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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어떻게 하던지 ‘안전’이 기본이다

메인통신 #18

by HER Report

“호, 내가 테이블쏘(table saw) 작업하는 동안 잠시 옆에서 봐줄래?”
뉴욕주에서 투자은행가로 일하다가 은퇴하고 목공학교에 온 그가 내게 말했다. 나는 ‘당연히’ 옆으로 가서 작업을 지켜봤다.


4주 동안 세 개의 수업을 들었는데 매번 수업을 시작할 때면 대표인 피터 콘이 직접 와서 학생들을 모아 놓고 40분 동안 안내 연설을 한다. 절반 이상은 안전에 대한 것이다. 가장 강조하는 것은 가구에 바르는 기름이 묻은 헝겊은 스스로 발화가 되어 화재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반드시 지정된 철제 깡통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곳에서는 첫날부터 전문적인 기계를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어찌보면 대담하다.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기계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다른 교육 기관에서는 처음에는 기계를 못 만지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곳은 처음부터 기계를 사용하도록 하되, 철저하게 안전 교육을 시킨다. 대표적인 것이 기계는 반드시 강사가 옆에 서 있는 경우에 사용 가능하며, 저녁에 사용할 경우에는 반드시 다른 성인 한 사람이 옆에서 있어야 한다. 사고가 났을 때, 911 응급전화를 포함하여 조치를 취할 사람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규칙을 사람들이 잘 지킨다는 것이다. 각 건물에는 동일한 위치에 전화기가 달려있어서 어디를 가더라도 응급전화를 빨리 할 수 있다. 가장 가까운 병원이 어디인지, 보통 앰뷸런스가 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인지까지 미리 일려준다. 각 교실에는 응급상자가 있는데, 나 역시 두 번 사용했다. 톱 등에 손을 다쳤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다치면 응급상자에 있는 Incident report에 적어서 제출하게 되어 있다. 이 리포트는 1년에 두 번씩 학교의 safety board에서 검토하여 안전도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다.


안전과 함께 또 한가지 강조하는 것은 건강이다. 이것도 다른 곳에서는 잘 보지 못한 것이었는데, 그냥 마스크도 아니고 거의 화생방 훈련할 때 쓰는 것과 같은 호흡기 보호 마스크를 정확한 모델명과 함께 추천한다. 목공을 하면서 건강을 해치면 안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수업이 시작할 때마다 CPR 훈련을 받은 사람(훈련을 받은 나도 손을 들었다:)과 간호사나 의사, 응급조치 요원 등이 있는지 조사해서 미리 서로 알아두도록 한다. 위기관리 컨설팅을 해 온 입장에서는 흥미로운 광경이었다. 서울에서 고객사 워크샵을 위해 호텔 등과 일을 하면서 불이 나면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 등을 직원에게 물어보면 어떤 경우에는 친절히 설명해주지만, 또 어떤 직원은 “우리 호텔에서는 그런 일 안 생겨요”라며 피식 웃고마지 못해 대충 알려주는 경우도 있다.
사고는, 생길 때까지는 모두 안 생긴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조심해도 지나치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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