부드러운 화이트 브래드에 메인주의 특산물인 게살을 풍부하게 넣고 매운 마요네즈와 오이를 올려 놓은 것이었다. 옆에 사람들이 쳐다보면서 정말 맛있게 보인다고 할 정도였는데, 직접 먹어보니 그럴만큼 훌륭했다. 진짜 게살을 발라서 만들었으니 맛이 없을 수 없겠다 싶었다.  


록랜드를 오가면서 내가 무엇인가를 안다고 하는 것이 얼마나 지엽적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미국에 와서 50개 주 중의 하나인 메인주에서 한 달을 보냈지만, 메인주의 크기는 91,646제곱킬로미터로 한국(100,210제곱킬로미터)보다 조금 작을 뿐이다. 한국으로 치면 어느 도내 작은 마을에서 한 달을 보낸 것이다. 이 곳에서 쓰는 글의 제목을 ‘메인 통신’이라 이름 붙였지만, 한 달 동안 있었다 해도 내가 메인에 대해서 아는 것은 지극히 지엽적일 수 밖에 없다.


이게 비단 장소에 대해서만일까? 내가 직업으로 삼는 커뮤니케이션은 메인주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넓이와 다양성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나는 그 안에서 지극히 좁은 영역을 알고 있을 뿐인 것이다. 그래서 슬프다거나 비관적이라는 뜻이 아니라, 새삼스레 ‘무엇인가 알고 있다’고 말하기가 조심스러워진다는 말이다. 더 많이 아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생각보다 적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평생동안 공부한들 얼마나 많이 알 수 있을까? 그저 좋아하는 것을 찾아다니고, 책을 보고, 사람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조금씩 내가 아는 것과 다른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 내게 익숙한 분야에도 내가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을 깨달아가는 것이 살아가며 공부하는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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