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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을 평가하는 기준, 레스토랑을 리뷰하는 기본

메인 통신 #6

by HER Report

“여기에 모인 12명은 모두 Rockport가 아닌 다른 곳에서 왔으니 수업 받는 동안 직접 음식을 만들기보다 레스토랑을 이용했을 텐데, 돌아가면서 자신이 가보았던 레스토랑에 대해서 이야기해봅시다.”
4주 동안 수업을 받는 이 학교의 교장격이자 내가 이 곳에 온 이유이기도 한 피터 콘(Peter Korn)이 물었다. 그는 <Why we make things and why it matters>라는 멋진 책을 썼는데(지난 7월 <장인의 공부>라는 제목으로 국내 번역이 되었다) 이 책을 읽고 멀리 메인까지 목공을 배우러 온 것이었다.


첫 순서는 가장 멀리서 온 나였다. 나는 해산물 레스토랑인 ’18 Central’에 대해 이야기했고 10점 만점에 8.5점을 주었다. 굴과 해산물들이 신선했고 레스토랑 분위기도 좋았기 때문이다. 내가 말했던 18 Central에 대해서 세 사람이 이야기했는데 점수는 다 달랐다. 한 사람은 6점을, 또 한 사람은 9점을 주었다. 6점을 준 사람은 해산물을 중심으로 한 애피타이저는 10점이었지만, 메인코스는 5점 정도였다고 말했다. 어떤 사람은 음식은 맛있었지만 웨이터가 무례했기 때문에 낮은 점수를 주었고, 또 다른 사람은 가격 대비 맛을 기준으로 이야기했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레스토랑에 대해 어떤 점들을 기준으로 평가하는지 들을 수 있었다.


피터 콘은 매일 아침 수업을 시작하면서 학생들에게 어제 경험한 새로운 레스토랑에 대해 질문한다. 같은 식당에 대해 서로 어떻게 다르게 평가하는지, 새로운 식당에 대한 평가와 그 토론의 기록은 칠판에 계속 늘어갔다. 식당과 음식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가능할까 생각하다 푸드 저널리스트들의 기준은 무엇일지 궁금해 자료를 찾아보았다. 미국 푸드 저널리스트 협회(Association of Food Journalists: AFJ)는 비교적 상세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었다. 몇 가지를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_ 레스토랑 비평은 완벽하게 객관적인 일은 아니지만 독자들은 비평가들로부터 객관적인 측정을 기대한다.
레스토랑 비평의 목표는 1) 공정하고; 2) 정직하며; 3) 비평가가 쓰는 요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4) 레스토랑 전체를 평가하기 위해 특정 요리나 경험을 넘어서는 것이어야 한다.


_ 레스토랑 비평가들은 식당경영자나 요리사가 참석하는 오프닝, 레스토랑 기념일, 새로운 상품 소개 행사 등을 피해야 하며, 홍보팀과 개인적으로 만나는 것도 피해야 한다.


_ 레스토랑 리뷰는 가능한한 익명으로 진행해야 한다. 레스토랑 비평의 시작은 그 레스토랑을 일반 손님들과 동일하게 경험하는 것이다. 레스토랑 비평가는 소셜 미디어에 프로파일 사진을 올리거나, 공개적으로 나서는 것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익명 유지가 힘들더라도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레스토랑은 예고없이 방문하는 것이 좋으며, 예약이 필요할 때에는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예약하고, 계산을 할 때에는 현금으로 하거나 다른 사람의 신용카드를 사용해야 한다. 휴대전화를 사용할 때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레스토랑과 이메일을 주고 받을 때에는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사용하여 신분이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


_ 레스토랑을 공정하게 평가하기 위해 가능하면 여러 번 방문해야 한다. 특정 레스토랑에 대한 전반적인 리뷰를 할 때에는 2번 이상 방문하는 것이 좋다. 레스토랑의 음식이나 서비스가 경우에 따라 매우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_ 한 번만 방문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그 레스토랑의 가장 대표적인 경험을 하는 것이 좋다. 저녁을 전문으로 하는 레스토랑을 점심에 방문하고 기사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테이스팅 메뉴가 전문이라면(예산이 충분하다면) 일품요리(a la carte)보다는 테이스팅 메뉴를 시키는 것이 맞다. 만약 한 번만 방문하고, 그 레스토랑에 대한 전반적 평가를 해야 한다면 기사에 이를 밝히도록 하라.


_ 레스토랑 리뷰를 하는 사람은 애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모든 메뉴를 조금씩이라도 맛봐야 한다. 리뷰어는 주문한 음식을 모두 맛봐야 하며, 적어도 자신이 소개할 메뉴는 모두 맛을 봐야 한다.


_ 주문할 때에는 서로 다른 요리법(찜, 튀김, 볶음); 재료(생선, 쇠고기); 스타일(전통적, 절충형) 등을 고려해 다양한 요리를 시키도록 한다. 특별히 잘하고 유명한 요리가 있다면 시키도록 한다.


_ 모든 음식과 서비스에 대해서 리뷰어가 직접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레스토랑이 제공하는 공짜 음식이나 기프트 쿠폰은 받지 않아야 한다. 출판사는 리뷰어들이 부담을 갖지 않도록 충분한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레스토랑에서 공짜 음식을 주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계산서를 요청하고, 글을 쓸 때 이를 밝혀야 한다.


_ 레스토랑 리뷰는 그 지역 사람들이 가는 식당에서부터 럭셔리한 식당까지 모두 살펴서 독자들이 다양한 가격대와 음식이나 스타일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만약 출판물이 체인 레스토랑이나 광고주에 대한 리뷰를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면 이런 사실을 독자들에게 밝히도록 한다.


_ 새로 문을 연 레스토랑은 자리 잡는 데 시간이 걸리므로 오픈 후 최소한 한 달 후에 방문한다. 만약 문을 열자마자 레스토랑을 방문하여 글을 쓸 때에는 ‘첫 인상’에 대한 써야 한다. 이는 음식에 대한 평가보다는 셰프의 경력이라든지 내부 장식, 메뉴에 대해 서술한다는 의미다. 새로운 레스토랑에 대해 글을 쓸 때에는 오픈 첫 날 방문했는지, 세 달 지나서 갔는지 시점을 글에 밝히도록 한다.


_ 평가를 할 때에는 레스토랑이 제시하는 목표에 근거하여 메뉴, 분위기, 서비스, 가치 등을 평가해야 한다. 인도 레스토랑이 스테이크를 팔지 않는다고 낮게 평가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_ 별 등으로 평가할 때에는 자신의 기준을 밝혀야 한다. 고려할 수 있는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별 4개 (탁월함. 그 지역의 기준을 세우는 경험을 했을 경우); 2) 별 3개 (훌륭함, 기억할 만함, 높은 수준의 음식과 훌륭한 분위기, 전문적인 서비스, 훌륭한 컨셉트); 3) 별 2개 (믿을만한 레스토랑); 4) 별 1개 (괜찮음. 다시 와볼만 하지는 않음. 하지만 한 두 가지 추천할만한 것은 있음: 식당에서 바라보는 뷰, 특정 요리, 친절함 등); 5) 별 없음 (평균 이하의 식당)


_ 식당의 질은 때로 좋아지거나 나빠진다. 레스토랑 리뷰어는 이런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나름의 방식이 있어야 한다.


_ 정확하고 공정하다면 부정적 리뷰를 쓰는 것도 괜찮지만 리뷰가 누군가의 생계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항상 고려해야 한다. 부정적 리뷰를 쓸 때에는 반드시 여러차례 방문하고 써야 한다.


_ 모든 저널리즘과 마찬가지로 레스토랑과 셰프의 이름, 주소, 전화번호, 영업시간 등 팩트체크를 정확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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